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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영국, 화웨이 5G 장비 일부 허용키로...미국 설득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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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화웨이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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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가 5세대(5G) 이동통신망 구축 사업에 중국 화웨이 장비를 일부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네트워크 핵심 부문에서는 배제하고 비핵심 파트에서도 화웨이 장비의 점유율을 35% 이하로 제한하기로 했다.

BBC와 가디언 등 영국 언론은 28일(현지시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이날 국가안보회의(NSC)를 열고 5G 통신 네트워크 공급망에 관한 검토 결과를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화웨이를 ‘고위험 공급업체’로 지정해 5G 네트워크의 핵심 부문과 핵시설이나 군사시설 등 민감한 분야에서는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기로 했다. 반면 비핵심 부문에서는 화웨이 장비 사용을 허용했다. 다만 시장 점유율이 35%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니키 모건 문화부 장관은 “우리는 가능한 한 세계 최고 수준의 연결성을 원하지만 국가 안보를 대가로 해서는 안 된다”면서 “고위험 공급업체는 우리의 민감한 네트워크에 절대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핵심 부문에는 사용하지 않는다는 안전장치를 걸고 화웨이 장비 사용을 일부 허용한 영국 정부의 이 같은 결정은 화웨이 장비를 배제하라는 미국의 요구와 신속한 5G 통신망 구축이라는 영국의 필요 사이에서 절충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화웨이가 5G 통신망을 통해 민감한 정보를 빼내갈 수 있다면서 영국을 비롯한 동맹국에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할 것을 요구해왔다. 미국은 화웨이 장비를 허용하는 국가와는 정보 공유를 중단하겠다고 경고해왔다. 영국은 영어권 5개국 기밀정보 공유 동맹체인 ‘파이브아이즈’(Five Eyes)의 일원이다. 그러나 영국은 화웨이 장비를 전면 배제할 경우 영국의 5G 기술 개발 속도가 2~3년 지연돼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화웨이 영국의 빅터 장 최고경영자(CEO)는 “화웨이는 5G 구축과 관련해 고객과 계속 일할 수 있다는 영국 정부의 확인에 매우 안심했다”면서 “이는 영국이 세계 최고의 기술에 접근하도록 하면서 경쟁적인 시장을 보장해 준다”고 환영했다. 영국 정부 관계자는 가디언에 “영국의 사이버 보안 전문가들은 전 세계 어느 국가보다 화웨이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서 영국이 화웨이의 잠재적 위험을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은 영국이 오는 31일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미국과 무역협정을 맺어야 하는 민감한 시점에서 나왔다. 영국은 미국이 보복관세를 경고한 디지털세와 관련해서도 오는 4월 예정대로 디지털세를 시행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화웨이 장비 일부 허용 결정으로 미국의 분노를 자극할 우려가 있다. 가디언은 존슨 총리가 오는 30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미국을 설득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앞서 존슨 총리는지난 27일 “5G 기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소비자 이익을 국민에게 제공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우리에게 분명히 주어진 길”이라면서 “중요 인프라와 안보, 정보강대국들과 협력하는 능력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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