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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法 “정부가 메르스 ‘80번 환자’ 유족에게 2000만원 보상”···2심 뒤집힐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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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환자 유족에 대해 정부의 배상책임을 재차 인정했다. 다만 병원 측 책임은 인정되지 않았다.

중앙일보

이정일 변호사(오른쪽)가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80번 환자의 유족들이 국가, 삼성서울병원, 서울대학교병원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재판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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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부장판사 심재남)는 18일 메르스 ‘80번 환자’ A씨의 유족이 국가와 병원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가 유족에게 2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삼성서울병원과 서울대학교 병원 등에는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시했다.

선고 후 A씨의 아내는 아들의 손을 꼭 잡은 채 “국민으로서, 환자로서 보호받지 못한 것에 대해 영영 사과를 받지 못할까 우려 된다”며 “2015년에 받았어야 했던 사과인데 2020년에도 이런 결과를 받아 절망적”이라고 토로했다.



마지막 메르스 환자 A씨, 정부와 병원에 3억 청구 소송



‘마지막 메르스 환자’였던 A씨는 2015년 5월 27일 림프종 암 추적 관찰치료를 받기 위해 삼성서울병원을 찾았다가 ‘슈퍼 전파자’로 알려진 14번 환자로부터 메르스에 걸렸다. 병원 측이 14번 환자를 격리조치 하지 않아 A씨는 같은 응급실에서 3일을 머물다가 메르스에 감염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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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왼쪽 넷째)등 의사들이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 총력 대응 위해 병원 부분적 폐쇄 기자회견을 열고 인사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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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그해 10월 1일 질병관리본부의 메르스 격리해제조치로 집에 돌아왔다가 열흘 뒤 다시 서울대병원 음압병실에 격리됐다. 이후 메르스 양성 반응과 음성 반응을 반복해 나타내던 A씨는 11월 25일 숨졌다. 격리 상태에서 기저질환이었던 림프종 암을 제때 치료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A씨가 사망하고 한 달 뒤 정부는 공식적으로 메르스 종료 선언을 했다. 유족은 사태 초기 정부의 안일한 대응조치와 병원 측의 잘못된 결정으로 항암치료를 받지 못해 A씨가 사망했다며 총 3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法 “보건당국 대처는 문제 있지만 병원 측 과실 없어”



이날 재판부는 국가의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1번 환자에서 14번 환자를 거쳐 다수의 환자로 메르스가 확산하는 과정에서 보건당국의 대처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2015년 5월 18일 당시 질병관리본부 공무원들은 1번 환자에 대한 의심 신고를 받았다. 그러나 그가 다녀온 바레인이 메르스 발생 국가가 아니라며 진단검사를 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정부가 감염병 방역 등에 관한 행정권한 행사의 합리적인 재량의 범위를 일탈한 것으로서 현저하게 불합리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대한민국 소속 공무원들의 과실로 인해 A씨가 메르스에 감염되었으므로, 대한민국은 A씨와 유족에게 메르스 감염으로 인한 정신적 손해에 대해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A씨의 아내에게는 1200만원을, 자녀에게는 8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삼성서울병원과 서울대병원에 대해서는 배상책임이 없다고 봤다. 삼성서울병원이 14번 환자를 격리하지 않은 건 메르스 의심환자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인 만큼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서울대병원에 대해서는 림프종이라는 기저 질환과 메르스 사이에서 메르스를 먼저 치료하기로 결정한 의료진의 판단은 일반적이라며 과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유족의 변호를 맡은 이정일 변호사는 “국가 배상 책임에 있어 위자료로 인정된 금액이 생각보다 적어 항소 여부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병원 측이 항암치료를 적기에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을 물었는데, 1심은 의료진이 부득이한 결정에 따라 치료했고 과실이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항소심에서 항암치료를 적기에 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의료과실 판단을 물어봐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A씨와 같은 경로 감염자 ‘104번 환자’ 2심에서 패소



해당 재판부는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일부 인정했지만 최근 메르스 ‘104번 환자’와 관련한 항소심 재판에서는 국가와 병원 측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1심의 결과가 뒤집혔다.

최근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부(부장판사 이주현)는 메르스 104번 환자 B씨의 유족이 삼성서울병원과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1심을 깨고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1심이 “병원과 국가가 유족에게 1억원을 배상하라”고 한 판결을 뒤집은 것이다.

B씨는 A씨와 마찬가지로 2015년 5월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14번 환자로부터 감염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정부의 역학조사 부실 주장에 “불합리하다고 인정될 여지는 있다”면서도 B씨가 공무원 과실 등으로 메르스에 걸려 조기진단과 치료 기회를 상실해 사망했다는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14번 환자로부터 옮은 2차 감염자에 대해 국가가 책임져야 할 인과관계를 인정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A씨와 B씨가 같은 경로로 메르스에 걸렸음에도 재판부의 판단이 엇갈린 만큼 A씨의 항소심 재판에서도 국가의 배상이 인정될지 주목된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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