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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슈 법의 심판대 오른 MB

이명박, 17년 선고에 한참 허공 바라봤다…변호인들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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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340억대 횡령과 100억원대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돼 2심에서 징역 17년을 선고받고 다시 구속수감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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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부품업체 다스(DAS)의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으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이명박(79) 전 대통령이 항소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아 재수감됐다. 지난해 3월 6일 보석으로 석방된 지 350일 만이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19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의 항소심에서 총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원, 추징금 약 57억8000만원을 선고했다.



檢 추가한 뇌물 50억 중 27억 추가 인정



이 전 대통령의 형량은 1심의 15년보다 2년이 늘었다. 재판부가 삼성그룹 관련 뇌물 액수를 추가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항소심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5월 검찰은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이 전 대통령이 삼성그룹으로부터 추가로 뇌물을 받았다는 내용의 자료를 넘겨받았다. 삼성 미국법인 계좌에서 다스의 미국 소송을 대리한 로펌 에이킨검프로 소송비 대납액 430만 달러(약 50억여원)가 송금됐다는 내용이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기존 뇌물수수 액수에 50억원을 추가해 공소장을 변경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삼성그룹 관련 뇌물이라고 주장한 119억원 중 89억원을 뇌물로 인정했다.

이날 재판부는 삼성 관련 뇌물액을 27억원을 더 인정했지만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건넨 뇌물 19억원에 대해서는 이 전 대통령에게 구체적 청탁이 전달됐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며 약 2억원만 인정했다. 따라서 이 전 대통령이 받은 것으로 인정된 뇌물액은 전체적으로 10억원이 증가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 전 대통령이 다스에서 비자금·허위급여 및 승용차 구입대금·법인카드 사용액 등으로 총 252억원을 횡령했다고 봤다. 1심이 허위급여와 승용차 구입대금 부분은 공소시효가 끝났다고 봐 유죄 판단을 내리지 않았던 것과 다른 판단이다. 1심 때와 달리 항소심 재판부는 다스가 이 전 대통령의 실질적 소유라고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회삿돈 횡령을 인정함에 따라 다스가 이 전 대통령의 소유라는 것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선고 후 허공 바라보던 MB, 지지자들에게 “고생했어, 갈게”



1심 선고 이후 수감됐던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재판부가 보석 청구를 조건부로 허용하며 풀려났다. 재판부는 보석을 취소하고 이 전 대통령을 재수감했다.

중앙일보

340억대 횡령과 100억원대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돼 2심에서 징역 17년을 선고받고 다시 구속수감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며 미래통합당 권성동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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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 대통령은 선고가 끝난 뒤 한참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은 채 허공을 응시했다. 변호인들도 원통한 표정으로 옆에 앉아있거나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았다. 선고가 끝났으니 나가달라는 법정 경위의 말에도 지지자들은 “어떻게 이렇게 갈 수가 있겠냐”며 법정을 떠나지 않았다. 오열하는 지지자들도 있었다.

10여분간을 아무 말 없이 앉아있던 이 전 대통령은 몸을 일으켜 방청석에 남아있던 20여명의 지지자에게 다가가 악수를 했다. 방청석에 앉아있던 김문수 전 경기지사에게는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또 다른 지지자에게는 웃으며 “2년이 더 나왔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인사를 나눈 이 전 대통령은 미소를 띤 채 “고생했어, 갈게”라며 구치감으로 들어섰다.



法 “대통령 의무와 책임 저버려…반성하고 책임 통감해야”



재판부는 양형 이유에 대해 “피고인은 국가 원수이자 행정 수반인 대통령으로 본인이 뇌물을 받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뇌물을 받은 공무원이 있다면 관리·감독·처벌해 부패를 막아야 할 지위에 있었다”며 “이런 지위에 따른 의무와 책임을 저버리고 공무원이나 사기업 등에서 뇌물을 받고 부정한 처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또 “범행을 모두 부인하면서 이를 다스 직원이나 함께 일한 공무원, 삼성그룹 직원 등 여러 사람의 허위진술 탓으로 돌린다”며 “자신의 행위에 대해 책임질 부분이 명백함에도 반성하고 책임을 통감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매우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삼성그룹의 소송비 대납과 관련해서는 “2009년 말 이건희 삼성 회장에 대한 특별 사면권이 공정하게 행사되지 않았다는 의심을 받게 했다”고 비판했다.

선고가 끝난 후 이 전 대통령 측 변호를 맡은 강훈 변호사(법무법인 열림)는 “판사와 변호사의 입장이 다르다지만 법조인으로서 같은 증거기록을 읽고 내린 판단이 이렇게 다를 수 있는지 몰랐다”며 재판부 판단에 전혀 수긍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이 전 대통령도 답답해하고 유감스럽게 생각을 했다”며 상고 여부는 의논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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