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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의사권고도 무시" 31번 환자 처벌 못하는 이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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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최태범 기자, 김근희 기자]

머니투데이

[대구=뉴시스] 이무열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발생한 19일 오후 대구 서구 중리동 대구의료원 선별진료소에 코로나19 의심 환자가 검사를 받기 위해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2020.02.19. lm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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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확인된 31번째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는 폐렴 증상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해외를 다녀온 적이 없고 다른 환자와 접촉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의료진이 두 차례 권유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거부했다.

31번 환자는 지난 14일 폐렴이 발견된 이후에도 인구 밀도가 높은 곳들을 거쳤다. 15일 대구 퀸벨호텔 예식장에서 열린 결혼식에 참석했고, 16일에는 대구 남구 신천지교회 예배도 참석했다. 대구·경북지역 추가 확진 환자 11명 중 7명이 신천지교회에 다녔다.

결국 의료진의 세 번째 권유가 있던 지난 17일에서야 보건소에서 진단검사를 실시해 확진 판정을 받았다. 폐렴 증상이 발견됐던 사흘 전 빠른 격리조치와 코로나19 진단검사가 이뤄졌다면 추가 환자 발생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부 “법적 강제처분 조항 있지만, 31번 환자는 적용 불가”


문제는 의료진의 진단검사 권유에 강제성이 없어 환자들이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의심환자들이 의료진의 권고에 화를 내며 제대로 따르지 않는 사례가 있었고 이로 인해 감염이 확산됐다.

코로나19는 법정 제1급 감염병으로 분류된다. 급속한 전파 또는 확산이 우려돼 환자격리 및 역학조사와 방역대책 등의 조치가 필요한 질환이다. 감염병 예방법 42조에 따라 1급 감염병 환자는 진찰, 동행치료, 입원 등 강제처분 대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강제처분을 위해서는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지자체장의 결정이 필요하다. 해당 환자에 대해 ‘치료·입원을 시켜야 한다’는 지시가 먼저 이뤄져야 강제처분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강제처분을 위반하면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는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코로나19를 1급 감염병으로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강제처분 조항이 적용될 수는 있지만 우선 감염병 환자라는 강력한 의심이나 근거가 있어야 하고, 조치는 지자체장이 하는 것으로 의료기관은 할 수 없다”고 했다.

정 본부장은 “31번 환자가 권고를 따르지 않았다고 해서 처벌할 수는 없다. 환자 본인이 중국을 다녀왔거나 다른 환자와 접촉하지 않아 코로나19를 의심할 만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정부는 판단하고 있어서 이 조항을 적용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례정의 확대 개정해도…강제성 無


보건당국은 20일 0시부터 확대·개정한 코로나19 사례정의(감염병 관리가 필요한 대상 요건) 6판을 적용한다. 원인불명의 폐렴으로 입원 중인 환자에 대해서는 병원이 해외 여행력과 무관하게 코로나19 진단검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정 본부장은 “의사소견에 따라 입원이 필요한 원인불명 폐렴 환자를 더 명확히 규정해 선제격리와 검사를 실시할 수 있도록 명확하게 안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입원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의 폐렴도 조사대상자에 포함해 검사를 확대할 수 있게끔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31번 환자처럼 유사한 거부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의료진이 지자체나 보건소에 환자에 대한 검사를 의뢰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의무 조항은 아니다. 검사를 의뢰한다고 해도 행정 처리에 시간이 소요되는 동안 ‘방역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태범 기자 bum_t@mt.co.kr, 김근희 기자 keun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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