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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우한 폐렴 공포증’ 마스크 쓴 시민들 “명동 지나기 꺼려져요” [김기자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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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지도 ‘우한 폐렴 공포증’ / 마스크 쓴 시민들 사람도 피해 다녀 / 명동 약국마다 마스크 판매 불티…中 관광객 ‘마스크 싹쓸이’ / 확진자 총 4명…정부, 감염병 위기경보 ‘경계’로 / ‘중국인 입국 금지’ 국민청원 51만여명

세계일보

서울 시내 한 병원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에 따른 공포증이 거리 풍경을 바꿔 놓았다.

28일 오후 중구 명동 약국마다 마스크가 불티나게 팔렸다. 약국마다 중국인 관광객들로 시끌벅적했다. 골목길에 있는 한 약국은 평소 한산했지만 이날만은 달랐다. 약국 문 앞에는 마스크 박스가 사람 키 높이만큼 쌓여 있었다. 관광객들은 박스에 담긴 마스크를 고르기 여념이 없었다. 일부 관광객은 혼자서 들기 힘들 정도로 큰 마스크 박스째 구매한 뒤 사라지는가 하면 또 다른 관광객은 대형 비닐 봉투에 마스크를 손에 잡히는 대로 담기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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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확산 중인 가운데 28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약국에서 한 관광객이 마스크를 고르고 있다.


명동 거리를 곳곳에는 화장품 상인들도 두꺼운 패딩과 마스크 쓴 채 마스크팩을 들고 호객을 하고 있었다. 상인들은 중국 관광객으로 보이는 여성들 소매를 잡다시피 하며 매장 안으로 들어가자고 권하는 모습도 쉽게 눈에 띄었다. 일부 시민들은 중국 단체 관광객들을 피해 멀찌감치 떨어져 빠른 걸음으로 지나가며 경계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마스크 안 쓴 사람들 찾는 게 더 쉬울 정도

영화관·백화점 등 버스 정류장은 물론이고 지하철 등에서도 마스크를 쓴 사람보다 안 쓴 사람들 찾는 게 더 쉬울 정도였다. 국내서도 우한 폐렴 공포증이 점점 확산되면서 길거리엔 마스크를 쓰고 활동하는 시민들 쉽게 눈에 띄었다. ‘우한 폐렴 공포증’ 점차 확산 되면서 시민들은 혹시 모를 감염 가능성에 경계를 늦추지 않는 모습이었다.

김모(37)씨는 “외출은 최대한 자제 하려고 한다”며 “애 키우는 집이라 혹시나 모를 위험 때문에 사람도 많은 곳은 안 가려고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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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확산 중인 가운데 28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서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걷고 있다.


약국·편의점마다 마스크를 구매하러 매장에 방문한 손님들은 진열대 찾아 마스크를 뒤적이다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이날 만난 김 씨(45)씨는 “마스크를 착용해도 불안하다”며 “주변에 누가 오는 것도 불안하고 사람들이 붐비는 곳을 가지 않는 것이 최선의 예방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함께 있던 (47)씨는 “계속해서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며 “언제 어떻게 될지 몰라 불안하기만 하다”고 걱정된 목소리로 말했다.

‘우한 폐렴 공포’ 어학당…“학교 오지말라”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공포가 확산되면서 연세대, 고려대 등 국내 대학들이 잇달아 임시휴교를 결정하거나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이날 연세대에 따르면 이 학교 한국어학당은 이날 하루 동안 임시휴교에 들어갔다. 연세대 한국어학당은 이날 우한 폐렴 확산 대응책과 향후 휴교 연장 여부 등에 대해 논의를 계속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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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확산 중인 가은데 28일 오후 서울 중구 한 백화점 입구에는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걷고 있다.


연세대 한국어학당 관계자는 이날 “오늘 하루 휴교 결정을 내렸다”며 “1차 회의가 오늘 오전 진행 중이고 2차 회의를 거친 뒤 결과를 학생들에게 공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설 연휴 동안 얼마나 많은 학생이 외국에 나갔다 왔는지 파악하는 데 시간적 여유가 필요한 만큼 회의가 얼마나 오래 이어질지는 모르겠다”며 “정말 필요하다면 휴교 기간이 연장될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중국인 입국 금지’ 국민청원 51만여명…이틀 새 30만 증가

이른바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중국인의 입국을 금지해달라는 국민청원 동참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기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 청원에는 51만여명이 서명했다. 이 같은 속도는 설 연휴를 거치며 초기 1명이었던 확진 환자가 총 4명으로 늘어나면서 불안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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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확산 중인 가은데 28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약국 앞에는 마스크 박스가 쌓여 있다. 그 앞으로 마스크를 착용한 관광객들이 지나가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첫 확진자는 지난 19일 입국한 35세 중국인 여성으로, 20일 확진 환자로 판명됐다.

이어 24일에는 55세 한국인 남성이 두 번째 확진자로 확인됐다. 이어 26일과 27일 연달아 50대 한국인 남성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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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이 확산 중인 가운데 28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약국에서 한 관광객이 마스크 구입한 뒤 박스를 들고 나오고 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27일 네 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환자가 발생함에 따라 질병관리본부 위기평가회의를 거쳐 감염병 위기경보를 ‘경계’단계로 격상했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감염병 위기경보 ‘경계’ 단계를 선포한 건 2009년 7월 21일 신종 인플루엔자 때 이후 10년6개월여 만이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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