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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메르스 80번째 환자 늑장 대응 국가에 손배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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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유족에게 2천만원 지급해야

“검사 지연으로 암 치료 제때 못 받아”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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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투병한 것으로 알려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80번 감염자의 유족이 국가와 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8부(재판장 심재남)는 18일 메르스 80번 환자 ㄱ씨의 유족이 대한민국과 삼성서울병원, 서울대학교병원 등을 상대로 낸 3억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가 유족에게 모두 2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삼성서울병원과 서울대병원의 배상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2016년 소송이 처음 제기된 뒤 5년만에 나온 법원 판단이다.

ㄱ씨는 2015년 5월27일 림프종 암 추적 관찰치료를 받기 위해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찾은 뒤 메르스에 감염됐다. 같은 시기 메르스 1번 환자가 나온 평택성모병원을 경유해 삼성서울병원을 찾은 14번 환자도 응급실에 입원 중이었다. ㄱ씨는 그 해 6월7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고, 퇴원 후 다시 격리됐지만 이 과정에서 기저질환이던 림프종 암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11월25일 서울대병원에서 숨졌다.

재판부는 첫번째 환자에 대한 진단 검사 지연 및 평택성모병원에 대한 부실한 역학조사 등 국가의 과실이 ㄱ씨의 메르스 감염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강남구 보건소는 1번 환자를 메르스 의심 환자로 처음 신고했지만 질병관리본부는 그가 방문했던 바레인은 메르스 발생 국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검사 요청을 거부한 바 있다. 재판부는 1번 환자에 대한 역학 조사를 보다 철저히 했다면 그와 같은 시기 입원해 있던 14번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에 내원하기 전 격리시킬 수 있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소속 공무원들의 과실로 인해 80번 환자가 메르스에 감염되었으므로 대한민국은 정신적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ㄱ씨의 사망과 국가의 과실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했다. 또 병원이 감염 확산 방지의무를 위반했다거나 메르스 치료를 우선시한 과실이 있다는 유족 쪽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법원은 14번 환자로부터 메르스에 감염돼 사망한 104번 환자의 유족이 낸 소송 2심에서 국가 과실은 인정하면서도 배상 책임은 없다고 판단해 80번 환자 사건과는 엇갈리는 결론을 내놨다. 1심은 역학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정부와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책임을 인정했지만 2심은 국가의 과실과 환자의 감염 및 사망에는 배상 책임을 질 정도의 인과관계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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