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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평택 네번째 확진자, 허술한 방역망 탓에 5일간 동네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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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네번째 확진자가 발생한 경기 평택시의 365연합병원. '병원 사정으로 문을 닫는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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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네번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진자가 증상 발현 이후 동네 의원을 찾았지만, 여기서 걸러지지 않은 바람에 닷새 동안 동네에 머무른 것으로 드러났다. 지역사회 방역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8일 질병관리본부ㆍ평택시에 따르면 네번째 우한 폐렴 확진자인 한국인 남성 A(55)씨는 지난 20일 우한발 인천행 직항 항공편을 타고 귀국했다. 귀국할 때만 해도 별다른 증상이 없었다. 그러다 다음날인 21일부터 콧물과 몸살 기운이 생겼고 이 때 경기도 평택시 365연합의원을 방문했다. 하지만 A씨를 진료한 의료진은 보건당국에 A씨를 신고하지 않았다.

진료 당시 의료진은 사용하는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를 통해 A씨가 중국 우한시를 다녀왔다는 정보를 받았다. 하지만 진료 과정에서 A씨에게 우한 방문 이력을 확인했지만 명확한 답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A씨는 치료만 받은 채 귀가했고 25일 발열과 근육통 등 증상이 심해지자 다시 해당 의원을 찾았다. A씨는 이때서야 병원에 “우한에 다녀왔다”고 밝히고 진료를 받았다.

의료진은 진료 뒤 A씨를 보건당국에 신고했고 A씨는 능동감시 대상자로 분류됐다. 그리고 이튿날인 26일 근육통 악화로 보건소 선별진료소에 간 A씨는 폐렴 진단을 받고 격리됐다. 병원과 환자간의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은 탓에 닷새간 확진자가 지역사회에 그대로 머무르게 된 것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병원에서도 DUR에 이 환자가 우한을 다녀왔다라는 정보가 떠서 그것을 확인했고 환자에게 ‘우한시를 다녀왔냐’고 물었는데 환자가 명확하게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며 "증상도 경증이고 본인이 ‘중국을 다녀왔다’ 이런 식으로 답을 했다는게 의료기관의 진술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의원에서) 폐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의심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두 번째 방문할 때는 본인이 우한 방문 이력을 이야기했고, 그래서 신고를 하게 됐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만약 의원에서 A씨를 처음 진료했을 때 그의 우한 방문 이력을 확인했더라도 A씨를 격리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26일 환자ㆍ의심환자를 정의하는 기준(환자 사례정의)을 개정했지만, 이전 기준에 따르면 의료진이 A씨를 신고할 근거가 없다.

기존 기준에 따르면 ‘우한시를 다녀온 뒤 14일 이내 발열과 호흡기 증상(기침 등)이 나타난 사람’만 조사대상 유증상자에 해당한다.

정 본부장은 “환자가 의료기관을 처음 방문했을 때는 발열과 호흡기 증상이 없었기 때문에 일반적인 기타 환자로 분류된다”며 “신고대상이나 관리대상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증상은 객담(가래)이 별로 없는 마른기침과 인후통, 숨 가쁨, 호흡곤란이 특징”이라며 “이런 증상을 위주로 호흡기 증상을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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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폐렴’ 네 번째 확진자 이동 경로.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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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감염병인 만큼 환자 사례정의가 계속 개정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보건당국이 의심환자의 범위나 증상을 너무 좁게 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은 면하기 어렵게 됐다.

새로 개정된 사례정의도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한의사협회는 28일 서울 용산구 협회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증상자 기준 증상인 ‘폐렴’은 의료현장에서 적용하기 어렵다. 확진환자의 임상 양상을 사례 정의에 지속해서 반영해달라”고 요구했다.

현재 조사대상 유증상자 기준은 ‘중국을 다녀온 후 최근 14일 이내에 영상의학적으로 확인된 폐렴이 나타난 자’다.

의협은 “현재는 흉부 방사선 촬영을 통해 폐렴이 확진돼야 유증상자로 분류할 수 있다. 하지만 폐렴 진단은 한 번의 흉부 촬영만으로 불가능한 경우도 있고 혈액검사나 객담검사와 같은 보조적인 검사 결과도 참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건당국이 확정한 영상의학적 폐렴 진단 기준은 현장에서 매우 적용하기 힘들다”라며 “현재 확진자에서는 발열과 호흡기 증상 이외에 근육통이나 오한 등 다른 증상들이 보고되고 있다”며 “이런 정보를 의료계와 공유해 달라”고 강조했다.

이에스더 기자, 평택=최모란 기자 etoi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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