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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TEN 인터뷰] '스토브리그' 조한선 "죽기 살기로 연기···과몰입할 만큼 재밌는 경험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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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박창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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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에서 드림즈의 4번타자 임동규 역으로 열연한 배우 조한선. /사진제공=미스틱스토리


배우 조한선이 데뷔 19년 만에 터닝 포인트를 맞았다. 지난 14일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스토브리그’를 통해서다. 극 중 드림즈의 4번 타자 임동규 역으로 열연한 그는 투박하면서도 강렬한 카리스마로 몰입도를 높였다. 특별 출연이 무색할 만큼 짧은 등장에도 묵직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동안 안방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연기 스펙트럼을 넓힌 그이지만, 뚜렷한 대표작이 없어 한계에 도달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위기는 오히려 기회로 다가왔다. 고민이 많아질수록 작품에 대한 마음가짐이 필사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항상 준비된 자세로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렸다는 조한선. 그에게 ‘스토브리그’는 배우 인생을 돌아보고 반성하게 만든 작품이다.

10. ‘스토브리그’가 최고 시청률 22.1%를 기록하며 화제리에 종영했다. 기분이 어떤가?
조한선: 좋은 드라마에 출연하게 돼 영광스럽다. 반응을 기대하지 않고 연기했는데 (시청자들이) 좋게 봐줬다. 그만큼 다음 작품에 대한 부담감이 심하다. 지금의 기대치를 어떻게 맞춰야 할지 고민이다.

10. ‘스토브리그’를 통해 큰 사랑을 받았다. 인기를 실감하나?
조한선: 너무 많은 사랑을 받아서 얼떨떨하다. 평소 SNS를 즐겨 하는 편이라 팬들이 남긴 댓글을 하나하나 다 단다. 지금은 댓글이 너무 많아서 달기 힘들어졌다. 그래도 틈틈이 시간 있을 때마다 답글을 달고 있다. 응원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MBC 드라마 ‘논스톱 3’나 영화 ‘늑대의 유혹’ 때부터 팬이라고 하더라. 아쉽게도 그다음 작품에 관한 이야기가 없다. 갑작스럽게 과분한 사랑을 받게 된 게 아닌가 싶다. 나에게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

10. 2011년 방영된 tvN 드라마 ‘버디버디’ 이후 8년 만에 스포츠 드라마가 나왔다. 출연하게 된 계기는?
조한선: 작품이 들어왔을 때 당연히 야구 드라마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서 놀라웠다. 야구 경기를 보면 선수나 감독이 제일 먼저 생각난다. 하지만 이 작품은 뒤에서 고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굉장히 색다른 소재에다 지루하지 않고 신선했다.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스포츠의 치부들이 노골적으로 나와서 걱정됐지만 짜릿함이 있었다. 그래서 감독님과 작가님을 빨리 만나고 싶었다. 두 사람을 만난 후 믿음을 얻게 돼 출연을 결심했다.

10. 어떤 믿음을 줬나?
조한선: 드라마에서 캐릭터를 끝까지 끌고 간 적이 없다. SBS 드라마 ‘가면’에서 재벌 3세로 특별 출연했다. OCN 드라마 ‘빙의’에서는 사이코패스로 4회까지만 나왔다. 이번 드라마에서도 센 역할을 맡았다. 임동규는 백승수 단장(남궁민 분)에게 반말하고 폭력을 쓰는 등 물리적으로 대립하는 인물이다. 특히 2회까지만 출연하고 한동안 나오지 않기 때문에 임팩트가 필요했다. 언제 등장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임팩트를 주기 위해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캐릭터를 위해 야구 연습과 연기를 병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대본은 재밌었지만 부담스러웠다. 그때 감독님과 작가님에게 앞으로의 스토리 라인을 듣고 믿음이 생겨서 출연하게 됐다.

10. 특별 출연인데도 주연 못지않은 활약을 펼쳤다.
조한선: 특별 출연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회사나 감독님에게도 안 물어봤다. 다 계획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름 전략적이었던 것 같다. 특별 출연이라고 하고 안 나오는 것처럼 하다가 반전을 줬기 때문이다.

10. ‘스포츠 드라마는 망한다’는 속설이 있을 만큼 성공하기 어렵다. 흥행을 예상했나?
조한선: 어떤 작품을 찍든 간에 실패를 바라지 않는다. 잘 될 거라는 확신을 갖고 찍지도 않는다. 대본을 읽고 충분히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함께 출연한 배우 중 누구도 실패를 예상하지 않았다. 그저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으로 임했다. 그러나 준비 기간이 너무 짧아서 ‘조금만 더 길었다면 좋은 연기를 보여줄 수 있었을 텐데’라는 아쉬움은 있다.

10. 준비 기간이 어느 정도 됐나?
조한선: 한 달 반 정도 걸렸다. 캐릭터를 위해 국내 프로야구 선수들 위주로 분석했다. 국내 4번 타자는 체격도 좋고 몸집도 있다. 그러나 LA다저스의 코디 벨린저라는 타자를 보면 꼭 그렇지도 않았다. 임동규는 중, 장거리형 타자라 스윙에 힘만 있으면 충분히 밀어치는 홈런을 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몸을 불리는 것보다 타격 자세에 중점을 뒀다.

10. 직접 타격 자세를 설정했다고 들었다.
조한선: 선수들마다 자기만의 버릇이 있다. 타석에 섰을 때 자연스럽지 않으면 보는 사람도 어색하다. 그래서 선수들의 자료를 찾아보고 분석했다. 타격 연습을 죽어라 했는데 공을 맞히는 게 생각보다 너무 어려웠다. 맞추는 게 안 되면 자세라도 잘 나와야겠다는 생각에 죽기 살기로 파고들었다.

10. 장면마다 격양된 감정신이 많던데.
조한선: 어떤 작품을 찍든 간에 첫 촬영이 가장 어렵다. 시작부터 차를 부수고 폭력배를 이용하는 등 격렬한 장면이 많았다. 어떻게 보면 과할 수 있지만 작품에 극적인 요소가 필요했다. 이같은 설정을 두고 감독님과 상의를 많이 했다. 무엇보다 남궁민이 연기를 너무 잘했다. 연기도 주는 사람이 잘 주면 받는 사람도 잘 받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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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브리그’ 포스터. /사진제공=SBS


10. 실제 운동 선수 출신이라고 들었다. 그 때의 경험이 도움 됐나?
조한선: 도움이 많이 됐다. 운동을 했던 사람으로서 선수의 간절함이나 노력을 잘 알기 때문에 몰입하기 수월했다. 그래서 치부를 꺼냈을 때 후폭풍이 있지 않을까 하는 부담도 있었다. 그래도 이야기를 해야 한다면 ‘스토브리그’에서 해야 하지 않나 싶었다. 극 중 임동규가 원정도박을 했는데 정말 내가 물의를 일으켰나 싶을 정도로 과몰입했다. 너무 재밌는 경험을 했고 당분간 빠져나오기 힘들 것 같다.

10. 과몰입하게 된 원인은?
조한선: 동료 배우들의 합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내가 과몰입한다고 해도 맞받아치는 사람이 없으면 (몰입이) 깨진다. 주위 동료들이 몰입해주니까 함께 연기하는 입장에서 몰입이 안 될 수가 없다.

10. 임동규의 입장으로 볼 때 드림즈에서 바이킹스로 트레이드됐을 때 심경은?
조한선: 참담했다. 영구결번도 없는 바이킹스에 트레이드되는 것 자체가 굴욕이었다. 나를 대신해 강두기(하도권 분)가 드림즈에 간 날은 정말 치욕스러운 날이었다.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었고 다시 만났을 때 홈런을 죽도록 때리고 싶었다.

10. 촬영 후 달라진 게 있다면?
조한선: 원래 말투가 명랑한데 현재 임동규 화 됐다. 전작도 그렇고 작품에 과몰입한 후 촬영이 끝났을 때 몰려오는 공허함이 있다. 캐릭터에 빠졌던 시간이 길면 길수록 공허함도 커진다. 이번 작품이 끝나고 난 후 밀려올 공허함이 걱정된다.

10. 극 중 임동규는 백 단장과 대립하다가 드림즈에서 나와 혼자가 되고, 다시 팀으로 돌아와 무리에 서서히 녹아든다. 캐릭터가 변화되는 과정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조한선: 임동규가 가진 힘과 에너지를 적절히 조절하면서 표현하는 게 중요했다. 임동규와 백 단장이 대립했을 때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면 90%가 욕일 만큼 너무 많았다. 한편으로는 댓글을 보면서 ‘임동규는 이런 사람이 아닌데’라고 생각했다. 신인 시절 임동규는 보살핌이나 가르침을 받지 못한 채 오로지 노력만으로 최고의 자리에 올라온 인물이다. 그 정도의 감정이나 인성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최대한 입체감 있게 표현해 임팩트를 보여주는 게 내 몫이라고 생각했다.

10. 네티즌 사이에서 백 단장과 임동규의 등대 앞 재결합 장면이 회자하고 있다.
조한선: 원정도박을 자진 신고하면서 여론이 등을 돌린다. 그래서 드림즈로 돌아갈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다. 남궁민이 ‘드림즈에서 은퇴하겠습니까?’라고 말할 때 온몸에 아드레날린이 솟구쳤다. ‘드림즈에 가야죠!’라는 대사를 쳐야 하는데 입이 떨어지질 않아서 어려웠다. 나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느껴서 신기했다.

10. 본인이 백 단장이라면 임동규를 방출할 건가?
조한선: 방출해야 한다. 안 좋은 습관들이 몸에 배어있다. 좋은 것들만 익혀서 운동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선수라 팀을 나가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10. 2회 이후 출연하지 않다가 11회에 재등장했다.
조한선: 2회까지 나온 후 한동안 공백기가 있었기 때문에 칼을 갈고 있었다. 재등장했을 때 심경의 변화를 주고 싶어서 머리도 짧게 잘랐다. 드림즈는 임동규에게 집과도 같은 공간이기 때문에 쫓겨났을 때 독기 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서 외형적으로도 바꾸고 감정도 세게 가져갔다. 임동규가 야구를 얼마나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인지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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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브리그’ 스틸컷. /사진제공=SBS


10. 야구를 좋아하나?
조한선: 즐겨보기는 한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의 손을 잡고 처음 야구장을 갔다. 아버지가 한화이글스의 광팬이었는데 그때 한 번 간 후로 나도 팬이 됐다. 보는 것은 좋아하지만 하는 건 젬병이다. 배트 잡는 법이나 공 던지는 법도 모른다. 평소에 미리 했으면 ‘자연스럽게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야구를 배우면서 나도 모르게 빠져들었다. 이렇게 매력 있는 운동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

10. 그동안의 작품 활동이 무색할 만큼 ‘스토브리그’를 통해 조한선이라는 배우를 알리는 계기가 됐다.
조한선: 조한선이라는 배우를 보여줄 뚜렷한 작품이 없었다는 것에 반성하게 됐다. 누군가에게 배우라고 쉽게 말하지 못할 때도 있었다. 앞으로 어떻게 연기해야 하나 고민도 되고, 배역을 맡았을 때 필사적으로 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10.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조한선: 결혼하고 나서 연기에 임하는 자세가 많이 바뀌었다. 두 아이의 아빠이자 가장으로서 책임감이 생긴 것이다. 하나의 역할이 탄생하기까지 많은 스태프와 돈이 필요하다. (결혼하기 전) 그 때는 배역에 대한 소중함을 몰랐다. 지금은 ‘내가 못 하면 우리 가족은 누가 책임지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더 악착같이 하게 됐다.

10.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가 관건이라고 했다. 그만큼 부담감이 큰가?
조한선: 일이 커졌다. 임동규라는 캐릭터를 벗어나 다른 작품을 해야 한다. 모든 배우가 그렇겠지만 작품이 끝나고 나면 공허함을 느낀다. 촬영이 끝난 후 집에서 자고 일어나면 30~40분 정도 앉아서 멍을 때리는데, 그때마다 작품을 찍었던 기억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가더라. 그걸 잘 이겨낸 후 다른 작품을 통해 (대중에게) 임동규를 잊게 하는 것이 앞으로의 숙제다.

10. 앞으로의 계획은?
조한선: 오는 3월부터 단편 영화를 찍는다. 너무 하고 싶었던 작품이라 규모는 따지지 않고 선택했다. 15분 내외의 짧은 분량으로 시나리오도 4~5장밖에 안 된다. 극 중 평범한 가장을 맡았는데 같은 입장이다 보니 공감이 잘 될 것 같다.

박창기 기자 spea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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