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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친문 지지층, 與공천위까지 문자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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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親조국 김남국 경선 올려라" 압박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들이 친문(親文) 극성 지지자들에게서 문자 폭탄을 받는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이른바 '문빠'들은 원혜영 공천위원장에게 '조국 수호'에 앞장섰던 김남국 변호사의 서울 강서갑 공천 신청과 관련해 "무조건 경선시켜라. 안 그러면 가만 안 두겠다"는 등 2000여건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극성 친문들의 반발로 이날도 강서갑 공천을 결론 내지 못했다.

민주당은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강서갑 지역구 문제를 논의했다. 이해찬 대표는 "금태섭 의원과 김 변호사 모두 우리 당의 소중한 자산"이라며 "두 사람 모두의 쓰임을 고민하겠다"고 했다.

김남국 변호사를 금태섭 의원 지역구가 아닌 다른 곳에 출마시키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것이다. 이해찬 대표는 이날 오전 금 의원을 따로 불러 비슷한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일부 당 지도부는 금 의원에게 '문빠'들을 달래기 위한 방편으로 사실상의 '반성문'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 의원이 과거 조국 전 장관을 공개 비판하고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법안에 기권했던 것을 사과하고 해명하라는 것이다. 김 변호사도 "강서갑 출마를 갑자기 철회한다고 하면 걸맞은 대의명분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문빠'들은 이날 인터넷상에서 민주당 지도부와 공천위원의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하고 "김남국을 사수해야 한다"며 문자 폭탄을 독려했다. 이들은 민주당 관계자들에게 "문프(문재인 대통령)를 지키려면 공수처 기권표를 던진 금태섭은 안 된다" "김남국을 자르면 탈당하고 이번 4월 총선에서 민주당을 뽑지 않겠다"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회원 30만명이 넘는 진보 성향 유튜브 채널 '시사타파TV'는 20일 민주당 원혜영 공천위원장을 비롯해 윤호중 사무총장, 백혜련 의원 등 공천위원 19명 전원의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했다.

채널 운영자 이종원씨는 작년 '조국 사태' 때 서울 서초동에서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촛불 문화제를 주도했던 인물이다. 이씨는 "금태섭 같은 인간에게는 소신 발언이라며 찍소리도 못 하고 촛불 시민과 함께한 김남국에게는 공천 부적격 판정을 내린다면 민주당은 민주 시민들을 배신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들의 주요 표적은 원혜영 공천위원장이었다. 원 위원장의 휴대전화에는 전날부터 이날까지 2000여 건의 문자가 쏟아졌다. "원혜영은 적폐" "공천위원장이 민주당 선거 망치려고 작정을 했느냐" "당원의 목소리는 개소리로 들리느냐" "금태섭을 낙선시켜라" "조국을 지워야 민주당이 이긴다고 헛소리를 했다" 등의 내용이었다. "'무조건 컷오프'로 먹던 우물에 침 뱉게 하지 마라" "당원들의 매운맛 좀 더 보셔야지" 같은 내용도 있었다.

원 위원장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로도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고 한다. 이들은 원 위원장에게 "민주당의 기생충" "5선인데 할 일 없이 참 오래도 해드셨다" 등 인신공격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원 위원장뿐 아니라 "이번 선거를 조국 선거로 치르면 안 된다"며 당 지도부의 결단을 촉구했던 다른 민주당 의원들에게도 문자 테러가 이어졌다. 한 초선 의원은 "이들의 협박을 제지할 수 있는 사람이 당에 한 명도 없다는 게 너무 슬픈 현실"이라고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도 "서울 강서갑 공천 문제를 서둘러 정리하지 않으면 수도권 전체 선거를 조국 선거로 치르게 된다"며 우려했다. 이낙연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당에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큰 방향에서 정리가 됐다"고 했다. 김부겸·이광재 공동선대위원장도 "공천 잡음이 국민을 절망케 하고 있다" "더이상 끌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날도 최종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지도부는 수차례 비공개회의를 열어 격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최고위원은 미래통합당 영남 의원들의 잇따른 불출마 선언 등을 거론하며 "계속해서 공천 잡음이 일면 선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반면 다른 참석자들은 "그래도 추가 공모를 한 후보자가 있는데 경선을 하는 게 맞지 않느냐" "금 의원이 여권 지지층에 공수처 기권 등에 대한 사과 및 입장 표명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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