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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재계약 실패' 이문규 감독 "선수도, 나도 힘들다" 인터뷰 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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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만에 올림픽 본선행'에도 불명예 퇴진

뉴스1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 이문규 감독이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2020년 도쿄올림픽 최종예선을 마치고 11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해 인터뷰하고 있다. /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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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명의 기자 = 논란의 중심에 선 이문규(64) 여자농구 대표팀 감독은 말을 아꼈다. 당사자가 떠난 회의실에는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결론은 재계약 포기. 사실상 경질이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18일 서울 올림픽공원 내 테니스장에 위치한 회의실에서 경기력향상위원회(경향위)를 개최해 이문규 감독의 거취를 논의했다.

이문규 감독은 지난 6일부터 9일까지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진행된 2020 도쿄올림픽 최종예선에서 1승2패로 본선 진출권을 획득했다. 2008년 베이징 대회 이후 12년만의 올림픽 본선 진출이라는 쾌거였다.

그러나 이 감독은 혹사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퇴진 압박에 시달렸다. 1승을 거둔 영국전에서 12명 엔트리 중 6명만을 기용, 17점 차까지 앞서던 경기를 내줄뻔한 위기를 맞으면서 지도력이 도마에 올랐다.

대표팀의 기둥 박지수도 귀국 인터뷰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은 다들 아실 것"이라는 작심발언을 했다. 논란이 커지자 농구협회는 이문규 감독의 거취를 경향위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는 추일승 고양 오리온 감독이 경향위 위원장으로 주재했다. 위성우 아산 우리은행 감독, 안덕수 청주 KB 감독, 박정은 한국여자농구연맹(WKBL) 경기운영부장, 김화순 WKBL 선수복지위원장 등이 위원으로 참석했다.

이문규 감독도 경향위에 참석해 자신의 입장을 소명했다. 이문규 감독은 위원들 앞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다 40분 정도 지난 후 회의실을 나왔다. 취재진 앞에서는 "선수들이 힘들어하고 나도 힘들다"며 "더 이상 할 수 있는 말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인터뷰 고사였다.

이문규 감독 퇴장 후 약 30~40분이 더 흘러 회의가 마무리됐다. 회의 중에는 위원들의 언성이 높아지기도 했다. 진작부터 위원들 사이에 이문규 감독의 거취에 대한 의견이 갈린다는 얘기가 들렸다.

추일승 위원장이 취재진 앞에서 회의 내용을 브리핑했다. 추일승 위원장은 먼저 "조사 결과 코칭스태프와 선수들 간 불화는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혹사 부분 이슈 역시 단기전의 특성상 어떤 감독이라도 그런 상황에서는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이문규 감독의 입장을 두둔했다.

그러나 추일승 감독은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하다고 봤지만 이문규 감독은 대표팀 감독직을 수행하는 데 있어 팬, 미디어와 소통이 부족했다"며 "좋은 결과를 냈음에도 이런 상황이 돼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재계약 포기 결정을 발표했다.

추일승 위원장의 말대로 이문규 감독은 들끓는 비난 여론에도 귀국 후 인터뷰에서 "선수 혹사는 있을 수 없다. 너나 할 것 없이 죽기살기로 뛰었다", "연습기간도 짧았고 부상자가 많아 훈련을 제대로 하기 어려웠다", "국내 프로리그에서도 40분을 뛴다" 등의 해명을 내놓아 논란을 키웠다. 소통 부재의 단면이다.

이문규 감독에게도 기회가 있다. 경향위가 도쿄올림픽 기간으로 한정, 공개모집을 통해 후임 감독을 선임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이문규 감독도 공개모집에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문규 감독이 다시 대표팀 지휘봉을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공개모집 평가기준에서 경력 비중을 크게 낮추기로 했기 때문. 2018년 선임될 당시 경력 면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이문규 감독에겐 불리한 조건이다. 경력 점수를 많이 얻지 못한다면 현재 분위기 상 이문규 감독의 재선임은 어렵다고 봐야 한다.

결국 이문규 감독은 불명예스럽게 대표팀에서 퇴진하는 모양새가 됐다. 재계약 포기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는 위성우 위원은 "경질은 아니고, 충분히 좋은 결과를 냈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더 좋은 인재풀을 두고 신중을 기하자는 의미"라고 답했다. 그러나 통상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의 경우 예선을 통과한 감독이 본선까지 계속해서 팀을 맡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점에서 경질과 다름없는 결과다.
doctor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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