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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美, 親이스라엘 ‘중동평화안’에… 팔레스타인 강력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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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정착촌 주권 인정·‘팔’ 제한적 국가 수립 제시 / 트럼프 “양측 모두에 ‘윈윈’ 해법” / 네타냐후 “팔, 동의땐 곧바로 협상” / 외신 “정착촌, 유엔이 불법 규정해” / PA수반 “쓰레기통으로 보낼 것 / 예루살렘 흥정대상 아니다” 거부 / 팔레스타인 수천명 항의 시위도

세계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중동평화구상을 발표하면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손을 맞잡은 채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다. 워싱턴=EPA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요르단강 서안의 이스라엘 정착촌에 대한 이스라엘 주권을 인정하는 대신 새로운 정착촌 건설을 4년간 동결하고, 팔레스타인은 동예루살렘에 국가를 건설한다는 내용의 중동평화구상을 발표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지역 내의 ‘정착촌 인정’을 추구해온 이스라엘과 ‘완전한 국가 건설’이 목표였던 팔레스타인의 주장을 일정 부분 수용한 모양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이스라엘의 손을 들어준 것이어서 팔레스타인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대동해 중동평화구상을 발표하며 “양측 모두에 ‘윈윈’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역사적인 날”이라면서 팔레스타인이 동의한다면 이스라엘은 곧바로 협상을 개시할 뜻이 있다고 밝혔다.

이 구상은 팔레스타인 자치령인 요르단강 서안 지구(웨스트 뱅크)에서 이스라엘 정착촌에 대한 이스라엘의 주권을 인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팔레스타인자치정부와 협상이 이뤄지는 동안 향후 4년간 요르단강 서안에 새로운 정착촌을 건설하지 않도록 했다. 대신 팔레스타인 측에는 동예루살렘 일부 지역에서 수도를 포함한 국가를 건설하도록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기에 500억달러의 국제 금융을 제공하기로 약속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백악관은 양측에 대해 제안한 국경이 그려진 지도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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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 수반. 라말라 AP=연합뉴스


그러나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는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평화구상이 터무니없이 이스라엘에 편파적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수반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예루살렘은 흥정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팔레스타인 민족은 미국의 구상을 역사의 쓰레기통으로 보낼 것이다. 천번이라도 ‘노’(No)라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무장정파 하마스도 “예루살렘은 항상 팔레스타인인들의 땅”이라며 “팔레스타인은 이 거래에 맞서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팔레스타인 자치구역인 가자지구에서는 수천명이 미국의 중동평화계획 반대 시위를 벌이며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의 사진을 불태웠다.

외신들은 이번 구상에 대해 “유엔이 불법으로 규정한 요르단강 서안의 정착촌에 대한 주권을 인정하는 등 ‘친(親)이스라엘’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AP는 “이스라엘은 전략적 요충지인 요르단 계곡과 정착촌에 대한 주권을 유지하지만, 팔레스타인에 제공될 동예루살렘 지역은 콘크리트 장벽으로 분리된 가난한 곳”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팔레스타인을 지지해 온 터키 외무부는 “미국이 평화계획이라며 사산아를 낳았다”면서 “이번 구상은 2국가 해법을 무산시키고 팔레스타인 지역을 빼앗으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요르단강 서안은 이스라엘이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한 뒤 강제로 점령한 지역이지만 유엔 등 국제사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인 다수가 믿는 유대교뿐 아니라 기독교, 이슬람교의 성지이기도 하다. 유엔 등 국제사회가 예루살렘을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는 국제도시로 규정한 배경이다.

이스라엘은 예루살렘을 온전히 자신들의 수도로 삼기를 원한다. 예루살렘 동부를 미래 수도로 삼고 있는 팔레스타인은 이번 구상이 시행되면 수도가 현재 예루살렘의 경계 밖으로 밀려나고, 유대인 정착촌에 의해 고립되고 두 쪽으로 나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번 구상에 이스라엘의 점령으로 발생한 난민 귀환 요구가 반영되지 않은 것도 팔레스타인의 분노를 샀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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