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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시위에 코로나19까지...외국인들 홍콩 러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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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진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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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국제공항 모습./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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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 10년 이상 거주한 뉴질랜드 출신 이안 제이콥씨는 최근 운영하던 건축자재회사를 정리했다. 지난해 홍콩 시위로 불안에 떤 것도 모자라 코로나19까지 더해지면서 홍콩을 떠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10살 딸아이의 학교가 장기간 휴교에 돌입한 것도 이 같은 결정에 한 몫했다. 그는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는 것을 지켜보면서 이 곳에선 더이상 아이를 키울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최근 홍콩 거주 외국인들이 이민을 위해 짐을 싸는 사례가 늘고 있다. 19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홍콩 소재 한 임대업체는 이달 둘째주 기준 외국인들의 이주 문의가 1년 전과 비교해 45% 증가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이주업체도 "일반적으로 해외 이동 성수기는 여름(학기 시작 전)이지만 최근 외국인들의 이주 문의가 급증했다"며 "이들은 얼마나 빨리 이사할 수 있느냐고 물어본다"고 말했다.

최근 홍콩 정부의 재택근무 지시 및 학교 휴교 연장 등은 외국인들의 이민 결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초 홍콩 학교들은 춘절(중국의 설) 연휴가 끝나는 이달 3일 개학할 예정이었지만, 교육당국은 코로나19 예방 차원에서 17일로 한 차례 개학을 미뤘다. 이후 또다시 다음달 2일까지 휴교를 연장하면서 학부모들의 우려를 키웠다. 대다수 외국인들은 홍콩 정부가 휴교 연장을 발표하면서 이주를 결심하게됐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이민이 어려운 일부는 일시적으로라도 홍콩을 벗어나 있을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7·11세 자녀를 둔 보험업계 임원은 태국 코사무이 섬에 집을 빌렸고, 익명을 요구한 몇몇 은행원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때까지 가족과 함께 외국에서 지내기로 했다.

홍콩의 한 유명 사립 국제학교가 재학생 중 114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약 20%인 230명 정도가 현재 홍콩 외 지역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외국인들의 이 같은 홍콩 탈출은 관광객 급감에 이어 실업률 증가, 코로나19로 등의 영향으로 휘청거리고 있는 홍콩 경제에 더 큰 피해를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6만9000여명에 달하는 거주 외국인들이 홍콩을 글로벌 금융수도로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들 대부분이 금융·법률·기타 서비스 산업에서 종사하고 있다.

이에 홍콩 주재 영국·프랑스 상공회의소 회장은 앞서 홍콩 정부에 서한을 보내 "(외국인들의 탈출은) 홍콩의 세계적 지위를 위협하는 리스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장 국제학교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것은 외국인들의 이민 결정을 더욱 재촉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국제학교의 재정 상태에도 악영향을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콩의 미국 상공회의소의 타라 조셉 회장은 "외국인들의 이주는 홍콩의 도시 경쟁력을 해칠 수 있다"며 "인재를 잃으면 되돌리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진경진 기자 jk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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