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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차이나 컷] “3주 기다렸는데 강제 취소”…마스크 없어 집밖도 못나가는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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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 거주하는 A씨는 16일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에서 다음과 같은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이 상품은 위험 상품으로 식별돼 처벌 대상이다. 당신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시스템에서 자동으로 환불 처리된다."

A씨는 ‘위험 상품’을 산 게 없는데 무슨 제품인가 싶어 타오바오 앱(응용 프로그램)을 열었다. ‘위험 상품’은 바로 그가 지난달 28일 299위안(약 5만 원)을 주고 구매한 3M의 ‘KN95’ 마스크 50장이었다. 앞서 그가 지난달 21일 더 비싸게 구매한 3M 마스크가 아무런 설명도 없이 구매 취소가 된 후 겨우 다시 주문한 제품이다.

A씨는 "거의 3주나 기다렸는데 이제 와서 ‘위험 상품’이라고만 하면서 주문을 멋대로 취소시켜 버렸다"며 "마스크를 살 곳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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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의 한 마트에서 특수 마스크를 낀 남성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김남희 특파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확산으로 중국에서 마스크 부족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춘제(중국 설) 공식 연휴가 9일로 끝나면서 마스크 제조사들이 공장 재가동에 들어갔지만, 아직 가동률은 80%에 못 미치는 상황이다.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도시들이 늘고 있어, 마스크 품귀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국무원 산하 경제정책 수립 기구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의 11일 발표에 따르면, 춘제 연휴 이후 중국 마스크 제조업체들의 가동률은 76% 수준이다. 평상시 하루 생산 가능한 양은 약 2000만 장이지만, 현재 일일 생산량은 1520만 장 정도다. 하루 최대 생산능력을 회복한다 해도, 현재 중국에서 필요한 수요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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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 거주하는 A씨가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에서 주문한 3M의 마스크 제품(왼쪽)은 ‘위험 상품’이란 이유로 구매 취소됐다(오른쪽).


특히 일반 의료용 마스크보다 공기 속 더 작은 입자도 걸러준다고 알려진 ‘N95’ 마스크의 하루 생산량은 20만 장에 불과하다고 NDRC는 밝혔다. N95 마스크는 지름 0.3㎛(100만분의 1m) 미세 입자를 95%(N95급) 이상 걸러낸다.

생산능력에 비해 마스크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감염 두려움에 자발적으로 마스크를 사서 쓰던 것을 넘어, 베이징 등 상당수 도시는 집밖에서 반드시 마스크를 쓰도록 했다. 마스크 수요가 치솟자 중국 관영 매체들은 애국심에 호소하며 마스크 대량 구매 자제를 요구하기도 했다. 후베이성 최전선의 의료진이 쓸 마스크가 모자란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A씨의 사례처럼 중국 정부가 전자상거래 업체들에 마스크 판매를 제한하도록 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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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에서 음식 배달 서비스 업체 ‘메이퇀’의 배달 직원이 마스크를 낀 채 일하고 있다. /김남희 특파원


일부 지방정부는 제조업체에 전염병 기간 조업 재개 조건으로 모든 직원의 마스크 착용을 명령했다. 공장 안에서의 집단 전염 우려 때문이다. 직원이 각자 알아서 마스크를 준비하는 게 아니라, 회사가 모든 직원에게 마스크를 지급해야 한다. 애플 아이폰 위탁 생산 업체인 대만 폭스콘, 중국 전기차 제조사 비야디(BYD) 등은 아예 자체 공장에서 직접 직원용 마스크를 만들고 있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영업하는 식당 일부도 매장을 찾는 소비자에게 마스크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베이징의 수제 맥주(크래프트 비어) 전문점 슬로우보트는 매장 방문 손님에게 마스크를 나눠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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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의 생활용품 매장 왓슨스 입구에 마스크 재고가 없다는 내용의 종이가 붙어 있다. /김남희 특파원


중국이 국내에서 부족한 공급량을 대체하기 위해 해외 제조사로 몰려가면서 한국 등 외국에선 마스크 재고가 바닥나고 가격이 폭등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마스크 필터를 수출하던 중국 업체들이 부품 공급을 중단하면서 외국 마스크 제조사들이 제품을 못 만드는 상황도 잇따르고 있다.

[베이징=김남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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