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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김영상의 오지랖] 이언주, 보수 여전사냐 철새냐…충돌음부터 낸 그의 ‘부산행 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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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자칭 ‘자유의 여전사’, 이언주 읽는 법

이 의원 ‘부산 중구·영도’ 전략공천설에 파열음

미래통합당 출발부터 삐걱…당 내부는 “곤혹”

김무성 vs 이언주 설전 이어 장제원 발언 가세

진중권 ‘민머리 철새’ 단어 쓰며 이 의원 비판

거침없는 언행의 이언주 향후 행보 시선집중

헤럴드경제

이언주 전 전진당 대표가 지난 1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미래통합당 출범식 ‘2020 국민 앞에 하나’ 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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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되지 않은 얘기다. 친구들끼리 모처럼 모였다. 작은 선술집에서였다. 어디선가 작은 소리가 들려온다. 주인장이 심심해서인지 텔레비전을 켜놓은 모양이다. 종편 채널에선 한 정치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었다. 우리들 시선은 잠깐 그쪽을 향했다. 한 친구가 정색하듯 “야, 끄자. 끄자. 이언주다. 보기도 싫다”고 했다. 그 말에 한 친구가 “왜? 난 좋던데. 이언주, 사이다 같잖아”라고 맞받아친다. 그러더니 이언주가 이래서 싫다느니, 이언주가 그래서 좋다느니 잠시 실랑이를 벌인다. 설전까지는 아니다. 평소 정치와는 담을 쌓고 사는 것으로 보였던 두 친구의 가벼운 말씨름에 자리가 잠시 어색해졌다. 절친끼리 모이면 정치인 얘기는 하지 말아야 하는 법이다. 괜히 싸움으로 번진다. 중재에 나섰다. “아, 중요한 것도 아닌데 뭐. 그만 하지.” 주인한테 텔레비전을 꺼달라고 했다. ‘이언주’라는 정치인의 이름과 정치 행보에 대해선 어느정도 알고 있었지만, 친구 두 녀석의 호불호가 이렇듯 극명하게 갈릴 줄은 몰랐다.

이 의원을 나중에 여의도 한 식당에서 만났을때, “의원님 팬도 많은데 안티도 많은 것을 아시는가”라고 물었다. 돌아오는 답이 명확했다. “잘 알죠. 하하하”.

이 의원은 직선적이다. 기자가 만나본 수많은 정치인 중 그만큼 직선 일변도인 사람은 보지 못했다. 경력의 정치인일수록 ‘곡선의 미학’을 즐긴다. 공격적인 질문에 우회하기도 하고, 슬금슬금 요점을 피하면서 두루뭉술한 답을 내놓기도 한다. 세상 파도 다 겪다보면 말이 씨가 되는 언변은 삼가는 게 정치인이다. 좋게 말하면 요령이 있는 것이고, 좀 나쁘게 말하면 닳고닳았다. 그런데 이 의원은 옆으로 비켜가는 법이 없다. ‘사이다’다. 덩샤오핑은 70년대말 중국의 경제정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그 유명한 흑묘백묘(黑猫白猫)란 말을 남겼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뜻이다. 이 의원에게 이 단어를 거론했다면, 아마 거부감을 표했을 것이다. 검은 고양이 또는 흰 고양이 둘 중 하나를 택했을 것 같다. 그만큼 그는 선이 명확하다. 색깔이 분명하다. 그것을 그는 ‘자신의 신념’이라고 했다.

이 의원의 별명은 여러가지다. ‘자유의 여전사’, ‘보수의 여전사’, ‘보수의 잔다르크’ 등으로 불린다. 그 별칭들에게선 파이팅 넘치는 모습이 연상된다. 강인한 이미지들이다. 이 별명은 다소 우호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에게 좋은 별명만 뒤따르는 게 아니다. 그에겐 ‘철새’라는 불명예스러운 딱지도 붙어 있다. 당적을 여러번 옮기다보니 그런 말을 듣게 됐다. 어떤 이는 이 의원을 ‘트러블 메이커’라 칭한다. 사방팔방 끼지 않는 곳 없이 속사포를 쏴대니 그렇게 말하는 모양이다.

그 별명에서 보듯이 이 의원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호감과 비호감이 섞여있다. 정확한 비율은 모르겠지만, 반반 정도 아닌가 싶다. 지지자도 많지만, 안티도 역시 많다는 뜻이다.

이 의원은 정치권에서 오래전부터 ‘뉴스 메이커’가 돼왔다. 톡톡 튀는 이력이 한 배경이다. 사법시험 합격을 거쳐 기업 법무팀장으로 활약하던 그는 2012년 19대 총선(4월11일)에서 민주통합당의 전략공천을 받아 광명을에 출마했고, 막강한 상대인 전재희 후보(전 보건복지부 장관)를 꺽는 파란을 일으켰다. 그의 정치권 입문은 한명숙 당시 민주통합당 대표의 영입에 따른 것이다. ‘우파 성향의 전문직 여성’인 이 의원의 가치를 인정한 것이다. 하지만 이 의원은 이후 민주통합당의 후신 격인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고 안철수 전 의원을 공개 지지하면서 국민의당으로 입당했다. 그리곤 이후 바른미래당으로 옮겼다가 다시 나왔고, 최근 미래를향한전진을 이끌다가 이번에 보수통합을 거쳐 미래통합당 소속으로 둥지를 튼 것이다.

민주당을 탈당한 이유를 이 의원은 이렇게 말했었다. “당에 처음 갔을때는 잘 몰랐는데, 다들 이상하더라고요. 80년대 운동권 이론으로 무장한 이들 뿐이었어요. 저하곤 맞지 않았어요. 그래서 당을 옮긴 것이죠.” 이 의원은 다른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제가 처음 들어갈 때 민주당은 약간 중도적인 중도 보수, 보수야당이라고 이야기했는데 점점 좌경화되더라”며 “그래서 (저와 맞지않는 것 같아)나왔다”고 한 바 있다. ‘민주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미래를향한전진-미래통합당’으로 당적을 바꾼 경력으로 인해 그래서 ‘철새 정치인’이란 말이 심심찮게 붙어다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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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김무성 의원이 19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미래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듣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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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언주표 독설’도 정치무대 한가운데 그가 자주 서는 이유가 됐다.

이 의원은 지난 2017년 5월 이낙연 국무총리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물건이 너무 하자가 심해 도저히 팔아줄 수 없다”고 했고, 이 발언은 정치판에서의 시끌벅적한 논란으로 번졌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관련 의혹이 한창일때는 “타락한 패션좌파”라고 몰아부쳤고, 나중엔 아예 “총선에서 조국과 붙어보고 싶다”고 공개적 대결신청까지 했다. 밖으로만 화살을 날린 게 아니다. 바른미래당에 있던 시절인 지난해 4·3 보궐선거 전에는 손학규 대표를 향해 “찌질하다”는 표현을 함으로써 당원권 1년 정지를 당하기도 했다. 4·3 보선에서 창원성산에 출마한 이재환 바른미래당 후보의 선거 지원을 위해 창원살이를 하고 있는 손 대표를 향해 “창원에서 숙식하는 것도 정말 제가 보면 정말 찌질하다”고 한 것이 논란을 부른 것이다. 이것만이 아니다. 이 의원 폭풍 발언 대상은 한계가 없다. 성소수자, 난민 문제 등에도 거침없이 독화살을 퍼부었다. 피아나 영역 구분없는 그의 독설은 그래서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이 의원은 왜 이렇듯 ‘좌충우돌 쓴소리’를 낸 것일까. 왜 싸움닭(?)을 자임하는 것일까.

지난해 8월 이 의원은 ‘나는 왜 싸우는가’라는 책을 출간했다. 그는 책을 낸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이제 우리는 어떤 나라를 후손에게 물려줄 것인가’라는 물음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적어도 우리보다 더 번영하고 더 강하고, 더 자유로운 나라에서 살 수 있게 해야 하지 않은가. 이제 겨우 건국된지 70년이다. 우리 부모들과 선배들이 피땀으로 일궈온 소중한 기반을 여기서 무너뜨릴 수는 없다는 절박감으로 이 책을 썼다.” 스스로를 ‘자유의 여전사’로 자임하면서 ‘건강한 보수’ 선봉에 서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후손에 부끄럽지 않은 나라를 물려줄 강한 보수가 되고 싶고, 그걸 위해 여기저기 전투마다 나서고있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이 의원과 만남때 이같은 화두가 나왔을때, 그는 이런 신념을 강하게 내비쳤다. “고시(사법시험) 공부할때 아버지 사업이 망해 정말 고생 많이 했습니다. 그때 여기저리 아르바이트하면서 돈을 벌어야 했어요. 그때 느꼈어요. 노동의 대가, 일을 하고 그 대가를 받는 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를. 그건 일종의 삶에 대한 책임감입니다. 전 묵묵히 책임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 좋아요. 말로만 떠드는 게 아니라 책임을 실천하는 사람, 그런 사람들이 많아지는 세상을 바랍니다. 그래서 싸웁니다.”

이런 이 의원이 최근 김무성 의원과 각을 세우며 설전을 벌였다. ‘부산행 공천’을 둘러싸고다.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은 최근 지역언론과 인터뷰에서 이 의원의 부산 중구·영도 전략공천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했고, 이 의원은 “김 위원장으로부터 전략공천 언질을 받았다”고 했다. 이 의원의 고향은 부산이고, 영도여고 출신이다. 이 의원은 일찌감치 부산에 출마하고 싶다는 뜻을 밝혀왔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가 미래를향한전진4.0을 이끌면서 보수통합에 큰 역할을 했기에 그것을 인정받는 게 아닌가 하는 시각이 제기됐다. 하지만 김무성 의원이 “이 의원은 아주 훌륭한 우리 당의 전략적 자산”이라면서도 “전략공천 해서 온다면 예비후보들이 가만히 있겠는가. 분열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현재 중구·영도에는 곽규택·강성운·김은숙 예비후보 등이 뛰고 있는데 경선 기회를 박탈하면 정의가 아니다”고 덧붙였다. 전략공천을 반대한다는 의미다. 부산 중구·영도는 김무성 의원의 지역구다. 불출마를 선언하긴 했지만, 자신의 지역구 문제여서 그런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파이터’ 이 의원이 가만있을리 없다. 당장 김 의원을 향해 ‘막후정치’를 한다느니, ‘구태정치’를 한다느니 강도높게 비판했다. 장제원 의원이 가세했다. 역시 부산에 지역구를 둔 장 의원은 “(이 의원은)경거망동을 삼가라”며 경고음까지 날렸다. 여기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 의원의 수차례 당적 변경을 거론하며 “세상에, 머리 밀었다고 공천 주나”라고 꼬집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에 반발하며 삭발까지 감행한 이 의원의 행동과 부산 전략공천을 빗대 낮은 점수를 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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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이 19일 오후 지금까지의 공천심사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간담회실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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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원의 ‘부산행’을 둘러싼 이같은 잡음이 시선을 모은 것은 여러 인물의 대립각도 대립각이지만, 보수통합 기치로 출발한 미래통합당의 총선 공천작업에 ‘첫 충돌음’이라는 데 있다. 갈 길 바쁜 미래통합당으로선 본격적인 공천과 자리 조율 첫단추부터 꼬일 수 있다는 점에서 곤혹스러운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미래통합당 관계자는 “이 의원을 둘러싼 잡음은 더이상 번져서는 안된다는 게 내부 분위기”라며 “통합당이 닻을 올리자마자 공천 갈등 양상을 보이면 통합의 취지가 퇴색할 수 밖에 없는데, 공천관리위가 서둘러 정리해줘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에 미래통합당 공관위가 19일 “최근 일부에서 우리 공관위의 원칙과 방향을 흔들려는 시도에 심각한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며 이런 일에 대해 단호히 대처하고 엄중 경고한다고 한 것은 이같이 이 의원 전략공천설 파장이 커지는 것을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의원의 캐릭터상 ‘아무런 일 없었다는 듯’ 이 문제가 매듭지어질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이 의원은 부산을 강력 희망하고 있고, 부산에 나름대로 둥지를 틀고 심혈을 기울여왔다는 이들의 반응은 싸늘하기 때문이다. 부산행 티켓을 희망하는 이 의원과 ‘험지’에 나가야 할 이 의원이 무임승차를 노린다면 선거판이 틀어질 뿐이라는 당내 일각과 부산의 다른 예비후보들의 시각과는 여전한 대립구도다.

‘보수 여전사’냐, ‘트러블 메이커냐’. 그의 지난 정치인생을 살펴봤을때, 통합당 책임있는 내부나 부산 민심이 전자 쪽에 손을 들어주는가, 후자 쪽에 손을 들어주는가에 따라 ‘이언주 정치 행로’는 결정될 것이다. 둘중 어찌되든 ‘파이터 이언주’의 독설은 잠복해 있지는 않을 것 같다.

〈헤럴드경제 기자, 마케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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