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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이슈 만화와 웹툰

영화 ‘히트맨’ 훌륭한 만화에 어색한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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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꿈이던 웹툰 작가가 되고 싶어 정보 요원을 관둔 주인공, 돈 못 버는 웹툰 작가의 지질함과 전직 특수 요원의 날카로움이라는 반전은 매력적이다. 그럼에도 어딘가 올드한 유머와, 코믹 영화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과도한 서사의 실종이 계속 거슬리는 것은 사실이다.

시티라이프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여읜 ‘준(권상우)’은 고아원에서 자라다가 남다른 격투 실력으로 선배 요원 ‘덕규(정준호)’의 눈에 띄어, 정보요원이 된다. 최정예 암살 요원을 기르는 국정원의 비밀 프로젝트 ‘방패연’이 된 것. 그러나 웹툰 작가가 되고 싶었던 준은 조직을 탈출, 이름도 ‘수혁’으로 바꾸고 꿈에 그리던 웹툰 작가가 된다. 그러나 현실은 마음처럼 쉽지 않다. 연재하는 작품마다 꼴찌를 도맡고, ‘재미 없다’는 역대급 악플만 받을 뿐. 준은 급기야 술김에 그리지 말아야 할 자신의 1급 기밀을 웹툰으로 그려 버린다. 예상치 않게 업로드된 웹툰은 하루아침에 대박이 나지만, 그로 인해 준은 국정원과 테러리스트의 더블 타깃이 된다. 때마침 눈을 훼손 당한 국정원 요원들의 사체가 발견되면서 사건은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본래 ‘암살자’, ‘청부 살인자’를 뜻하는 단어가 ‘히트맨’이지만 영화에는 그 이름만큼 날 선 요원들의 세계나 잔인하고 화려한 액션은 등장하지 않는다. 철저하게 전 세대 관람용으로 만든 오락 영화랄까. 그러나 ‘극한직업’이나 ‘엑시트’ 등으로 높아진 국내 관객들의 눈을 만족시킬지는 미지수다. 악플에 시달리는 짠내 폭발 웹툰 작가 준과 카리스마 넘치지만 알고 보면 마음 여린 국정원 악마 교관 덕규가 이뤄 내는 케미는 어쩐지 힘이 없다. 특히 악마 교관 역의 정준호가 등장하는 신에서는 ‘가문의 영광’ 시절의 예스러운 코미디가 떠오른다. 코믹에도 맥락과 서사가 필요하다는 것을 잊은 것인가. 그나마 가난한 웹툰 작가의 든든한 아내 ‘미나’ 역을 연기한 황우슬혜의 연기는 그녀가 코미디에 가진 일가견을 드러내고, 편집장 ‘규만’ 역을 맡은 배우 이준혁이 다소 일관적이고 안정적인 웃음을 선사한다. 가장 훌륭한 신스틸러는, 성공한 래퍼가 꿈인 준의 딸 ‘가영’ 역을 맡은 배우 이지원으로, ‘찐 웃음’과 ‘찐 눈물’로 선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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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탐정’ 시리즈, ‘신의 한 수: 귀수편’ 등에서 코미디와 액션 모두 절묘하게 보여 준 권상우에게 너무 기댄 측면이 있지 않나 한다. 코믹한 장면에서 탁월한 뻔뻔함과 순발력으로 애드리브를 친 ‘철’ 역할의 이이경의 경우, 코미디는 훌륭했으나 1급 기밀 작전을 수행하는 에이스 요원 방패연이 이렇게 허술한가 싶은 액션 신에서는 실소가 터진다. 액션은 권상우 원맨으로, 방패연 에이스라고 소개된 철이의 경우에는 멋진 액션 신을 하나도 보여 주지 않은 채, 코믹 캐릭터로만 소비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영화의 시작, 전개, 마무리를 책임지는 것은 바로 만화. 실사, 웹툰, 애니메이션을 오가는 색다른 비주얼에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실사에서 준이 그리는 웹툰으로 넘어간 화면이 다시 애니메이션으로 전환되는 장면들에서는 영화적 장치와 웹툰이 지닌 강점이 만나 폭발한다. 권상우가 ‘엑스맨’의 울버린처럼 손가락에 색연필을 끼운 채 ‘다 그려 버리겠어’라고 그린 포스터도 재기가 넘쳤다. 웹툰과 애니메이션을 접목시킨 시도는 훌륭했으나 권상우가 혼자 많이 애쓰는 영화, 하지만 20% 부족한 서사와 코미디. 러닝 타임은 110분이다.

*본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만한 줄거리가 포함돼 있습니다.

[글 최재민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15호 (20.02.1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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