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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슈 윤석열 검찰총장

광주서 윤석열 응원하던 보수단체, 5·18 조롱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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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윤석열 검찰총장이 광주고ㆍ지검을 방문한 20일 오후 광주지검 정문 앞 왼쪽 인도에서 보수성향인 자유연대 소속 회원 등이 윤 총장을 응원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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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잘한다.” “검찰이 정치해도 되는 건희?”

윤석열 검찰총장이 광주고ㆍ지검 순시에 나선 20일 광주지검 정문 앞은 하루 종일 어수선했다. 문재인 정권을 겨냥한 검찰 수사를 두고 찬반 단체 회원 등 200여명이 경찰의 호위 속에 맞불시위를 연 탓이다. 검찰총장의 행보를 놓고 이처럼 광주지검 앞에서 찬반 시위가 벌어진 건 처음이다.

보수성향인 자유연대 소속 회원 등 100여명은 이날 오전 11시쯤부터 광주지검 앞 왼쪽 인도에 진을 치고 윤석열 검찰총장 응원 집회를 열었다. 2대의 방송차량까지 동원한 이들은 “윤석열 검찰은 죄를 파헤칠 뿐”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조국 구속”, “추미애 구속”을 외치며 윤 총장을 필두로 한 수사팀을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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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광주고·지검을 방문한 20일 오후 광주 동구 지산동 광주지검 앞에서 윤 총장 광주 방문에 찬반 입장을 보인 단체 관계자들이 몸싸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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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각, 맞은편 인도에선 진보단체인 광주ㆍ전남 촛불민주시민 소속 회원 70여명도 검찰 개혁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른바 자유연대 시위에 맞불을 놓은 것이다.

그러나 자유연대 회원들의 시위는 시간이 흐르면서 ‘5ㆍ18비하 시위’로 변질됐다. 실제 이들은 확성기를 통해 “5ㆍ18(민주화운동) 유공자 명단 까!”, “시체 장사하러 나왔냐”는 등의 발언을 내뱉으며 맞은편 촛불민주시민 회원들을 자극했다. 촛불민주시민 회원들도 이에 뒤질세라 소형 스피커 증폭기를 동원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틀며 맞섰다. 양측의 공방은 윤 총장의 방문 예정시간(오후 2시)이 가까워질수록 격해졌고, 흥분한 일부 5ㆍ18유족들이 자유연대 회원들을 향해 도로를 건너다가 경찰에 가로 막히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수 차례 연출됐다. 자유연대 회원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5ㆍ18폄훼 발언에 항의하던 시민에게 욕설을 하며 자극하는 데 여념이 없었다. 5ㆍ18을 조롱하며 시민들과의 물리적 충돌을 노리는 듯한 행동으로 해석됐다. 이들은 당초 집회 종료 시간인 오후 3시를 30분쯤 넘겨 시위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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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광주고ㆍ지검을 방문한 20일 오후 광주지검 정문 앞 오른쪽 인도에서 진보성향인 광주ㆍ전남 촛불민주시민 소속 회원 등이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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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광주시민들은 이들에게 냉소를 쏟아내면서도 의연하게 대처해 충돌을 피했다. 한 5ㆍ18유족은 “저 썩을 것들을 어째야 쓰겠냐. 우리와 싸우러 왔냐”며 가슴을 쓸어 내리기도 했다. 이처럼 자유연대 소속 회원들이 5ㆍ18폄훼 시위에 열을 올리는 바람에 오후 2시 5분쯤 윤 총장이 검정색 승용차를 타고 광주지검 정문을 통과했는데도 이를 알아채지 못했다. 윤 총장은 이날 자신을 놓고 찬반 시위가 벌어진 데 대해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별다른 말을 하지는 않았다. 윤 총장은 “15년 전 근무하다가 딱 이맘때 이 자리에서 전출 행사를 했던 기억이 난다. 청사나 주변 건물도 그대로다”라며 청사 안으로 발길을 옮겼다.

이날 검찰개혁 촉구 집회에 참여한 한 시민은 “보수단체 사람들이 지난해 5ㆍ18 39주년 때 금남로에서 가요 ‘부산갈매기’를 부르며 5ㆍ18을 조롱하더니 오늘도 또 이런 행패를 부렸다”며 “일부러 광주에서 분란을 만들기 위해 그런 것 같아 화는 나지만 저들의 꼼수에 말려들지 않아 다행이다”고 말했다.

글ㆍ사진 안경호 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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