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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우한폐렴’ 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름이 뭣이 중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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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공식명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표기 개입 논란

한탄강 이름 딴 `한타바이러스` 등 과거엔 지역명 흔해

WHO, 2015년 감염병 명명지침 마련…"지역명 등 피하라"

"전 세계로 확산된 마당에 지역이름 명명 무의미해져"

이데일리

춘제 연휴 기간 중 중국의 한 전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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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른바 `우한폐렴`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난데 없이 이 병의 표기법을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우한폐렴이라는 짧고 쉬운 이름 대신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라는 길고 복잡한 이름을 쓰라고 요청한 주체가 청와대인 터라 그 배후에 중국 눈치보기가 있지 않느냐는 정치적인 논란까지 키우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27일 출입기자들을 상대로 한 브리핑에서 “이 감염증의 공식명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다. 참고 바란다”고 언급했다. 표기법을 고치라고 직설적으로 얘기한 건 아니지만, 마치 우한폐렴이라는 병명을 쓰지 말라는 느낌을 받은 쪽은 이를 두고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일단 청와대의 지적이 맞는지, 틀린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청와대 지적은 이론적으로 맞다.

물론 과거에는 많은 감염병에 대해 지역이나 사람 이름을 붙이긴 했다. 지난 2015년 발병해 메르스(MERS)로 불렸던 `중동 호흡기증후군`이 대표적이었다.

더 과거로 거슬러 가보면 한국전쟁 당시 한국형 출혈열을 일으켰던 바이러스가 한탄강 유역에서 잡은 등줄쥐에서 분리됐다고 해서 ‘한타바이러스’라고 불렀다. 1976년 미국 참전용사가 참여한 필라델피아 행사장에서 오염된 냉각수로 인해 221명이 폐렴에 감염되자 이 바이러스를 재향군인회(lesionnel) 이름을 따 레지오넬라(Legionella phemophila)로 부르기도 했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콩고민주공화국의 강 이름인 에볼라강 이름에서 따왔고 니파 바이러스는 말레이시아 선게이 니파라는 마을에서 그 이름이 유래됐다. 일본뇌염이나 독일홍역, 노르웨이 의사 이름을 딴 한센병 등도 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여러 신종 전염병이 빈발하자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015년 새롭게 발생하는 질병의 이름과 병의 원인체에 대해 어떻게 이름을 붙일지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물론 이는 회원국간 협약 수준이라 강제사항은 아니며 권고 정도라 볼 수 있다.

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인간에게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신종 감염병의 이름이 특정 종교나 민족의 반발을 일으키거나 여행이나 산업 및 무역에 대한 장벽과 식용동물의 불필요한 도살을 유도해 사람들의 삶과 생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경계하고 있다. 결국 질병의 원인이 되는 증상과 질병에 대한 정보나 피해대상과 심각성 등을 담되 지리적 명칭이나 사람 이름, 동물이나 음식 종류, 인종이나 직업 등은 명칭에서 피하도록 하고 있다.

국내 대표 감염병 전문의 중 한 명인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일단 WHO가 이번 병을 공식적으로 ‘2019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명명했다”면서 “신종 감염병에 지역명을 붙일 경우 해당 지역에서 얘기가 나올 수 있고 더 나아가 전 세계로 병이 확산되면 그 지역 이름만으로 불리는 건 의미가 없어지기도 해 최근에는 이를 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아직까지 해외 언론들을 보면 `우한폐렴`과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중국(차이나) 코로나바이러스` 등 다양한 표기를 병용하고 있다. 결국 무엇이 맞고, 다른 무엇이 틀렸다의 문제가 아니라 이 병을 얼마나 잘 설명하고 전달할 수 있는지에 따라 각자 선택할 문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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