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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동아시아 영토·영해 분쟁

동해 너머 홋카이도에 '일본판 해병대' 배치 계획…"신경쓰이는 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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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카쿠 지킨다며 2500 ㎞ 떨어진 곳에 배치

오키나와가 최적지이지만 주민 반발 극심

부대명과 달리 기동성 없는 수륙기동단

나가사키서 1진 급파 뒤 증파한다는 계획

중앙일보

일본 육상자위대의 수륙기동단이 2018년 10월 14일 가고시마현 다네가시마 인근에서 미·일도서탈환 연합훈련에 참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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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가 ‘일본판 해병대’로 불리는 육상자위대 예하 수륙기동단을 당초 계획했던 오키나와가 아닌 홋카이도에 배치할 것으로 보인다. 9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방위성은 홋카이도 내 육상자위대 주둔지에 수륙기동단 신설을 검토 중이다. 600명 정도 규모로 2023년 말까지 배치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수륙기동단은 현재 나가사키현 사세보시 아이노우라 주둔지에 2개 연대 2100명 규모로 편성돼 있다. 홋카이도에 신설되면 두 번째 주둔지가 되는 셈이다. 홋카이도에는 냉전 시기부터 소련의 공격 등에 대응하기 위해 육상자위대 주력 부대가 주둔해왔다.

일본 정부는 수륙기동단의 홋카이도 배치를 놓고 막판까지 고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부대의 창설 목표는 일본 본토에서 멀리 떨어진 낙도 방위, 특히 그중에서도 중국과 영유권 갈등 중인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방점을 뒀다. 그런데 부대명처럼 기동성이 중요한 데도 불구하고 가장 가까운 오키나와가 아닌 가장 먼 홋카이도를 주둔지로 결정한 것이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일본이 중국과 외교적인 마찰을 피하기 위한 조치로 보기도 한다. 양욱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겸임교수는 "일본 정부가 중국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오키나와 주둔을 포기했을 수도 있다"며 "한국 입장에선 동해 너머 상륙 병력이 배치된다는 점에서 신경써야 할 전력이 늘어나는 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당초 미ㆍ일 간에는 수륙기동단의 오키나와 주둔이 합의돼 있었다. 2017년에는 주일 미 해병대 사령관이 오키나와 미군기지 내 수륙기동단 1개 연대 배치를 공언했다. 하지만 이후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대 일부를 괌 기지로 이전한다는 당초 계획이 계속 연기되면서 자위대에 내줄 자리가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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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시즈오카현 고텐바시에 있는 육상자위대 히가시후지연습장에서 2018년 8월 26일 열린 화력훈련에서 수륙기동단이 수륙양용차를 이용한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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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는 오키나와 내에 자위대 주둔지 신설을 검토했지만 이마저도 사정이 여의치 않다. 오키나와 주민들과 미군기지 이설 문제로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 부대 설치안을 꺼낼 경우 정치적 부담이 배증하기 때문이다.

결국 대안으로 떠오른 곳이 홋카이도였다. 산케이에 따르면 홋카이도에는 하마타이키 훈련장 등 상륙훈련을 할 수 있는 시설이 있고, 무엇보다 주민들의 반발이 적다는 점에서 신설 주둔지로 낙점됐다. 자위대 관계자는 산케이에 “주변국에 대한 억지 효과를 위해서라도 훈련을 거듭해 능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실 훈련 관점에서도 오키나와가 여전히 최적지다. 세계 최강인 미 해병대와 잦은 연합훈련을 통해 빠른 속도로 실전 감각을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AAV7 수륙양용장갑차, 오스프리 수직이착륙기 등 수륙기동단의 핵심 장비를 미군과 일체화시킨 이유도 이런 연합훈련 효과를 극대화시키고 향후 공동 대응까지 염두에 둔 것이었다.

수륙기동단을 홋카이도에 배치하면 기동성도 기대하기 어렵다. 센카쿠 열도에서 2500㎞ 이상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방위성은 위기상황 발생 시 우선 나가사키의 수륙기동단을 1진으로 급파한 뒤, 홋카이도 병력을 증파한다는 계획이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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