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이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된 어워즈 시즌을 마치고 금의환향했다. 봉 감독은 19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영화 '기생충' 기자회견에 참석, 긴 레이스를 마무리하는 소감과 그간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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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오늘 아침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봉 감독은 스콜세이지 감독의 오랜 팬이다)이 편지를 보내왔더라. 영광이었다. 개인적인 편지라 내용을 말씀드릴 순 없지만, 마지막에 '그동안 수고했다. 이제 쉬어라. 대신 조금만 쉬고 빨리 일해라. 나도 그렇고 다들 너의 차기작을 기다린다'고 적혀있었다"고 기뻐했다.
앞서 '기생충'은 제72회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시작으로 제77회 골든글로브시상식 외국어영화상, 제73회 영국 아카데미상시상식 외국어영화상·각본상 등을 휩쓸었다. 특히 지난 10일에는 제92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최고상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각본상, 국제장편영화상을 받으며 한국 영화사는 물론 세계 영화사에 큰 획을 그었다.
화려한 수상 이력만큼이나 화제가 됐던 건 봉 감독의 수상 소감. 특유의 재치와 매너로 완성된 그의 수상 소감은 패러디물까지 만들었다. 수상 소감 질문에 머쓱한 듯 웃던 봉 감독은 이내 "(소감을 패러디한)유세윤, 문세윤씨 참 천재적이다. 존경한다. 최고의 엔터테이너"라고 치켜세워 웃음을 안겼다.
아카데미를 '로컬 시상식'이라 칭한 게 계획된 도발이었냐는 질문에는 "처음 가면서 도발씩이나 하겠냐"고 웃었다. 봉준호 감독은 "영화제 성격을 이야기하다가 칸, 베를린, 베니스는 국제고 아카데미는 미국 중심이 아니냐고 했다. 근데 그걸 미국 젊은이들이 트위터에 올렸더라. 대화 중에 자연스럽게 나온 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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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 감독은 수상이 차기작에 영향을 주진 않을 거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지금 구상하는 작품은 몇 년 전부터 준비했다. '기생충'의 반응, 결과와 상관없다. '기생충'도 늘 그랬든 평상심을 유지하며 찍었다. 어떤 목표를 갖고 찍은 게 아니다. 평소대로 완성도 있는 영화를 만들고자 했고 그 기조는 여전하다"고 밝혔다.
'기생충'은 오는 26일 흑백판 개봉도 앞두고 있다. 봉 감독은 "'마더' 때도 만들었다. 거창한 의도보다 고전, 클래식 영화에 대한 동경과 로망"이라며 "컬러가 사라진 것 말곤 똑같지만, 다른 느낌일 거다. 배우들의 미세한 표정, 연기 디테일을 더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미국에서 제작되는 '기생충' 드라마판에는 프로듀서로 참여한다고 했다. 봉 감독은 "아담 맥케이 감독이 작가로 참여하고 연출은 곧 찾을 거다. 영화의 주제 의식인 빈부 격차 이야기를 블랙코미디, 범죄 드라마로 깊게 파고들 거다. 단 5~6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틸다 스윈튼, 마크 러팔로 출연은 정해진 게 없다. 이야기 구조를 논의하는 단계고 순조롭게 첫발을 내디뎠다"면서 "'설국열차' 드라마판이 4~5년 걸렸다. '기생충'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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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제3의 봉준호 발굴을 위해서는 모두가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고 짚었다. 봉 감독은 "이 질문을 받으면 항상 제 영화 '플란다스의 개' 이야기를 한다. '플란다스의 개'와 '기생충' 시나리오를 가지고 오면 어떤 영화가 촬영에 들어갈 수 있겠나. 데뷔 후 20여 년간 한국영화는 눈부시게 발전했다. 하지만 신인 감독이 모험적인 시도를 하는 건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독립영화가 (영화)산업과 평행선을 이루고 있다. 안타깝다. 2000년대 초만 해도 좋은 의미의 충돌이 있었다. 이 활력을 되찾는 게 고민이다. 우리는 1980~1990년에 부흥했던 홍콩영화가 어떻게 쇠퇴했는지 안다. 그 길을 걷지 않으려면 모험을,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면서도 "최근 독립영화를 보니 많은 재능이 꽃피고 있더라"고 낙관적으로 내다봤다.
끝으로 봉 감독은 "'옥자'가 끝났을 때 이미 번아웃 상태였다. 근데 '기생충'이 너무 찍고 싶어 없는 기세를 영혼까지 긁어모았다. 이제 쉬어볼까 싶기도 한데 스콜세이지 감독이 쉬지 말라고 해서(걱정)"이라고 너스레를 떨며 "전 다시 뚜벅뚜벅 걸어가겠다. 다음 작품 시나리오를 한 줄 더 쓰는 게 제가 영화산업을 위해 가능한 최선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jjy333jjy@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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