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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원종건 영입해 ‘이남자’ 표심 잡으려다 ‘이여자’ 놓친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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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지도부, 의혹 제기에 “원씨 사생활” 일축하며 검증 소홀… 20대 여성 지지층 분노
한국일보

미투 논란이 제기된 더불어민주당 두 번째 영입인재인 원종건씨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영입인재 자격을 자진 반납하겠다고 밝힌 뒤 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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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12월 29일 발표한 영입인재 2호 원종건(27)씨는 4ㆍ15 총선을 앞두고 ‘이남자’(20대 남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회심의 카드였다. 그러나 원씨가 정치권에 발을 들인 지 약 한 달 만에 성폭력 가해 혐의자로 추락하면서 민주당은 ‘이여자’(20대 여성)들의 마음까지 놓치게 됐다. 민주당이 원씨 검증을 소홀히 한 결과다.

원씨 영입을 전후해 민주당엔 원씨 관련 제보가 여러 건 접수됐으나, 당 지도부는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달 본보가 민주당에 관련 문의를 했을 당시, 당 관계자는 ‘원씨의 사생활’이라는 취지로 답했었다. 자칭 ‘페미니스트 정부’의 국정 파트너인 집권 여당이 ‘성인지 감수성’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원씨도 본보 인터뷰(1월 7일자)에서 “검증 과정에서 ‘부적합’ 판정이 나오면 정치를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민주당의 원씨 영입은 전 세대 중 유난히 여권에 싸늘한 20대 남성의 표심을 겨냥한 것이었다.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이 문화일보 의뢰로 지난 12, 1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20대 남성들의 민주당 지지율은 20.7%에 그쳤다. 민주당에 대한 호감도(41.2%)보다 비호감도(49.9%)가 높게 집계되기도 했다. 같은 조사에서 20대 여성의 민주당 호감도는 63.7%, 비호감도는 28.2%였다. 실제로 민주당은 원씨를 영입인재 1호로 선정할 것을 고민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이남자’에만 공을 들이는 것을 놓고 “2030 세대 여성은 홀대한다”는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더구나 민주당이 그간 영입한 여성들은 발레리나 출신의 장애인 대학교수, 경력 단절을 사법시험으로 극복한 변호사 등이라는 점에서 ‘영입 기준부터 성차별적’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논란을 무릅쓰면서 남성 표심에 구애하려 했던 민주당은 그러나 ‘이남자’도 ‘이여자’도 놓칠 처지가 됐다.

이 같은 인사 참사가 벌어진 것은 허술한 검증 시스템 때문이었다. 김성환 당 대표 비서실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검증 단계에서는 문제를 인지하지 못했다. 구두로 확인했을 때 본인이 문제가 없다고 했다”며 사과했다.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자세한 여론조사 개요 및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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