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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낙하산' 자인에 노조추천이사제까지…노조에 굴복한 당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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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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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7일 중구 명동 은행회관 14층에서 당정과 기업은행 노사 관계자들이 만나 '노사 공동선언'에 합의했다. (사진 오른쪽부터 왼쪽으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은성수 금융위원회 위원장, 윤종원 기업은행장,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 당선인,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당선인/사진제공=기업은행 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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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이 '유감' 표명을 넘어 노동추천이사제 도입 등 IBK기업은행 노조의 요구사항을 다 들어주기로 하면서 기업은행장 논란이 일단락됐다. 더불어민주당이 '낙하산 인사'를 자인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4월 총선을 앞두고 노동계와 전면전을 피하기 위해 정무적 판단을 한 것인데, 노조에 굴복하는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는 지적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이날 서울 을지로 본점에 출근한 뒤 오전 9시30분 취임식을 갖는다.

윤 행장 취임 27일 만에 이번 사태가 타결에 이른 건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명하면서다.

이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기업은행장 선임 과정에서 소통이 부족했고, 협의가 충실히 지켜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민주당을 대표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새해 기자간담회에서 "인사권은 정부에 있다"며 기업은행장 임명을 둘러싼 '낙하산' 논란을 일축했던 것과 결이 다르다. 오히려 낙하산 인사를 내려 보낸 것을 인정한 것에 가깝다.

이를 두고 기업은행 사태 장기화에 부담을 느낀 청와대를 대신해 당이 총대를 멨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홍배 신임 금융노조위원장 당선자가 정책협약 파기를 내세우며 기업은행 노조의 출근저지투쟁에 가세한 데 이어 한국노총 새 위원장으로 뽑힌 김동명 당선인까지 기업은행 노조를 거들면서 총선을 앞둔 민주당의 압박감이 컸다는 것이다.

이 원내대표는 노조에 대한 입장을 언급한 뒤 "한국노총과 금융노조에 변함없는 연대를 요청했고 총선에서도 민주당과 함께 해줄 것을 요청했다"며 "'비 온 뒤 땅이 굳는다'는 말처럼 한국노총과 민주당은 한차원 높은 협력 관계를 지속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결국 노동계의 반발을 무마하고 선거에서의 악영향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임을 시사한 것이다.

문제는 당정이 유감 표명을 넘어 노조의 핵심 요구사항들을 전부 다 들어줬다는 점이다.

기업은행 노사 공동선언에는 △희망퇴직 문제 해결 △노조 동의 없는 직무급제 도입 등 임금체계 개편 금지 △임원 선임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 개선 △노조추천이사제 유관기관과 협의 후 추진 △정규직 일괄전환 직원의 정원통합 △인병 휴직(휴가) 확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선언적이긴 하지만 노조추천이사제 추진, 임원선임 과정 개선 등 노조의 핵심 요구사항이 대부분 반영됐다. 노조의 과도한 경영 개입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은 직원 복지와 경영 등 대다수의 문제가 노사 간 합의로 해결되지 않는다. 정부와 정치권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총선에 쫓긴 당정이 이번 합의로 노조의 손을 들어준 꼴이 됐다. 기업은행 노조와 윤 행장이 지난 27일 '노사 공동선언'에 합의할 때, 그 자리에 이 원내대표와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함께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노동계의 압박에 굴복해 당정이 나쁜 선례를 남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의 인사권을 강조하던 문 대통령의 스탠스를 민주당이 뒤집으면서 한국노총, 금융노조, 기업은행 노조 등에 끌려 가는 모양새가 됐다"고 우려했다.

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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