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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우한 폐렴’사태 장기화 가능성 국내 기업 對中 수출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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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美·中 무역협상 진전·경기 개선에 / 수출 마이너스 행진 2월 종지부 기대 / 인적교류 중단 상황 中 내수시장 악화 땐 / 회복기미 보이던 ‘수출전선’ 타격 불가피 / 현지기업, 주재원 보호 등 대책마련 부심 / 다중시설 방문 기피… 유통업계도 초비상

세계일보

‘마스크 대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에 대한 불안감 확산 속에 29일 서울 시내 한 마트에서 마스크 일부 제품이 동나 진열대가 비어 있다. 이재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으로 인해 올해 대중 수출 회복에 기대를 걸었던 업계에 ‘적신호’가 켜졌다. 우한 폐렴 확산이 장기화하면 내수 부진과 중국 경제 둔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한국 기업은 바이러스의 확산 속도를 지켜보며 추가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사태가 장기화했을 경우 이를 돌파할 수단도 마땅하지 않다. 이미 우한 폐렴의 국내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면세점·백화점 등 다중이용시설을 중심으로 유통업계엔 비상이 걸렸다. 인구밀집 지역 방문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되면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과거의 사례가 이를 입증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15년 메르스 사태 발생 직후인 그해 6월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이 각각 11.9%, 10.2% 감소했다.

현지에 진출한 기업들은 더욱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이들 기업은 주재원 보호 등을 위해 본사 차원의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추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기업들은 해외출장이 예정됐던 직원들의 출장을 취소시키고, 향후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코트라(KOTRA) 등 일부 공기업과 민간기업은 설 연휴 동안 국내로 잠시 들어왔던 직원들에게 현지 파견을 명령하지 않고 있다. 우한 폐렴 사태가 불거지기 전에 중국에 출장자를 보냈거나 주재원이 머물고 있는 기업 대다수는 직원들의 귀국 조치를 내렸거나 이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등 일부 기업에서는 설 연휴 직전 광저우 등 중국 공장으로 출국한 직원이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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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 내 고정검역대에서 간호장교와 군의관이 검역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당초 정부와 기업들은 2018년 12월부터 시작된 13개월 연속 수출 마이너스 기록을 2월 수출에서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기대했다. 미·중 무역협상이 진전되면서 경기 개선의 조짐이 보이기도 했고, 지난해에 비해 조업일수가 3.5일 늘어나는 기저효과가 분명해질 것으로 예상됐다. 설 연휴와 휴일을 제외한 지난해 2월 조업일수는 19일(토요일은 오전에 통관절차를 실시하는 관세청이 있기 때문에 0.5일로 계산)이었지만 설이 지난 후인 올해 2월은 조업일수가 22.5일이다.

문제는 우한 폐렴으로 인한 여파가 장기화할 경우다. 현재 관광 등 인적교류가 중단된 상황에서 중국 내수 시장이 악화할 경우 기업들의 대중 수출 감소와 직결될 가능성이 크고, 중국 내 공장의 조업일수가 줄게 되면 중국 현지 공장에 부품 등 중간재를 공급하는 한국의 수출 실적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수출에서 대중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5.1%(1362억1300만달러)로 미국(733억4800만달러·13.5%), 베트남(481억7800만달러·8.9%)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수치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단장은 “현재 수출되고 있는 물량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우한폐렴으로 인한 면대면 비즈니스 교류가 끊긴 현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종국에는 중국에 크게 의존하는 국내 기업들의 수출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예측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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