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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LG화학, 배터리 소송 ‘판정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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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ITC “SK이노베이션, 영업비밀 침해 조기패소 판결을” LG측 주장 인정

“당사 의견 수용 안돼 유감” 불구…SK이노베이션, 사업 차질 부담

조기패소 판결 번복 사례 드물어, 10월 최종판결 전 합의 가능성

경향신문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제기한 전기차용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판결을 내리며 사실상 LG화학의 손을 들어줬다. SK이노베이션은 “이의절차를 진행해나가겠다”고 밝혔지만 현실적으로 어렵고, 최종 패소할 경우 미국 배터리 사업에 막대한 차질이 불가피해 10월 최종판결 이전에 합의로 소송전을 마무리 지으려 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16일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ITC는 지난 14일(현지시간) LG화학이 제기한 전기차용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에 ‘조기패소 판결(Default Judgment)’을 내렸다. ITC 결정문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증거 훼손과 포렌식 명령 위반 등 법정모독 행위를 저질렀고, 이에 대한 제재로 ITC가 추가 사실 심리나 증거조사 없이 LG화학의 주장을 인정해 예비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LG화학은 지난해 4월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관련 인력을 빼가는 방법으로 영업비밀을 침해했다고 미국 ITC와 연방법원에 제소했고, 11월에는 소송 전후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이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증거를 인멸했으며 ITC가 명령한 포렌식도 이행하지 않았다며 ITC에 조기패소 판결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양사의 배터리 소송은 3월 초로 예정된 변론 등의 절차 없이 오는 10월5일까지 ITC위원회가 내리게 돼 있는 최종결정만 남겨두게 됐다. 현재로서는 최종결정에서도 LG화학이 이길 가능성이 높다. 그간 ITC가 진행한 영업비밀 침해 소송 가운데 예비결정에서 영업비밀을 침해한 것으로 인정받거나 조기패소한 사건이 최종결정 단계에서 뒤바뀐 전례는 1996년 이후 한 차례도 없다. ITC가 이대로 최종결정을 내릴 경우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셀과 모듈, 팩, 관련 부품·소재를 미국에 수입할 수 없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3월부터 미국 조지아주에 1조9000억원을 들여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어 ITC 최종 패소 시 타격이 불가피하다.

SK이노베이션은 “ITC로부터 공식적인 결정문을 받아야 이유를 알 수 있겠지만 당사 주장이 충분히 받아들여지지 않아 유감”이라며 “결정문 검토 후 향후 법적으로 정해진 이의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이 증거조사 규정을 어긴 것이 명백하기 때문에 이의신청을 한다 해도 판결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이 향후 소송에서 자사가 패소하면 미국의 이익을 해친다는 논리를 꺼낼 가능성도 있다. 조지아 배터리 공장은 조지아주 역사상 최대 투자 사업이다. SK이노베이션은 연내 조지아 2공장 건설을 검토 중이라는 사실도 미리 공개한 상태다. 만일 최종 패소하더라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끌어내겠다는 계산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양사가 10월 이전에 합의로 소송전을 끝낼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보고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SK이노베이션뿐 아니라 LG화학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본격 커지는 시점에 소송이 길어지면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도 “LG화학은 선의의 경쟁관계지만 산업 생태계 발전을 위해 협력해야 할 파트너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기조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합의 여지를 남겼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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