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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노조 추천 이사제'와 맞바꾼 기업은행장 출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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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윤종원〈사진〉 신임 IBK기업은행장이 '노조추천이사제 추진' 등 노조의 요구사항을 모두 받아들이며 27일 만에 정식 취임식을 갖게 됐다. 노조는 '낙하산 인사 근절'을 윤 행장 출근 저지 투쟁의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노사합의문엔 '노조 동의 없는 임금체계 개편 불가' '희망퇴직 문제 조기 해결' '휴직 및 휴가 확대' 등 직원 복지와 관련한 조항이 대부분이었다. 윤 행장이 여당과 한국노총이 체결한 낙하산 근절 정책 협약에 발목 잡혀 사실상 백기투항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업은행은 윤 행장이 29일 서울 을지로 본점 집무실로 첫 출근 해 취임식을 갖고 정상 업무에 들어간다고 28일 밝혔다. 지난 3일 임기를 시작한 지 27일 만에 정상 출근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앞서 윤 행장은 지난 27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김형선 노조위원장과 만나 노사 공동선언문에 서명했다. 공동선언문엔 노조추천이사제 적극 추진, 임원 선임 절차 개선, 노조가 반대하는 임금체계 개편 추진 불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 자리에는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참석했다. 이 원내대표는 "한국노총과 우리 당은 낙하산 근절 및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하기로 정책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며 "기업은행장 임명 과정에서 이런 합의가 안 지켜졌다는 지적에 대해 민주당을 대표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 행장이 받아들인 노조추천이사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노동 이사제'의 연장선으로, 한국노총 산하인 금융노조가 요구해 온 제도다. 최근 수출입은행이 추진했지만 노조의 과도한 경영 개입에 대한 우려로 재계에서도 도입하지 않는 제도를 국책은행이 나서서 추진한다는 지적이 많아 결국 무산됐다.

결국 여당이 한국노총과 체결한 낙하산 인사 정책 협약이 노조의 윤 행장 출근 저지 명분이 됐고, 윤 행장은 이런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노조추천이사제와 정상 출근을 바꿔치기한 셈이 됐다.





윤진호 기자(jinh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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