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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1위 디딤돌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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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는 이 자리에서 시스템 반도체 세계 1등의 비전을 심었고, 오늘은 긴 여정의 첫 단추를 끼웠습니다."

20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달 초 본격 가동을 시작한 EUV(극자외선) 전용 생산 라인인 경기도 화성의 'V1'을 찾아 이렇게 말했다. V1 라인은 삼성전자의 첫 EUV 전용 라인이다. 첨단 극자외선을 이용해 더 미세한 회로를 그려 반도체를 만든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이미지센서를 앞세워 시스템 반도체 시장 정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작년 4월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시스템 반도체 시장 1위를 차지하겠다고 선언하고 투자와 기술 개발을 진행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마라톤으로 치면 삼성전자가 앞서 뛰는 TSMC의 뒤통수가 보일 정도까지 쫓아간 것"이라며 "삼성이 파운드리와 이미지센서 사업 강화로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를 차지하기 위한 디딤돌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박차 가하는 파운드리 사업

이재용 부회장이 이날 찾은 V1 EUV 라인은 삼성전자 시스템 반도체의 핵심이다. 올해까지 총 60억달러(약 7조2000억원)를 투자했다. 작년 4월 문재인 대통령이 EUV 생산 라인 건설 현장을 찾았을 때, 이재용 부회장이 "인천공항 3개 짓는 비용이 든다"고 말한 곳이다. 작년 말 완공돼 올 2월부터 퀄컴 등에 납품하는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이곳에서 만드는 작은 반도체에 인류사회 공헌이라는 꿈이 담길 수 있도록 도전을 멈추지 말자"고 말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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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인 삼성전자는 메모리보다 2배가량 시장이 큰 시스템 반도체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작년부터 파운드리 사업을 강화했다. 2019년 4월 업계 최초로 EUV 공정을 적용한 7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m) 시스템온칩(SoC) 제품을 출하했고, 작년 하반기부턴 6나노 제품 양산을 시작했다. 작년 말 5나노 공정 제품 설계를 마치고 양산이 가능한 수준까지 올라섰다. 지난 1월엔 3나노 공정 기술을 연구실 단위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삼성전자가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TSMC에 비해 시장점유율은 떨어지지만, 기술은 동등한 수준까지 올라왔다는 것이 업계 평가다.

최근엔 결실도 보고 있다. 로이터는 지난 18일 "삼성전자가 통신칩 업체 퀄컴에서 최신 5G(5세대 이동통신) 모뎀칩인 'X60' 생산 계약을 따냈다"고 보도했다. 퀄컴이 차세대 칩 생산을 TSMC와 삼성전자 두 곳에 나눠 맡긴 것이다. 로이터는 "파운드리 고객을 확보하려는 삼성의 노력에 진전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세계 최고 성능 이미지센서도 개발

삼성전자는 이미지센서 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이미지센서는 스마트폰 카메라의 고사양화, 자율주행차 보급으로 인한 카메라 수요 증가로 시장이 급성장하는 분야다. 2019~2023년 연간 10% 성장이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작년 센서사업팀을 출범시키고 미세공정 기술력을 바탕으로 초고화질 이미지센서 개발에 나섰다. 작년 8월엔 세계 최초로 1억800만화소 이미지센서인 '아이소셀 브라이트 HMX'를 공개했고, 지난 12일에는 감도를 높여 어두워도 선명한 촬영이 가능한 '아이소셀 브라이트 HM1'을 출시했다. 이 이미지센서는 올 2월 삼성전자가 내놓은 갤럭시S20 울트라 모델에 적용됐다. 업계 관계자는 "소니는 현재까지 6400만화소 이미지센서만 공개한 상태"라며 "기술적으로만 보면 삼성이 이미지센서 최강자인 소니를 넘어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 1위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가야 할 길이 아직 멀다. 파운드리 사업과 이미지센서 시장을 차지한 TSMC와 소니는 삼성전자와 격차를 벌리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진행 중이다. TSMC는 작년 한 해 18조원을 반도체 설비투자에 썼다. 소니도 작년 10월부터 일본 나가사키에 1조원을 투입해 대규모 이미지센서 공장을 짓고 있다. 또 오는 4월엔 이미지센서 연구·개발(R&D)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일본 오사카에 설계 거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뛰어들면서 파운드리와 이미지센서 시장점유율 경쟁은 점차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민 기자(dori2381@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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