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3 (화)

면세점 직원이 찬 '실리콘 특수 복대'엔 외화 2억원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인천지검, 1733억원 외화 밀반출 10개 조직 적발
환율 우대 등 환전 편의 도운 시중은행 부지점장도 덜미

총 1700여억원의 불법 자금을 해외로 빼돌린 10개 외화반출 조직이 검찰에 무더기로 검거됐다. 외화 반출 과정에서 시중 은행 부지점장이 200억원 상당의 외화 환전을 돕거나, 면세점 직원이 직접 특수 제작한 복대를 차고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지검 외사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이달까지 외화 반출사범을 집중 단속, 총 1733억원 상당을 해외 6개 국가로 반출한 10개 조직을 적발해 10명을 구속 기소하고 48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8일 밝혔다.

조선일보

여행경비로 허위신고해 외화를 밀반출한 혐의로 검거된 조직의 조직원들 휴대전화에서 나온 현금 사진./인천지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인천지검 관계자는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는 여행객들의 1억원 이상 여행경비 신고액수가 2017년 209억원에서 2018년 2035억원, 2019년 상반기 970억원으로 급증해 불법 자금 외국 반출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했다.

검찰에 따르면 한 조직은 2017년 5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여행 경비로 허위신고해 총 1469억원 상당의 자금을 반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내국인이 해외로 자금을 반출할 때 외국환거래법에 따라 한국은행장 등에게 사전에 신고하고 증빙 서류를 제출해야 하지만, ‘여행경비’는 상한액이 없고 증빙서류가 필요하지 않다는 점을 악용했다.

이들은 건당 30만원의 수고비와 여행경비를 지원해 다수의 운반책을 고용, 여행경비 명목으로 자금을 불법 반출했다고 한다. 이 돈은 환치기 자금(49억원), 밀수금괴 구입자금(5억원), 범죄수익금(16억원), 해외 가상화폐 구입자금(1399억원) 등으로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금품을 받고 환율우대 등 편의를 제공하며 206억원 상당의 외화 환전을 도운 시중은행 부지점장도 적발됐다. 검찰은 A(23)씨 등 조직 총책 5명을 구속 기소하고, 시중은행 부지점장 B(56)씨 등 적극 가담자 8명은 불구속 기소했다. 공범 2명은 도주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쫓고 있다.

조선일보

실리콘으로 겉면을 싸고, 안쪽에 돈을 넣어 밀반출하는데 쓰였던 특수 제작 복대. /인천지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또 외화는 금속탐지기에 적발되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 면세점 직원 4명을 포섭해 외화를 밀반출한 조직도 덜미가 잡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 조직은 면세점 직원들이 외화를 넣은 ‘특수 제작 복대’를 몸에 두르고 인천공항 상주 직원 출입 게이트를 통과하게 한 뒤 운반책들에게 돈을 다시 전달하는 수법을 썼다. 실리콘을 주입해 특수 제작한 복대는 실리콘 촉감 때문에 보안 검색 과정에서 직접 만져봐도 돈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 조직은 이런 방식으로 한 번에 1~2억원씩 하루 최대 5억원까지 외화를 운반해 총 264억원을 밀반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면세점 직원들은 그 대가로 10만~50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기여도가 큰 일부 직원은 무상으로 렌터카를 제공받기도 했다. 밀반출된 자금은 필리핀의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는 사람들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도박자금을 환전해주는 용도로 쓰였다.

검찰 관계자는 "면세점 직원은 하루에도 수차례 공항 면세점으로 출입이 가능하고, 상주 직원 게이트는 보안 검색이 상대적으로 허술해 외화 반출 경로로 이용됐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 조직 총책 C(32)씨와 알선책 D(32)씨 등 5명은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고, 면세점 직원 등 적극 가담자 8명도 불구속 기소했다. 단순 운반책 등 12명은 약식명령을 청구했다.

[인천=고석태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