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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또 고비 맞은 코로나…29번 환자, 병원만 9번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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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17일 오후 국내 29번째 확진자 거주지인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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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새벽과 밤에 잇따라 코로나19 확진자로 판명된 29번(82)·30번 환자(68·여) 부부는 중국 등 해외 방문 이력이 없고 국내 확진자의 접촉자로도 분류되지 않아 관리 대상이 아니었다. 최근 일본에 이어 국내에서도 이처럼 어떤 경로로 코로나19에 감염됐는지조차 파악하기 힘든 사례가 생겨나면서 방역당국은 비상 상태다.

17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달 6일 전후로 증상이 발현된 것으로 추정되는 30번 환자는 29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16일 자가격리 상태에서 검사를 받았고 이날 밤 늦게 양성 판정을 받았다. 질본은 "30번 환자는 16일 오전 보건소로부터 자가격리 통보를 받고 이날 오후 검체 채취가 이뤄졌는데 오후 4시께 자택 소독 중 잠깐 밖에 나가 있다가 언론사 기자와 10분간 면담한 것으로 파악됐다"며 "현재 해당 기자도 접촉자로 분류돼 자가격리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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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까지 29번 환자와 접촉한 것으로 파악된 114명은 모두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특히 29번 환자가 지난 15일 흉부 통증으로 고려대 안암병원 응급실을 내원했을 때 근무했던 의료진과 응급실 환자 76명도 모두 접촉자로 분류됐다. 76명 가운데 의료진과 직원이 45명이고 환자가 31명이다. 이들은 자가격리나 병원 1인실에 격리됐다.

29번 환자가 동네 의원 방문 때부터 가슴 통증을 호소한 것과 관련해 한 대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폐렴 흉통은 원인이 워낙 다양해 영상을 봐야 정확히 알 수 있다"면서도 "코로나19 확진 확자를 CT로 찍어보면 폐렴이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는 것으로 나타나 흉통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29번 환자가 이를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흉통은 흉막을 덮는 벽측 흉막에까지 폐렴이 침범한 경우 발생한다"며 "앞으로 1차 의료기관에서 폐렴 흉통에 대해 숙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29번·30번 환자 등 모두 5명(6·10·11번)의 확진자가 서울 종로구 거주자여서 이 지역 일대 감염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9번·30번 환자 부부는 서울 종로구 숭인1동에 살면서 이화동 노인복지관을 통해 도시락 배달 봉사를 해왔다. 29번 환자가 주로 봉사를 해왔던 지역은 종로1~4가동이며 창신동이나 숭인동에서도 봉사활동을 했다. 또 숭인1동 주민센터 내 경로당(노인회관)과 신설동 기원 등도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 관계자는 "종로구에는 고령인구가 많이 거주하는 만큼 감염 취약계층에 대한 관리가 절실하다"고 주문했다. 다만 질본은 "29번 환자가 도시락 배달 봉사를 한 건 맞지만 발병(2월 5일) 이후에는 복지시설에 배달한 사항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종로구 노인종합복지관도 코로나19 사태로 지난 1일부터 휴관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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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 경로 파악이 안 되고 있는 29번 환자로 인해 방역당국은 고민에 빠졌다. 기존 확진자들은 중국이나 일본, 태국,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 감염됐거나 국내에서 확진자와 접촉한 뒤 2~3차 감염됐다. 그러나 29번 환자처럼 지역사회 감염자가 늘면 이 같은 방역 전략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전문가들은 시간이 갈수록 역학적 연결고리가 없는 환자가 더 나오는 등 구멍이 뚫리면 순식간에 코로나19가 확산되는 최악의 사태를 맞을 수 있는 만큼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국내 확진자는 30명으로 늘었지만 최장 잠복기(14일)를 지나 17일 만에 확진 판정을 받아 잠복기 논란을 키웠던 28번 환자(31·중국인 여성)는 확인 판정 일주일 만인 17일 24시간 간격으로 진행된 두 번의 검사에서 모두 음성이 나와 격리 해제됐다.

또 3명의 환자가 발병해 수도권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했던 광주·전남 지역에서 조선대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던 22번째 확진 환자(47)가 17일 퇴원했다. 이로써 현재 국내에서 격리 치료 중인 코로나19 확진자는 총 20명이다.

한편 정부는 원인 불명 폐렴으로 입원한 환자를 코로나19 진단검사 대상으로 포함시키기로 했다. 중수본은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위한 검체 채취는 전문 역량을 갖춰야만 가능하다"며 "이동하면서 검체 채취를 전담하는 조직을 가동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코로나19 전파에 취약한 요양병원과 요양시설 종사자, 간병인을 대상으로 중국 여행력을 전수 조사해 이들을 업무에서 배제하기로 했다.

[박만원 기자 / 서진우 기자 / 정슬기 기자 /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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