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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수사팀, 백원우·송철호 기소 결재 요청… 이성윤 또 버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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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총장 "내달 3일 인사발령전 울산선거 사건 처리하라" 지시

수사팀 어제 3차례 李지검장 찾아갔지만, 李 "검토하겠다" 말만

법무부 "검찰 중요사안 수사심의위 활용"… 尹 패싱 명분 제공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이달 말쯤 송철호 울산시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등을 불구속 기소키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최근 "혐의가 충분히 입증된 인사들부터 중간 간부 인사 발령(내달 3일)이 나기 전에 순차(順次)적으로 기소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소에 앞서 송철호 시장에 대해선 29일 오전 두 번째 소환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수사팀은 주임검사가 서명한 주요 피의자 공소장을 작성해 이날 오전과 오후 세 차례에 걸쳐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찾아가 '기소 처리를 하겠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지검장은 "(서류를) 보겠다"고 하면서 결재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수사팀은 설 연휴 전인 지난 22일에도 이 지검장에게 같은 방침을 보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성윤, 결재 요청 또 뭉개

이 지검장은 지난 22일 최강욱 공직기강비서관 불구속 기소를 놓고 결재 요청을 뭉개다가 휘하의 '조국 비리' 수사팀과 대치한 바 있다. 최 비서관 경우처럼, 송 시장 등에 대한 기소가 차장 전결(專決)로 이뤄진다면 법무부와 대검은 또다시 충돌할 수 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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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수사팀은 송 시장, 백 전 비서관, 황 전 청장 외에도 송병기 전 울산시 부시장, 문모 전 민정비서관실 행정관, 장환석 전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등을 이달 말 불구속 기소할 예정이다. '4월 총선'이 임박한 만큼 이들을 '1차 기소'하고,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은 총선 후에 수사를 계속하겠다는 뜻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소환 통보를 '무시'해왔던 이광철 민정비서관에 대한 기소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비서관이 최근 검찰 측에 출석 의사를 밝히면서 기소 여부를 추후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돌연 "수사심의위 활용하라"

이날 신봉수 중앙지검 2차장은 오전 11시 이성윤 지검장을 찾아가 수사팀의 의견을 전달했다. 수사를 진행해온 김태은 공공수사 2부장, 이상현 울산지검 공공수사부장도 배석했다. 수사팀은 1시간에 걸쳐 이 지검장을 설득했지만 이 지검장은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수사팀은 오후 2시 13분쯤 1시간 40분 동안 다시 이 지검장에게 대면(對面) 보고를 했다. 김성훈 대검 공안수사지원과장도 함께 들어갔다. 법조계 관계자는 "수사팀의 결재 요구가 검찰총장 지시에 따른 것이란 점을 명확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 지검장의 반응은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이후 김태은 부장만 따로 이 지검장을 찾아가기도 했다. 수사팀은 결재를 기다리며 사무실에서 대기했지만 이 지검장은 오후 10시 20분쯤 퇴근했다.

이번 기소 역시 윤 총장 지시를 받은 신봉수 2차장 전결로 이뤄질 경우, 청와대와 법무부의 반발과 공세는 거셀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이날 오후 7시 25분 법무부는 갑자기 전국 66개 검찰청에 공문을 보냈다는 사실을 기자단에 공개하고 "중요 사안 처리에 관한 국민 신뢰를 제고하기 위해 (외부 인사가 참여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 부장회의 등 내부 협의체를 적극 활용하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그러자 검찰 내부에선 "이성윤 지검장이 윤 총장의 '기소' 지시를 거부하고 사건을 뭉갤 명분을 법무부가 만들어주려는 것"이라며 "이번 사건처럼 사건 내용이 방대하면서 수사 보안이 요구되는 경우에는 적절치 않다"는 비판이 나왔다.

법조계에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기소를 막을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개별 사건에 대해 법무장관은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할 수 있다. 그러나 "노골적인 정권 수사 방탄용"이란 비판과 함께 정치권에서 "특검 도입" 요구가 거세질 수 있다.

한편, 선거 개입 수사에 참여했다가 이번에 울산지검 형사5부장으로 전보된 김성주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3부장검사는 이날 사의를 밝혔다. 울산지검 형사5부(공공수사부)는 그가 이미 부장으로 한 차례 근무했던 곳으로 "명백한 좌천"이란 말이 나왔었다.





[이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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