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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TF초점] '원종건 미투' 고개 숙인 與지도부, 인재영입 주도권도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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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영입인재 2호 원종건씨가 데이트폭력 의혹에 휩싸여 자진 사퇴한 지 하루 만에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하지만 깜깜이 인재영입 시스템 지적이 나오며 영입 주도권 입지가 줄어들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이 대표. /국회=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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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청년 당원 챙겨야"·"여성 예비후보 적어 아쉬워" 목소리

[더팩트ㅣ국회=박숙현 기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29일 '이남자'(20대 남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해 영입한 원종건(27)씨 미투 논란에 고개를 숙였다. 야당의 공세는 누그러졌지만, 당 내부에서 현 인재 검증 시스템 지적이 잇따르면서 영입인재 주도권을 쥐고 있는 지도부 입지가 상대적으로 좁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 등 지도부는 데이트 폭력 의혹으로 사실상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영입인재 자격을 반납한 원 씨 사태에 이날 공개 사과했다.

이 대표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28일) 영입인재 중 한 분이 사퇴하는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며 "사실과 관계없이 인재영입위원장으로서 국민과 당원께 심려 끼쳐드린 점 송구하게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좀 더 세심하게 면밀하게 살피지 못해 국민에게 실망과 염려를 끼쳐드린 점이 있다면 사과한다"라고 했다.

원 씨가 자진 사퇴했던 전날(28일)까지만 해도 민주당은 관련 논란에 대한 사실관계가 이뤄져야 당이 공식적인 사과나 유감표명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원 씨 수사를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과 시민단체가 등장하고 피해 당사자가 언론에 직접 나서며 사태가 일파만파 퍼지자 고개를 숙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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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당에서는 피해 여성에 대한 사과와 함께 기존 청년 정치인부터 챙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달 29일 인재영입 발표회에서 원종건 씨와 악수를 나누고 있는 이해찬 대표 모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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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까지 여당을 날카롭게 꼬집었던 제1야당 자유한국당의 공세는 수그러든 모양새다. 이날 한국당 공개 회의에선 신보라 청년최고위원이 민주당과 원 씨를 향해 "청년정치에도 큰 상처를 입혔다. 청년정치에 상처를 입힌 데 대해서도 진심으로 사죄하시라"고 언급하는 데 그쳤다. 한국당 역시 원 씨 영입을 위해 사전 접촉했던 것으로 알려진만큼 쟁점을 이어가도 정치적 이득이 적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당 내부에선 원 씨 사태를 계기로 청년 당원과 여성 공천 확대에 대한 목소리들이 나오며 앞으로 인재영입 과정에서 입김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 청년미래연석회의 공동의장이기도 한 김해영 최고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선거 국면에서 영입인재에만 스포트라이트가 모아지고 공천에서 혜택을 받을 경우 자칫 그동안 당 내에서 열심히 준비해온 이들의 기회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 특히 청년 인재의 경우가 그렇다고 생각된다"며 "기존의 청년 당원들이 기회에서의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정당에서는 그동안 열심히 활동해 온 청년 당원들에게 기회를 주는 부분에도 많은 관심이 필요할 것"이라고 쓴소리했다.

여성 의원인 남인순 최고위원은 원 씨 사태에 대해 "강한 유감"이라며 "결코 쉽지 않았을 피해자들의 용기가 헛되지 않도록 당과 사회 각계와 정부, 온 국민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젠더폭력 근절을 위해서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수진 최고위원도 "피해자 분의 인권과 여성성은 소중하기에 보호받아야하고 당은 앞으로도 여성과 장애인, 노동소외 계층, 소수자에 대한 관심을 잃지 않겠다"고 했다. 원 씨 사태로 민주당 이탈 조짐을 보이는 '2030 여성'을 다독여야 한다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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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영 당 청년미래연석회의 공동의장이자 최고위원은 "기존 청년 당원들이 기회에서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기회를 주는 부분에도 많은 관심이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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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날 회의에서 원 씨 논란이 여성 공천 확대에 대한 논의로 이어지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최고위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여성 공천 확대 논의가 있었는지'에 대해 "여성 공천을 늘리자는 이야기는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공천관리위원회에 보고된 예비후보가 400여명이 넘는데 여성 비율이 많이 떨어져 아쉽다"라고 말했다.

원 씨의 뒤를 이을 인사도 관심사다. 민주당은 20여명 안팎의 인재영입을 다음 달 중순 전까지 마무리할 예정이었다. 인재영입은 검증 과정 기간만 2~3주가 소요된다.

이와 관련, 이재정 대변인은 최고위 후 기자들과 만나 20대 남성 추가 영입 가능성에 대해 "영입에 대해선 이미 상당히 축적된 제안들이 있다. 나름대로 진행해온 과정들이 있기 때문에 그런 수순대로 진행될 것"이라며 "어떤 직이 비었으니 대체하자는 식의 영입 인사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인재영입 시스템 보완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향후 이 대표와 소수 인재영입위원들의 인재영입 관련 입지는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인재영입은 이 대표가 인재영입위원장을 맡고 전략기획자문위원장인 최재성 의원, 양정철 민주연구원장 등이 비공개로 활동 중이다.

이 대변인은 향후 인사 검증 시스템 보완에 대해 "(지도부도) 다 비슷한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며 "김 최고위원이 말한 대로 당에서 오랜 기간 검증이 됐던 분들에 대한 역량에 힘주고 한편에선 새로운 사람의 정당 진입도 필요하다. 지금보단 더 철저할 필요가 있고 방법은 여러 차원에서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인재영입 시) 어느 정도의 판단 단위는 있을 수밖에 없는데 절충점에 대한 고민은 우리 당도 할 것"이라며 "결정 단위가 좁아지면 검증이 부족해질 수 있기 때문에 절충점을 찾는 과정이 될 것이다. 어떤 게 필요한가에 대한 논의는 조금씩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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