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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談숲]컨베이어벨트 듬성듬성 비는데…현대차가 공장 돌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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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 떨어져도 인기차 물량확보 총력전

아시아경제

코로나19 여파로 중국산 부품 공급이 중단되면서 현대차 공장 일부 라인이 휴업에 들어간 지난 4일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근무자들이 퇴근하는 모습(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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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지희 기자] 지난 10일 현대자동차의 국내 모든 공장이 23년 만에 가동을 멈췄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중국에서 국내로 들여오는 '와이어링 하니스' 공급이 끊겨 더는 완성차 생산이 불가능한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인데요. 다행히 중국에서 이 부품을 생산하는 일부 공장이 지난 6일 가동을 재개하면서 현대차도 숨통이 트였습니다. 11일부터는 울산 2공장을 시작으로 현대차 국내 공장도 다시 문을 열었죠.


그런데 이상합니다. 야심 차게 재가동에 들어갔지만 아산과 울산 공장에서 모두 '공피치'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공피치는 컨베이어벨트가 빈 채로 돌아가는 상황을 뜻합니다. 자동차 생산 라인에 예정된 비율대로 차량이 투입돼야 하는데 한 대라도 비어 있는 경우죠. '빌 공(空)'과 단위ㆍ간격 등을 의미하는 '피치(Pitch)'를 결합한 단어로, 생산현장에서는 흔히 사용됩니다.


통상 공피치는 공장 생산능력(공급)에 비해 주문량(수요)이 부족할 때 발생합니다. 재고를 마냥 쌓을 순 없으니 라인을 중간중간 비우는 거죠.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현대차는 최근 내놓은 신차들이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를 구가하면서 공급 물량 부족에 발목이 잡힌 상태입니다. 현대차 팰리세이드와 그랜저, 제네시스 GV80 등 인기 차종은 지금 계약해도 짧게는 4개월, 길게는 10개월가량 대기해야 합니다.


라인을 비운 채 공장을 돌리는 건 휴업을 포함한 여러 선택지 가운데 장단점을 따져 결정했다는 게 현대차의 설명입니다. 다만 현대차는 앞서 언급한 인기 차종 물량을 최대한 확보하는 것을 최우선순위로 정한 듯 보입니다. 생산 중단으로 출고가 늦어지고 고객 이탈로 이어지는 상황이 가장 우려스러운 겁니다. 아예 공장을 세우면 생산량은 '0'이 되지만 라인을 돌리면 부품 재고에 따라 몇 대라도 생산해 출고할 수 있겠죠. 실제로 현대차는 출고까지 대기 기간이 가장 긴 GV80와 팰리세이드를 만드는 울산 2공장부터 재가동을 시작했습니다.


현대차가 '혼류생산'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도 공피치 가동을 택한 배경입니다. 혼류생산이란 1개 라인에서 여러 차종을 함께 생산하는 방식입니다. 와이어링 하니스는 차종별로 제품이 달라 재고 사정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인기 차종의 출고를 앞당겨야 하는 특명을 안고 있는 현대차는 해당 차량의 부품을 우선적으로 확보 중인 상황. 부품 재고가 있는 차종과 그렇지 못한 차종이 섞여 있는 라인에선 부품이 없는 차종의 경우 공피치가 주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셈이죠.


물론 인건비 측면에서도 고민했겠죠. 국내 완성차업체 대부분은 이번 사태로 휴업을 결정하며 이 기간 평균임금의 70%를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현대차는 공장을 세우고 임금 70%를 지급하는 안과 차량을 조금이라도 만들며 임금 전부를 지급하는 안을 두고 저울질했을 겁니다. 차량이 잘 팔리는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됐습니다. 인기가 높은 차량은 생산할수록 재고가 쌓이지 않고 곧장 판매가 이뤄집니다. 현대차 입장에선 완전 가동이 불가능하더라도 임금을 조금 더 지급하는 대신 판매를 늘리는 선택지가 더 매력적입니다.


현대차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당장 완성차 생산은 불가능하니 라인을 세우지만 엔진, 변속기 관련 라인은 가동 중입니다. 중국산 부품 수급 문제만 마무리되면 곧바로 차량 생산에 속도를 낸다는 계산입니다. 공피치 상태라도 라인이 돌고 있는 만큼 언제든 정상적인 생산으로 돌아갈 수 있겠죠.



김지희 기자 way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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