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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독일 하나우에서 이민자 많은 식당에 총기난사…9명 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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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독일 중부 소도시 하나우의 상점가에서 총기난사가 벌어지고 몇 시간 뒤인 20일 새벽(현지시간), 경찰이 범행현장 부근을 지키고 있다.  하나우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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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프랑크푸르트 부근 하나우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나 최소 9명이 숨졌다.

현지 일간 빌트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19일(현지시간) 오후 10시쯤 프랑크푸르트에서 20여km 떨어진 하나우의 상점 두 곳에 차량을 타고 온 괴한이 들이닥쳐 총기를 난사했다. 목표가 된 상점들은 ‘후카 라운지’ 또는 ‘시샤바’라고 불리는 곳들로, 중동식 물담배를 피우는 바들이다.

처음 공격을 받은 곳은 시내 중심가인 호이마르크트 거리의 시샤바였다. 목격자들은 차를 타고 온 범인이 먼저 바의 벨을 울린 뒤 사람들이 모여 있는 흡연구역에 대고 총을 난사했다고 전했다. 현장에서 총격을 받은 3명이 목숨을 잃었다. 범인은 다시 차를 타고 2.5km 떨어진 케젤슈타트 지역으로 향했으며, 그곳의 시샤바도 공격했다. 두번째 공격에서 바의 점원 2명을 포함해 5명이 숨졌다. 병원으로 후송된 이들 중 중태를 입은 1명이 사망해 총 희생자는 9명이 됐다. 중상을 입은 이들이 더 있어 사망자가 늘어날 수도 있다.

경찰은 헬기를 동원해 추적에 나섰으며, 20일 오전 용의자의 시신과 차량을 확보했다. 범인으로 추정되는 남성은 공격 몇 시간만에 두 번째 공격장소와 멀지 않은 케젤슈타트의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아파트에서는 또 다른 시신도 한 구 확인됐다. 범행에 쓰인 차량에서는 탄약과 탄창이 발견됐다.

범인은 독일 국적자로 알려졌지만 정확한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경찰은 조직적·집단적 범행이 아닌 단독 공격으로 보고 있으며, 범행 목적과 용의자의 사망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범인의 집에서 숨진 또 다른 한 명의 사망 경위도 조사 중이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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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 헤센 주에 위치한 하나우는 인구 10만명의 소도시로, 주민의 20%가 외국인이다. 주로 터키계 노동자가 많고 이탈리아와 폴란드 출신 이주자들도 적지 않다. 이번 공격이 이슬람 혐오나 이주민에 대한 반감과 관련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범인이 공격한 시샤바들은 터키계 주민들이 즐겨 찾는 곳들이어서, 이주민을 향한 혐오범죄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공격의 희생자들 중에는 터키 출신 쿠르드계와 여성도 포함돼 있다.

클라우스 카민스키 시장은 빌트에 “아주 오래도록 슬픔으로 기억될 최악의 사건이 일어난 밤”이라고 말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실도 트위터에 “끔찍한 범죄가 일어난 하나우의 주민들과 피해자 가족들에게 깊은 공감과 위로를 보낸다”는 글을 올렸다.

독일에서는 1960~80년대 극좌파와 분리주의자들의 테러공격이 여러 차례 일어났으며 최근 몇년 새에는 극우파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공격이 산발적으로 벌어졌다. 2015년 난민들을 겨냥한 폭발물 공격과 극우파 남성의 흉기 공격이 발생했다. 2016년 12월에는 뮌헨에서 극단조직 이슬람국가(IS) 추종자의 트럭 공격으로 12명이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최근에는 특히 무슬림·이민자들을 겨냥한 극우파·네오나치들의 공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었다. 지난해 10월 동부 도시 할레에서는 유대교의 욤키푸르(속죄일)에 맞춰 극우파가 시나고그(유대교회당)에 총기를 난사, 2명이 숨졌다. 당시 범인은 공격 과정을 동영상으로 중계해 독일인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그 몇 달 전인 지난해 6월에는 메르켈 정부의 난민 수용정책을 옹호해온 정치인 발터 뤼프케가 헤센주 카셀의 자택 앞에서 총에 맞아 숨졌다. 지난 14일 연방경찰은 지난해 뉴질랜드에서 벌어진 것과 같은 대규모 모스크 공격을 모의해온 극우조직 12명을 검거하기도 했다.

구정은 선임기자 ttalgi2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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