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날 오후 3시쯤 회사원 최모(여·24)씨는 명동역 인근에서 마스크를 쓴 채 쉴 새 없이 전화를 돌리고 있었다. 통화 내용은 매번 똑같았다. "여보세요? 약국이죠? 지금 가면 손 소독제 살 수 있나요?" 최씨는 기자에게 "부장님 지시로 사무실에 비치할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사러 왔는데, 구하지 못해 큰일 났다"며 "인근 약국 3곳에 들렀지만 모두 매진됐고, 다른 약국들에도 전화했지만 남은 곳이 없다"고 했다. 종로·강남 등의 약국도 사정은 비슷했다.
28일 오전 서울 명동의 한 약국 앞에 마스크가 들어 있는 상자가 높이 쌓여 있다. 박스째로 마스크를 산 손님이 가게 문을 나서고 있다. /장련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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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터미널 내 편의점에서도 마스크는 갖다놓기 무섭게 사라졌다. 입출국하는 중국인들이 마스크를 뭉텅이로 집어갔고, 내국인들도 귀갓길에 착용할 마스크를 사갔다. CU 편의점 인천공항터미널 2호점 최경웅(28) 점장은 "하루 100개면 충분하던 마스크가 요 며칠 사이 1000개를 갖다놔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온라인 유통업체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G마켓의 1월 24~27일 마스크 판매량은 전주 같은 기간보다 92배 늘었다. 액상형 손소독제도 같은 기간 판매량이 166배 급증했다. 옥션에서 팔린 마스크 역시 전주 같은 기간보다 28배 늘었다.
'우한 폐렴 공포'를 이용해 가격을 올리는 상술도 등장했다. 서울 시내 한 약국은 4000원이던 에탄올 손소독제 가격을 하룻밤 새 5500원으로 올렸다. 이 약국에 다녀간 소비자는 인터넷에 "약국에 물었더니 '물건이 몇 개 안 남아서 가격을 올려 팔았다'고 했다"고 썼다.
중국인 유학생들이 공부하는 국내 대학 어학당에도 비상이 걸렸다. 고려대·연세대·서강대 등 대학의 외국인 어학당들은 우한 폐렴 대비책으로 다음 달 초까지 휴원(休院)을 선언했다. 서울 남산 관광과 패키지로 묶여 중국 관광객들 발길이 이어졌던 동국대 캠퍼스 투어 프로그램 역시 중단됐다.
[원우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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