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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니에스타 보러 왔다… 수원 뒤덮은 마스크 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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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고베 ACL 조별리그 첫판

우한 코로나 감염증 확산에도 레전드 방한에 1만7000명 몰려

"월드클래스 직접 보기 위해 전북 팬이지만 수원까지 왔다"

수원 후반 막판 실점, 0:1로 져

수원 삼성이 홈에서 빗셀 고베를 맞아 2020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G조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른 19일. 전반 27분쯤 고베 주장인 안드레스 이니에스타(36)가 앞에 선 수원 수비수 키를 넘기는 로빙 패스를 했다. 공은 오른쪽 라인을 따라 침투하는 고베 선수 발 앞으로 떨어졌다. 그 라인 옆은 수원 팬들이 몰려 앉은 구역이었지만, 그럼에도 '오' 하는 나지막한 감탄이 살짝 터져 나왔다.

이들이 찬사를 아끼지 않은 상대팀 선수 이니에스타는 '월드스타'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9회 우승,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회 우승, 2010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우승 등에 공헌하며, FC 바르셀로나와 스페인의 전성시대를 이끈 '레전드'다. 국내에서도 그의 팬이 많다. 창의적인 패스를 바탕으로 한 볼 배급과 현란한 드리블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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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코로나 감염증에 대한 불안감도 이니에스타를 보려는 축구 팬들의 열정을 꺾지 못했다. 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 관중석에는 마스크를 착용한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관중은 1만7372명에 달했고, 경기 시작 1시간 반 전부터 입장 대기 줄이 50m를 넘겼다. 팬들 중 상당수는 일본 빗셀 고베에서 뛰는 이니에스타를 직접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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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빅버드'(수원월드컵경기장의 별명)를 찾은 관객은 1만7372여명에 달했다. 고베 원정 팬 500여명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국내 팬이다. 그러나 수원이나 고베가 아닌 '제3의 팬'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바로 세계적인 미드필더 이니에스타를 직접 보고 싶어 축구장을 찾은 이들이다. 경기 광명시에서 온 대학생 김승수(19)군은 "사실은 전북 현대 팬인데, 이번만큼은 이니에스타를 보기 위해 수원까지 왔다"고 했다. 인천시에서 온 고등학생 박준영(17)군은 "비록 첼시 팬이고 FC바르셀로나를 좋아하지도 않지만, '월드 클래스'를 직접 볼 기회는 흔치 않을 듯해 직관(직접관람)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마스크를 쓴 팬들의 입장 행렬은 관중석을 개방한 오후 4시 30분부터 3시간 내내 끊이지 않았다. 우한 코로나 감염증이 확산 기미를 보이는 날이었음에도, 수원 구단에 따르면 예매 취소자가 거의 없었다 한다. 오히려 수원의 지난해 홈 경기 평균 관중(8841명)이나 역대 주중 ACL 홈경기 최다 관중(1만4380명·2015년 5월 5일 베이징 궈안전) 기록을 훌쩍 넘겼다. 수원 관계자는 "홈에서 벌어지는 팀의 시즌 첫 경기라는 점도 있지만, 우한 코로나가 기승인 평일인데도 빅매치급 흥행을 해낸 것은 역시 이니에스타의 기여가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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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셀 고베의 이니에스타(왼쪽)가 19일 수원 삼성과의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G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염기훈을 앞에 두고 드리블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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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에스타는 FC바르셀로나에서 뛰던 2004년 7월 프리시즌에 팀과 함께 한국을 방문해 친선전을 치른 경험이 있다. 맞붙은 팀과 장소는 이번과 똑같았다. 당시 이니에스타는 후반 9분 교체로 출전했다. 당시 경기에서 FC바르셀로나는 후반 32분 수원 미드필더 조반 우르모브에게 프리킥 골을 내주며 0대1로 졌다.

전성기가 지난 이니에스타는 후반 16분엔 상대 페널티박스 우측에서 특기인 드리블로도 최종 수비수를 제치지 못해 공을 뺏기기도 했다. 하지만 클래스는 여전했다. 고승범(26)과 김민우(30)의 압박을 노련하게 뿌리치거나 날카로운 스루패스(상대팀 선수 사이로 공을 보내는 패스)로 공격수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는 등 이따금 옛 실력을 증명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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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으로 경기장 주변 방역 - 드론이 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 주변에서 우한 코로나 예방을 위해 방역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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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은 한때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로 불린 선수를 가까이에서 본 것에 만족했다. 인천시에서 온 래퍼 김성경(34)씨는 "세계적인 선수인데도 인상이 조기축구회 회원처럼 순수했다"며 "많이 뛰지 않으면서도 능숙하게 탈압박을 해내는 모습이 신기했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에서 온 고등학생 엄정후(16)군은 "2014년부터 좋아하던 선수 플레이를 바로 눈앞에서 본 것만으로도 매우 기쁘다"고 했다.

고베는 후반 45분 후루하시 교고(25)가 결승골을 터트리며 1대0으로 승리했다. 이니에스타가 측면을 파고드는 사카이 고토쿠(29)에게 공을 밀어줬고, 사카이가 올린 크로스를 후루하시가 발끝으로 마무리했다. 이니에스타는 이날 추가시간까지 더한 전·후반 95분여를 모두 소화했다. 그는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을 나서며 "한국 팬들의 성원에 행복하다. 다시 한국에 와서 축구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수원=문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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