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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폐렴 검사하자는 의사 권유도 거부, 31번 환자에 대구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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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폐렴 확산]

열흘 입원중 고열… 다른 환자 33명중 추가 확진 나올 가능성

대구시 "감염경로 알 수 없어"… BTS 출연 콘서트도 취소 검토

의협 "1차 방역 실패로 누구든 감염 가능, 대응 전략 바꿔야"

"내가 지금 열이 나는 거 같다."

18일 오전 31번 확진자(61·여)가 입원해 있던 대구 새로난한방병원 관계자와 통화하던 중 한 입원 환자가 소리치는 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병원 관계자는 "환자분, 안에 들어가 앉아 계시면 순차적으로 (검사)해 드립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자분, 들으셨죠? 병원이 난리도 아니라 인터뷰가 어렵습니다"라며 전화를 끊었다. 이날 오후 새로난한방병원에 입원해 있던 환자 33명은 모두 대구의료원으로 이송됐다. 31번 확진자는 영남권 첫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사례이다. 그는 교통사고로 지난 7일 이 한방병원에 입원해 17일 대구의료원에 격리되기까지 열흘 동안 수시로 외출하며 호텔 뷔페와 교회를 돌아다녔다. 특히 열흘간 입원 동안 병원 내 면역력이 취약한 환자에게 감염을 일으켰을 가능성이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병원은 코로나 검사 제의, 환자가 거부

병원은 이 환자가 8일부터 오한과 인후통 증세를 보이고, 10일 고열(38.8도)까지 나타나자 우한 코로나 검사를 권유했다. 그러나 이 확진자는 검사를 거부했다. 채홍호 대구시 행정부시장은 "환자가 해외여행을 간 적이 없고 확진자와도 접촉하지 않았기 때문에 검사받지 않겠다고 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환자가 검사를 거부했을 때 이를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현재 해당 환자가 왜 검사를 거부했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했다. 10일 검사가 이뤄졌다면 조기 발견 및 격리가 가능했을 텐데 기회를 놓친 것이다. 통상 증세가 나타나면 남들에게 바이러스를 감염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그는 고열 증세가 나타난 이후로도 병원과 교회, 호텔 뷔페식당 등 여러 사람이 모이는 장소를 돌아다녔다. 지난 15일 대구 동구 퀸벨호텔 2층 뷔페식당에서 오전 10시 30분부터 정오까지 한 시간 반 동안 점심식사를 했다. 지인 결혼식에 참석해 피로연장에서 하객들과 함께 식사한 것이다. 퀸벨호텔은 18일부터 휴업에 들어갔다. 또 그는 지난 9일과 16일에는 대구 남구 대명동 신천지대구교회(다대오지파)에서 400여명의 신도가 모인 가운데 2시간씩 예배를 봤다. 교회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당분간 예배 및 모임을 갖지 않는다'고 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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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료원은 지난 17일 오후 5시쯤 31번 확진자를 동관 음압격리병실(외부보다 기압이 낮아 병실 밖으로 바이러스가 나가지 못하는 병실)에 입원시켰다. 대구의료원은 동관과 인접해 있는 본관 3·4층 입원 환자 70여 명은 만약의 감염 사태에 대비해 다른 병동으로 옮겼다. 대구시는 오는 21일 열 예정이던 대구시민의 날 행사 등 공공기관 주관 행사를 모두 취소했다. SBS는 다음 달 8일 방탄소년단(BTS) 등이 공연하는 'SBS 인기가요 슈퍼콘서트 in 대구' 방청권 신청을 연기했다.

의료계 "전면적 전략 수정 필요"

방역 당국은 이날 31번 확진자에 대해 적잖이 당혹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31번은 해외에 다녀온 적도 없고, 다른 확진자와 접촉한 사실도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이는 29·30번 확진자와 유사하다. 더 특이한 점은 12명의 확진자가 나왔던 서울에 거주한 29·30번과 달리 대구는 그동안 확진자가 한 명도 없었다. 17번 확진자(37)가 지난달 24~25일 대구를 방문했지만 31번 확진자와 접촉한 적도 없다. 대구시 관계자는 "최근 20일 가까이 대구에만 머물렀던 31번이 어떻게 우한 코로나에 노출됐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누구나 감염에 노출되는 이른바 지역사회 감염(불특정 감염)이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이날 "최근 5일 동안 신규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는데 두 번째 충격이 오는 과도기였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는 정부의 전면적 대응 전략 수정과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방역 당국이 더 많은 의심 환자를 진단할 수 있도록 일선 병원을 지원해달라"고 했다.




[양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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