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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르포]종로가 뚫렸다…지역사회 '코로나19' 감염공포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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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김봉기 기자]"아이고, 어째. 저랑 같이 독거노인을 위해 반찬나눔 봉사활동하던 분이 30번 환자랍니다"


올겨울 최대 적설량을 기록한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숭인동 일대는 매세운 눈바람보다 바이러스 공포가 훨씬 압도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 29번·30번(29번 환자 부인) 확진자가 잇따라 나오데다, 이들 부부가 감염경로와 감염원을 확인할 수 없는 첫 지역사회 감염 사례로 추정되면서 주민들의 감염 우려를 부추겼다. 29번 환자 부부와 반찬나눔 봉사활동을 함께한 숭인1동 주민 허말순(79)씨는 "동네에서 주위에 도움도 많이 주신 분인데 감염병에 걸려 안타깝고, 또 저도 불안하기도 하다"고 우려했다.


29번 환자 부부가 살고있는 숭인1동은 노년인구 비중이 높고, 노인들이 자주 방문하는 구제시장과 동묘가 있다. 노년층이 많이 거주하면서 29번 확진자가 자주 방문것으로 알려진 숭인1동 주민센터 경로당을 포함해 구립 노인회관 두곳은 잠정 폐쇄됐다. 숭인1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질병관리본부 지침에 따라 확진자가 다녀간 경로당을 폐쇄하고 있다"며 "불안감을 호소하는 주변 주민들을 동정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경로당 앞에서 만난 김인호(84)씨는 "동네 주민이 몹쓸병에 걸렸다니 안타깝다"며 "딸이 위험하다며 보내준 마스크를 끼고 외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숭인동의 경우 종로 등 도심가 가까워 최근 호텔과 호스텔 등이 들어섰고, 중국인 관광객들도 즐겨찾고 있다는 것이 동네 주민들의 전언이다. 숭인동 한 약국 관계자는 "평소에 마스크를 잘 사지도 않던 노인 손님들이 와서 손세정제와 마스크를 찾고 있다"며 "노인들이 많이 찾는 경로당 등을 이용한 탓에 불안감이 큰 듯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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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번 환자가 거쳐간 서울 성북구 고대안암병원은 한동안 주춤하던 바이러스 확산 우려가 재점화된 모습이다. 전날 전면 폐쇄된 응급센터는 이날 소독이 한창 진행 중이다. 병원 관계자는 "29번 확진자 방문 당시 근무하던 의료진은 자가격리 중이며 접촉한 환자 모두 1인실로 옮려져 격리됐다"며 "응급센터는 내일(18일) 중으로 운영이 재개될 것"이라고 전했다.


병원을 찾는 외래환자와 인근 상인들도 불안에 떨었다. 환자 A(74여) 씨는 "심혈관 관련해서 진료받고 약을 타야해서 병원에 왔다"며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해서 불안하지만 안 올 수 없었다. 나쁜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병원 앞 사거리에 자리한 편의점주는 "병원 이용자들이 많이 이용하시기 때문에 당장은 아니지만 장차 유동인구 감소 등 영향을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확진자 발생 이후 첫날인 만큼 진료예약이 무더기로 취소되는 사례는 아직까지 없는 상황이다. 병원 관계자는 "응급센터와 외래진료를 위한 공간은 동선이 나뉘어 있어서 큰 염려는 없지만 상황이 어떻게 바뀔 지 신중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김봉기 기자 superch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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