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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팩트체크]“1명이 14명에 옮긴다” "눈만 마주쳐도 감염"… '우한 폐렴' 소문 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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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우한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되면서 온라인 공간을 통해 사실 확인이 안 된 소문도 덩달아 퍼지고 있다.

29일 소셜미디어(SNS)에 ‘우한폐렴’ ‘코로나바이러스’ 등 해시태그(#)를 입력하면 10만 건 이상의 게시물이 검색된다. ‘국내 감염자 이동경로’라며 사실과 다른 동선(動線)을 공유한 글부터 "감염자 1명이 최소 14명에게 바이러스를 옮긴다" "눈으로도 감염이 된다" "국내 입국한 중국인 감염자의 치료비용은 한국 정부가 부담한다" 같은 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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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허베이성에서 일하는 간호사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올린 영상. 1명이 감염되면 주변 14명 이상이 추가 감염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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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중심으로 유포 중인 내용에 대해 보건당국과 의료전문가들은 "대부분 사실이 아니다"라고 했다.

질병관리본부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관련해 방역 대응과 함께 정보도 투명하게 공개하고자 한다"면서 "시민들이 예방하려는 자세를 보이는 것은 좋지만, 확인되지 않은 소문까지 퍼뜨리는 것은 오히려 대응을 어렵게 한다"고 당부했다.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은 질병관리본부와 의학계 전문가에게 문의해 온라인에 퍼진 각종 궁금증의 진위를 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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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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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1명이 적어도 14명에게 옮기나? → X
‘감염자 1명이 14명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한다’는 소문은 지난 24일 올라온 한 유튜브 영상에서 비롯됐다. 자신을 "중국 후베이성에서 일하고 있는 간호사"라고 주장한 남성은 "중국 전역에서 현재 9만명이 감염됐고, 전염자는 주변에 적어도 14명을 한 번에 감염시켜 버린다"며 "현재 후베이성의 모든 의료 시스템은 정부에 의해 은폐되고 있다"고 했다. 이 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삽시간에 퍼지며 ‘우한 폐렴’의 전파력에 대한 소문도 커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예비 R0 추정치’를 1.4~2.5로 제시했다. R0는 바이러스의 ‘재생산 지수’이다. 전염병의 사람간 전파력을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WHO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1.4~2.5명 수준으로 전파되는 것으로 보인다. 독감과 유사한 수준(2~3명)으로 보면 된다.

다만, 일각에선 "WHO의 예비 R0 추정치보다 전파력이 강할 수 있다"는 주장은 거듭 제기되고 있다. 2002년 발생한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경우 1000명의 확진자가 나오기까지 약 4달이 걸린 반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는 25일 만에 확진자가 1000명 나온 만큼 전염성이 예상보다 더 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질본은 "현재 정확한 전염성은 계속 파악하는 단계이지만, ‘10명 이상’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했다.

Q. 잠복기 중에도 전염이 가능한가? → △
중국 정부는 지난 26일 "우한 폐렴이 잠복기(1~14일) 중에도 타인에게 전염이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잠복기 전염 가능성을 열어놨다. 크리스티안 린트마이어 WHO 대변인은 28일(현지 시각) 유엔 제네바 사무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직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어 조사가 좀 더 필요하다"고 전제한 뒤 "무증상 감염자도 바이러스를 옮길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우리 보건복지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고, 중국 측에 과학적 근거를 요청했다"는 입장이다.

‘잠복기’는 바이러스가 체내에 들어와 수를 늘리는 단계다. 바이러스 수가 증식된 뒤 고열, 기침 등 증상이 나타나고, 증상이 심할수록 전염력도 높아진다. 이상엽 고려대 안암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잠복기에 전염이 가능한 감염병은 존재하지만, 중국 정부가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특히 잠복기에는 바이러스의 ‘양’이 많지 않아 전염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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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인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서 중국발 항공기 탑승객 등이 발열검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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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숨만 쉬어도, 눈만 마주쳐도 감염된다? → X
"감염자가 숨만 쉬어도 전파된다"는 소문도 과장된 측면이 있다. 감염자의 타액·콧물 등 오염된 체액을 손으로 만지고 입이나 코 등에 비비면서 전파되는 과정이 대부분이다. 이상엽 교수는 "특히 감염자의 손에 바이러스가 많이 묻어있고, 감염자가 만진 물건을 비감염자가 만지며 전파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 ‘손 씻기’를 강조하는 것은 이때문이다"라고 했다.

"눈만 마주쳐도 전염된다"는 소문은 감염자의 체액 내 바이러스가 눈에 튈 경우 옮겨질 수 있다는 내용을 과잉 해석한 것이라고 한다. 특히 밀폐되고 좁은 공간에선 환자가 기침하면서 ‘에어로졸’(Aerosol·떠다니는 미세한 입자) 형태로 체액이 옮겨지는 경우가 존재할 수 있지만, 대체로 "중증 환자와 장시간 접촉할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이진서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마스크 착용 등 예방 활동은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기침 한 번에 바이러스가 삽시간에 퍼지는 식의 괴담도 믿을 것이 못 된다"고 했다.

Q. 60대 이상 연령대만 ‘중증 환자’로 이어진다 → X
중국 정부가 공개한 우한 폐렴 사망자 100여 명의 연령대는 모두 60세 이상이었다. 이 발표 이후 60대 이상은 사망·영구장애 등 이 바이러스로 인해 ‘중증환자’가 될 수 있지만, 젊은 층은 감기처럼 앓고 지나간다는 소문이 돌았다.

젊은 사람의 면역 체계가 고령자에 비해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중증 장애 가능성을 아예 배제하긴 어렵다. 가까운 예로 2015년 유행한 ‘메르스’가 있다. 메르스는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 현상으로 인해 젊은 층에서 중증환자가 다수 발생했다. 이 현상은 신종 감염체가 체내에 들어와 면역계가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면역조절 물질인 사이토카인이 대량 분비돼 오히려 정상 세포까지 망가지는 걸 뜻한다. 이 현상이 발생하면 항바이러스 치료제도 제 기능을 못한다고 한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 교수는 "고령자가 더 위험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이토카인 폭풍과 같은 경우처럼 젊은 환자도 증세가 심각해질 수 있다"며 "연령에 관계 없이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중국 정부도 지난 26일 "바이러스의 변이가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나이별 위험도 역시 달라질 수 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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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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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확산 막는 가장 강력한 조치는 ‘입국금지’? → X
"질병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인의 국내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듭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법리적으로 "현 단계에선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2007년 발효된 국제보건규칙에 따르면, ‘질병 의심 환자나 감염자에 대한 입국 거부’ 정도가 정부가 할 수 있는 최대 조치다. 국제적으로 필리핀이나 북한처럼 입국 자체를 막는 것은 보건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았다는 반증이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입국을 막았을 경우 발생하는 ‘밀입국’이 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감염된 채 밀입국할 경우 동선 파악이 불가능해 접촉자 등을 관리하는 방역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최악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6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정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해 중국에서 들어오는 사람들에 대한 전면적인 입국 금지 조치 등도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중국의 환자 변화 추이를 시간 단위로 쪼개 관찰하고, 필요하다면 신속하게 중국 관광객에 대한 입국 금지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Q. 국내 중국인 치료 비용도 한국 정부가 부담한다? → O
국내 첫 확진 환자인 중국인 여성의 치료비를 우리 정부가 부담한 것은 사실이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염병 감염자의 경우 강제로 격리 치료를 받게 돼 있고, 이때 비용을 정부가 부담하도록 돼 있다.

질병관리본부 측은 "환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 감염병이 추가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치료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중국 정부도 과거 메르스 발병 당시 중국 현지에서 발병한 한국인 치료비용을 부담했다"고 설명했다.

[권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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