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8 (목)

'선거개입 기소' 보고한 날 "안팎 의견 수렴하라"는 법무부... "총장 결단 막겠단 것"

댓글 3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조선일보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청와대의 하명 수사·선거 개입 사건 수사팀이 28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기소 의견을 보고한 가운데, 추미애 법무장관은 같은 날 검찰에 '중요 사건 처리는 검찰 내·외부의 의견 수렴을 거치라'고 지시했다. 검찰 안팎에선 "윤석열 검찰총장 결단으로 사건을 매듭짓지 말라는 가이드라인"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법무부는 28일 대검찰청을 비롯한 전국 검찰청에 '검찰 사건처리절차의 합리적 의사결정 관련 당부'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공문 하달 소식은 이날 오후 7시 25분쯤 출입기자단에 전달됐다.

공문에는 "중요 사안의 처리에 관한 합리적 의사 결정과 국민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대검 스스로 마련해 시행 중인 ‘부장회의 등 내부 의사 결정 협의체, 검찰수사심의위원회 등 외부 위원회’를 적극 활용해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합리적인 사건 처리가 이뤄지도록 이행에 만전을 기하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 예규에 따르면, 대검과 각 검찰청은 중요 사안 처리 관련 기소나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을 합리적으로 결정하기 위해 각 청에 부장회의, 전문수사자문단을 둘 수 있다. 검찰총장은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의 경우 기소, 구속영장 청구 여부는 물론 수사 계속 여부까지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수사심의위원회 안건에 부칠 수 있다.

법무부는 안태근 전 검사장의 서지현 검사에 대한 인사 보복 혐의(직권남용) 사건, 강원랜드 수사 외압 의혹 사건 때 각각 수사심의위, 전문자문단이 활용된 사례를 들었다.

그러면서 "최근 검찰 사건처리절차의 의사 결정 과정을 둘러싼 논란이 발생하고 언론에 보도되며, 검찰을 바라보는 국민들로서는 불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형사 사건에서는 실체적 진실 규명 못지 않게 절차적 정의가 중요하고, 검찰이 사건 처리 과정에서 검찰청법 및 위임전결규정 등의 절차를 준수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법무부는 최근 서울중앙지검 조국 사건 수사팀이 윤 총장의 지시에 따라 이 지검장 결재 없이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기소한 것과 관련 "날치기 기소"라며 강하게 비난했다. 수사팀에 대한 감찰까지 예고했다. 법조계에서는 그러나 검찰청법상 지휘·감독권이 보장된 윤 총장 재가 아래 이뤄진 기소를 감찰 사안으로 보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이런 가운데 선거 개입 수사팀은 이날 이 지검장에게 일부 핵심 피의자들에 대해 수사팀이 교체되는 다음 달 3일 이전 기소하는 방안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속영장까지 청구됐던 송병기 전 울산시 부시장, 하명 수사 연루 의혹이 짙은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등이 기소 대상으로 거론된다.

수사팀은 비교적 혐의가 뚜렷하다고 판단되는 피의자들을 우선 기소한 뒤, 아직 검찰 소환에 불응하고 있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 등에 대해서는 후속 수사팀이 보강 수사하는 방안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내부에서는 "법무부가 선거 개입 사건 처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한 검사는 "윤 총장 결단으로 기소 여부를 정하지 말라는 것"이라면서 "일선 수사팀이 기소 의견을 낸 마당에 내부 회의를 더 하자는 것은 아닐테고, 외부 위원회로 수사팀이 교체될 때까지 시간을 벌자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수사심의위의 경우 검찰총장 직권 외에 수사 대상자가 담당청 검찰시민위원회를 통하거나, 해당 청 검사장의 서면 요청으로 소집된다. 다만 검찰시민위를 통할 경우 관할 고검 산하 시민위원들로 구성된 부의심의위원회를 거쳐야 해, 이 지검장이 윤 총장에게 서면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

법무부 측은 공문의 성격이 문건 이름처럼 '당부'인지, '지시'인지 묻는 질문에 "지시와 당부 두 가지 성격을 다 갖고 있다"면서도 "과거 사례를 참조해 사건 처분 때 재고해달라는 액면 그대로 이해해달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홍다영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