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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사고냐 격추냐…‘하늘의 와이파이’ 미 군용기 아프간서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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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탈레반 지역에 미 첨단 통신기 추락

미 국방부 “적의 발포로 격추된 징후 없다”

탈레반 “우리가 격추…장교 등 전원 사망”

BBC 전문가 “탈레반은 대공 미사일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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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미군의 첨단 전자전 군용기가 아프가니스탄 중동부 가즈니주의 들판에 추락한 사건을 놓고 미국과 아프간 탈레반이 서로 엇갈리는 주장을 하고 있다.

아프간 주군 미군 대변인은 이날 “미군의 E-11A 기종 군용기가 가즈니 지방에서 추락해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며 “적의 발포로 격추됐다는 징후는 없으며, (조사 결과에 대한) 추가 정보를 공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도 “상황을 알고 있지만, 지금으로선 더 자세한 내용을 말할 게 없다”고 밝혔다고 <시엔엔>(CNN) 등이 보도했다.

추락한 항공기의 탑승자 수와 신원, 사망자 수 등도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익명의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추락 당시 비행기의 탑승 인원은 5명 미만”, 또는 ”초기 첩보에 따르면 탑승 인원은 최소 2명”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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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의 무장정파 탈레반 반군은 자신들이 미군기를 격추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가즈니 주는 탈레반 반군이 대부분 지역을 장악해 통제하고 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어 “정찰 임무를 수행하던 미국 점령자들의 군용기가 가즈니주 데야크 지역에서 격추됐다”고 주장했다. 탈레반은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으며 그중엔 미군 고위 장교들이 포함돼 있다고 덧붙였으나, 구체적인 ‘격추’ 과정은 밝히지 않았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의 군사전문 기자는 “아프간에서 헬기는 적의 공격에 취약하고 사고도 잦지만, 고정익 군용기의 손실은 드물다”며 “탈레반은 고공비행 항공기를 격추하는 데 필요한 대공 미사일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탈레반의 주장에 신빙성이 약하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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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11A 기종은 미군 합동참모본부가 2005년부터 아프간에서 작전 임무를 수행하는 야전군과 지휘본부를 연결하는 전장항공통신연결망(BACN)의 핵심 장비로 4대를 도입해 운용하고 있다. 미군 조종사들 사이에선 ‘하늘의 와이파이’로 불린다. 2018년 11월 미 공군은 “아프간의 산악 지형과 통신 인프라 부족 탓에 특수부대의 정찰 활동과 전투지휘본부 간의 원활한 통신에 심각한 장애를 겪고 있으며, 특수작전 병력 19명이 적의 공격으로 사망하기에 이르렀다”고 이 기종의 도입 배경을 밝힌 바 있다.

2001년 9·11 테러 직후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내걸고 전격 침공하며 시작된 아프간 전쟁은 아직도 공식 종전되지 않으면서 미국 역사상 최장기전으로 기록되고 있다. 개전 이후 지금까지 미군 사망자만 2400명을 웃돈다. 현재 아프간에는 약 1만2000명의 미군이 주둔 중이며, 미국과 탈레반은 막바지 평화협상을 진행 중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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