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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요코하마항 크루즈 들어간 일본 감염증 전문가 "비참한 상태,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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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고베대학 감염증내과의 이와타 켄타로 교수가 18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Iwata kentaro’에 올린 동영상을 통해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상황을 알리고 있다. 유튜브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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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감염증 전문가가 코로나19 감염증 확진자가 대거 발생해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인 크루즈선의 상황이 “비참하다”며 일본 당국의 대응을 비판했다.

고베(神戶)대학 감염증내과의 이와타 켄타로(岩田健太郞) 교수는 18일 밤 유튜브에 14분 길이의 동영상을 올리고 선내 상황을 고발했다. 그는 지난 18일 일본 후생노동성 재해 파견의료팀(DMAT)원 자격으로 선내에 들어갔다.

이와타 교수는 “(선내 상황이) 정말 심각했다. 이 일을 20년 이상해왔으며 아프리카의 에볼라 바이러스나 중국의 사스 등 여러 감염증과 맞서왔다. 나 자신의 감염 위험을 느끼는 일도 있었다”고 했다. 이어 “그러나 내가 감염될 수 있다는 공포 같은 것은 별로 느껴본 적이 없었다. 나는 전문가이고, 어떻게 하면 감염되지 않을지, 어떻게 하면 시설 안에서 바이러스가 더 퍼지지 않을지 숙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와타 교수는 “그런데 다이아몬드호는 정말 비참한 상태로, 나는 진심으로 두려움을 느꼈다”며 “(코로나19에) ‘걸려도 어쩔 수가 없겠구나’라고 진심으로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선내 안전구역과 위험구역의 구분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수는 “바이러스가 전혀 없는 안전한 그린존과 바이러스가 있을 수도 있는 위험한 구역을 레드존이라 한다”고 설명한 뒤 “‘레드존에서는 PPE라는 방호복을 입어야 하지만 그린존에서는 이것이 필요없다’는 등의 구별에 의해 바이러스로부터 몸을 지키는 것이 우리들 세계의 철칙”이라고 했다. 이어 “하지만 이 배 안에서는 그린도 레드도 (구별 없이) 엉망진창이라 어디가 위험한지 어디가 위험하지 않은지, 어디에 바이러스가 있는지 알 수 없었다”고 했다.

또한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는 승무원들조차 마스크를 꼈다가 끼지 않았다가 했고, 열이 있는 승객이 자신의 방에서 나와 걸어서 의무실로 가는 장면도 목격했다고 했다.

이와타 교수는 선내에 상주하는 감염 전문가가 1명도 없다는 사실 또한 폭로했다. 그는 “가끔 들어오는 분(전문가)은 있지만, 그들도 결국 ‘위험하다’고 여기면서도 직언하지 못하고 직언해도 들어주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자신 또한 이 문제를 후생노동성 고위관료에게 지적했지만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선내의) 일본인 여러분, 전세계의 여러분들은 이 같은 상황을 모른 채 부실한 관리를 받으며 크루즈 안에서 감염의 리스크를 견뎌야했을 것”이라며 “역시 이것은 일본의 실패다. 이것을 감추는 것은 더 큰 실패”라며 일본 정부의 불투명한 정보공개 방침을 비판 했다. 이어 “부디 이 비참한 현실을 알아주셨으면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와타 교수가 올린 이 영상은 업로드 하루 만에 92만회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는 등 화제가 되고 있다. 영상에는 2400여개 넘는 댓글이 달렸으며 “위기감이 부족한 일본에 대해 심각한 현실을 알려주어 감사하다”는 등의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

요코하마항에 정박하고 있는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의 탑승객과 승무원 중 코로나19 감염이 확인것은 지난 18일 기준으로 542명이다. 음성 판정을 받은 승객 500여은 19일 오전 하선을 시작했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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