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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조현아측근 이사후보 사퇴…`3자 연합` 파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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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KCGI·반도건설 '3자 연합'이 첫걸음부터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이들이 지난 13일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한 김치훈 전 한국공항 상무가 "현 경영진을 지지한다"며 나흘 만에 돌연 자진 사퇴한 것이다. 특히 김 전 상무는 조 전 부사장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3자 연합이 제대로 된 의견 조율 없이 섣불리 이사 후보를 발표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한진칼은 "김 전 상무가 17일 한진칼 대표이사 앞으로 서신을 보내 '3자 연합이 추천하는 사내이사 후보에서 사퇴하겠다'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한진칼에 따르면 김 전 상무는 서신에서 "3자 연합이 주장하는 주주 제안에 동의하지 않고, (저의) 순수한 의도와 매우 다르게 일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칼맨(KALMAN)'으로서 한진그룹 측을 충분히 이해하고, 오히려 동료 후배로 구성된 현 경영진을 지지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모든 구성원이 힘을 모아 화합해 한진그룹이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되도록 힘써 주시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언급했다. 사실상 3자 연합에 등을 지고 조 회장을 지지한 셈이다.

김 전 상무가 자진 사퇴한 배경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특히 재계에선 조 전 부사장에 대해 노동조합과 OB임원회 등이 거세게 반발한 점이 결정적이었을 것이란 견해가 많다. 앞서 대한항공 노조는 지난 14일 성명을 통해 "3자 연합 측 주주 제안은 사리사욕을 채우겠다는 의도"라고 비난했다. 17일에도 한진그룹 노조 3곳은 공동 입장문을 내고 "조 전 부사장은 한진 노동자를 길거리로 내모는 복수심과 탐욕을 버리고 자중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항공 퇴임 임원 500여 명으로 구성된 OB임원회도 "항공사에서 근무했다고 해서 다 같은 전문가가 아니다"며 이사 후보 전문성을 지적했다.

김 전 상무는 1983년 대한항공에 입사한 뒤 1995년까지 국내외 공항 여객 운송 서비스를 담당했다. 1996년 호텔사업본부로 건너가 2002년까지 근무했다. 이때 조 전 부사장과 함께 일하며 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02~2006년 런던공항 지점장을 거쳐 2006~2014년 그룹 계열사인 한국공항에서 상무를 역임했다. 즉, 3자 연합 측 소개와 달리 대한항공이 아닌 계열사에서 임원을 지냈고 담당 업무도 항공업이 아니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전·현직 임직원이 반기를 든 것이다.

3자 연합은 김 전 상무 자진 사퇴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김 전 상무에게 이사직을 요청드리면서 명분과 취지를 충분히 설명했고 본인 동의를 얻어 이사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또 "(김 전 상무가) 이날 새벽 본인이 심각한 건강상 이유로 업무를 수행할 수 없음을 알려왔다"며 "김 전 상무에게 이런 일이 발생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계에선 3자 연합이 조 회장 사내이사 연임을 저지하기 위해 다급하게 이사 후보를 추천하다가 엇박자를 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3자 연합 이사 후보 발표 이후 일부 후보의 전문성 문제가 불거져 왔다"며 "후보를 다수 추천하기 위해 급하게 물색하다 보니 검증이 제대로 안 됐거나 서로 간 의견이 어긋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진칼은 다음달 초 이사회를 열고 이사 후보를 결정할 계획이다. 주총은 다음달 25~27일 열릴 것으로 보인다.

[송광섭 기자 / 최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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