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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이슈 유럽연합과 나토

우여곡절 끝에… 英, EU 탈퇴 첫 국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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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브렉시트 개시… 국민투표서 탈퇴까지 1317일 걸려 / 총리 두번 교체·합의안 수회 부결 / 브렉시트 기한도 3차례 연장돼 / 英·EU, 협상 양보없는 줄다리기 / 2019년 10월 양측 합의안 최종 타결 / 존슨, 총선카드로 의회 과반 성공 / 하원서 ‘협정법안’ 가결 이끌어 내 / 英 홀로서기 성공할지 세계 이목

세계일보

오는 31일(현지시간) 영국은 유럽연합(EU)을 탈퇴하는 첫 국가가 된다.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찬반 국민투표 이후 약 3년7개월 동안 영국은 총리가 2번 바뀌고 합의안이 하원에서만 수차례 부결되는 등 혼란과 진통의 연속이었다. 무역협정 등 이해관계가 얽힌 것은 물론 정치·경제 공동체인 EU를 탈퇴하는 첫 사례인 만큼 EU와의 협상도 최후까지 양보 없는 줄다리기였다. 결국 지난해 10월에 양측은 합의안 최종 타결에 이르렀고,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조기 총선 카드를 통해 의회 과반을 달성해 하원에서 EU 탈퇴협정법안(WAB) 가결을 이끌어냈다. 이제 영국과 EU의 ‘합의이혼’은 형식적인 절차인 유럽의회 비준만을 남겨뒀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7일 영국의 EU 탈퇴 과정을 약 1300여일간 거듭된 ‘혼란’으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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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캐머런 전 영국 총리가 제안한 브렉시트 국민투표(2016년 6월23일)를 시작으로 영국의 EU 탈퇴 시계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민투표에는 전체 유권자 4650만명 중 72.2%가 참여해 51.9%인 1740만명이 ‘EU 탈퇴’에, 48.1%인 1610만명이 ‘EU 잔류’에 표를 던졌다.

EU 탈퇴가 과반을 달성했지만 잔류 의견도 만만치 않아 영국은 심각한 분열 상태에 빠졌다. 캐머런 총리는 국민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총리직을 유지하겠다던 약속을 깨고 사임했다. 뒤를 이은 테리사 메이 총리는 2017년 3월 EU의 헌법 격인 리스본조약에서 탈퇴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 50조를 발동했다. 영국과 EU의 2년간 탈퇴에 관한 공식적인 협상의 시작이었다.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통보일로부터 2년 후인 2019년 3월29일 영국은 자동으로 EU에서 탈퇴할 예정이었다.

메이 총리는 EU와 협상을 시작한 지 약 1년5개월 만인 2018년 11월 합의안을 도출해냈다. 합의안은 크게 EU 탈퇴협정과 ‘미래관계 정치선언’ 두 부분으로 구성됐다. EU 탈퇴협정은 브렉시트 전환(이행) 기간, 분담금 정산, 상대국 국민의 거주권리 등 ‘이혼조건’에 관한 내용을 담았다. ‘미래관계 정치선언’은 브렉시트 이후 진행될 미래관계 협상의 기본 토대가 되는 것으로, 무관세와 양적 제한 없는 경제적 파트너십 보장, 상품교역 자유무역지대 조성을 위한 포괄적 준비, 단기 여행 시 비자 면제 등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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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 총리는 2019년 1월 법적 구속력이 있는 EU 탈퇴협정만 따로 하원 표결에 부쳤지만 의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당시 논란이 됐던 ‘안전장치’(Backstop) 조항을 무기한으로 적용하지 않는다는 수정안을 그해 3월 다시 하원에 넘겼지만 역시 부결됐다.

안전장치는 영국과 EU가 미래관계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국경을 엄격히 통제하는 ‘하드보더’를 피하고자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영국이 관세동맹에 잔류하면 제3국과 자유로운 무역협정 체결이 제한돼 EU 탈퇴 효과가 반감된다는 지적과 영국 본토를 제외한 북아일랜드만 EU의 상품규제를 적용하는 것에 대한 불만 때문에 반대 목소리가 컸다.

브렉시트 시한을 앞두고 두 차례 합의안이 부결되자 아무런 합의 없이 영국이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가 안팎에서 커졌다. 브렉시트 시한은 4월12일과 10월31일로 두 차례 연기됐고 그 사이 리더십 위기를 맞은 메이 총리는 사퇴를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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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AFP=연합뉴스


지난해 7월 취임한 보리스 존슨 총리는 ‘노딜’을 감수하더라도 기한 내 브렉시트를 단행하겠다고 강수를 뒀다. 존슨 총리는 안전장치를 폐지하는 대신 북아일랜드를 실질적으로 EU 관세 및 단일시장 체계에 남겨두는 수정안을 내놨고, EU와 재협상에 성공했다.

그러나 영국 하원이 브렉시트를 어떻게 실행할지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이행 법률들을 먼저 제정하고 마지막에 브렉시트 합의안을 처리하도록 하는 수정안을 상정해 통과시키는 바람에 ‘존슨표 합의안’은 의회에서 표결에도 부치지 못했다. 다만 영국 하원에서 통과된 이른바 ‘노딜 브렉시트 방지법’에 따라 브렉시트 시한은 2020년 1월31일로 다시 한 번 연기됐다.

하원에 브렉시트가 발목 잡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존슨 총리는 조기 총선 카드를 빼 들었다. 이미 계속된 브렉시트 정국에서 과반에 못 미치는 집권 보수당은 정책 추진 동력을 상실한 상황이었다. 지난해 12월 치러진 조기 총선에서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 불확실성을 해소하자는 슬로건을 내세워 하원 절반을 훌쩍 뛰어넘는 압승을 거둔다. 총선 공약대로 존슨 총리는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전에 EU 탈퇴협정 법안을 상정해 하원의 압도적 지지 속에 최근 의회 모든 입법절차를 완료했다.

영국과 EU 정상은 EU 탈퇴협정에 공식 서명을 마치고 오는 31일 브렉시트만을 남겨두고 있다. 진통 끝에 EU와 결별한 영국이 홀로서기에 성공할지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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