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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라임 부실 정말 몰랐나…"TRS 증권사·은행 알고 팔았다"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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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TRS 증거금율 올리며 판매 지속

"TRS 존재도 몰랐다" 투자자 불완전판매 주장

라임AI스타 1~3호, `시리즈 펀드` 논란까지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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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윤지 기자] “말이 됩니까. 선취 판매 수수료만 300만원입니다. 증권사는 선취 판매 수수료에 TRS 수수료까지 챙겨놓고 제 돈은 다 날아갔다고 합니다.”

KB증권을 통해 ‘라임AI스타 1.5y’펀드에 가입한 투자자의 원성이다. 대규모 환매 중단을 결정한 라임자산운용 사태를 둘러싸고 총수익스와프(TRS)를 제공한 증권사와 판매사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무역금융펀드 플루토TF-1호를 라임 운용과 사기 공모한 혐의를 받는 신한금융투자는 물론, 우리은행을 비롯한 KB증권 등도 작년 초 라임 운용의 부실을 알고도 펀드를 팔았단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작년 2월 KB증권이 라임펀드에 대해 스트레스테스트를 실시한 결과와 그 다음달 TRS 계약의 증거금을 올리기로 한 사실을 놓고 손실 가능성을 미리 인지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은행도 KB증권의 테스트 결과를 공유한 만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KB증권측은 스트레스테스트는에 대해 라임자산운용으로부터 펀드운용 내역을 제공받지 못한 상황에서 상황별 시나리오를 가정해 산출한 결과라며 전액손실 위기에 몰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항변하고 있다.

◇ KB증권, 부실 사태 정말 몰랐나

투자자들은 판매사와 TRS 제공사가 라임 펀드의 부실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했다는 데 의구심을 표한다. 최근 공개된 우리은행 내부 문건에 따르면 작년 2월 KB증권은 라임 펀드를 대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하고 상황 악화시 ‘플루토FI D-1호’ 펀드에서 30%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봤다. 문건 내용이 사실이라면 우리은행과 KB증권은 최소한 라임 펀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도 계속 판 셈이다.

KB증권은 공교롭게도 스트레스 테스트와는 별개로 같은 해 3월께 라임에 대한 TRS증거금률을 올리기 시작했다. 라임에 대한 증거금률을 초기 30%에서 1분기, 2분기 말에 걸쳐 50%가량 올리고 3분기 말에 70%까지 올리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KB증권은 라임 펀드에 자본이 편중됐다는 이유로 TRS증거금률 인상을 결정했다고 설명하지만, 투자자들은 손실 가능성을 알고 올린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또 증거금률 인상을 결정한 후에도 펀드를 팔았다는 점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전액 손실 결정이 난 ‘라임 AI스타 1.5Y’ 3호는 작년 3월 판매됐다. 우리은행은 ‘AI프리미엄’을 같은 해 4월까지 팔았다. 투자자들은 해당 펀드 수수료가 무려 1%대에 달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펀드 2억원어치를 팔면 수수료만 300만원 떨어지는 셈이다.

KB증권은 스트레스테스트 의미가 실사 개념은 아닌데다 TRS를 제공한 델타원 부서와 판매부서간 차이니즈월이 있어 부실을 인지하고도 판매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KB증권 관계자는 “스트레스 테스트는 금융위기 및 전쟁 등의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해 발생 가능한 손실을 산출하는 기법으로 삼일회계법인의 회계실사와는 다른 개념”이라면서 “이를 통해 사전에 펀드의 부실징후를 포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라임 펀드가 모자형 구조로 복잡하게 얽혀 있고 1개 모펀드가 담고 있는 자산이 80개가 넘어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구조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 “TRS 설명 못 들어”..불완전판매 논란

라임 펀드의 복잡한 특성은 필연적으로 불완전판매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TRS계약을 맺거나 펀드를 판매했던 시기에는 라임 자산에 문제가 없었다면서도 동시에 펀드가 구체적으로 어떤 자산에 투자하는지 알 수 없었다는 게 공통적인 설명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TRS로 손실이 커진 투자자들은 TRS에 대한 안내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작년 2월 ‘라임 AI스타 2호’에 투자했다는 A씨는 “가입 권유를 받을 때나 가입 신청서를 작성할 때도 TRS나 레버리지 포함 여부는 전혀 듣지 못했고, 뒤늦게 받은 직원용 안내장에도 ‘레버리지를 80~100% 활용해 분산투자해 안정적인 수익 추구’라고 적혀 있을 뿐 손실 발생시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다”면서 “말도 안되는 불완전판매”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특히 해당 펀드는 공모펀드를 회피하기 위한 ‘시리즈 펀드’라는 지적도 나온다. 라임 AI스타 1~3호는 사실상 동일한 상품이지만 세 차례에 걸쳐 120여명이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시장법 119조에 따르면 사모펀드는 49인 이하 투자자에게만 판매할 수 있어 판매사가 50명 이상 여러 투자자에게 펀드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공모펀드로 출시해야 한다. 하지만 펀드를 기획할 당시에는 1호(100%), 2호(80~100%), 3호(80% 이상)가 각각 레버리지 비율이 다르고 편입 자산 일부에 차이를 줬다는 설명이다. 증권신고서 제출이나 주기적 공시 등 당국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혹은 재간접 펀드 구조를 이용해 수수료를 이중으로 받기 위해 쪼개서 판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KB증권이 지난해 10월 ‘라임 AI스타’ 투자자에게 보낸 안내장에 따르면 1~3호의 자산이 동일한 이유에 대해 “초기에는 플루토FI D-1호에 투자하고 추후 전체적인 자산규모가 커지게 되면 점차적으로 플루토 펀드의 비중을 줄이고 부동산 관련 프로젝트성 자산 등을 편입해 운용하는 것처럼 계획했다”면서 “하지만 2분기부터 시작된 라임에 대한 루머 기사 및 감사 등의 영향으로 라임으로 신규자금 유입이 중단됨에 따라 부동산 관련 프로젝트성 자산 등을 편입을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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