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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신천지의 성지' 청도가 수퍼전파지인가… 31번 환자도 다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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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코로나 확산]

신도들, 주말마다 관광버스로 방문… 경로당 돌며 봉사활동도

대남병원 사망 포함 확진 13명 "7명 정신병동, 6명 병원 종사자"

경북 청도 대남병원이 국내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추이에 중대 변수로 떠올랐다. 국내 첫 사망자가 나왔을 뿐 아니라 감염 경로가 오리무중인 확진자가 다수 발생했다. 대구·경북 일대가 우한 코로나 환자 급증의 진원지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달 20일 국내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한 이후 정확히 1개월 만인 20일 이 병원에서 우한 코로나에 따른 사망자가 최초로 확인됐다. 외부인 출입이 불가능한 이 병원 정신과 폐쇄 병동에 있던 60대 환자였다. 사망한 확진자를 포함해 이 병원의 확진자는 13명으로 늘어났다. 경상북도 관계자는 "13명 가운데 7명이 정신병동 등에 있던 환자, 6명이 이 병원 종사자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신병동은 폐쇄된 공간인 만큼 일본 크루즈선의 대량 발병 사태와 비슷한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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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나온 청도 대남병원 - 20일 오후 경북 청도군의 유일한 종합병원인 대남병원이 폐쇄돼 있다. 이 병원에서 국내 첫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사망자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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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지난 19일에는 폐쇄 병동에 있던 환자 2명이 확진자로 판명돼 음압병실이 있는 포항의료원으로 옮긴 뒤 다음 날 동국대 경주병원으로 이송됐다. 보건 당국은 "확진자 2명의 발병 원인은 아직 조사 중"이라고 했다. 당국은 대남병원 전체 환자 302명과 병원 및 보건소 등 관계자 313명의 검체를 조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경상북도와 청도군 관계자는 "질병관리본부에서 (확진 판정이 난 13명 외에도) 정신병동 환자 99명의 검체를 채취했다"며 "그 가운데 15명을 정밀 검사 중인데 곧 결론이 나오는 것으로 들었다"고 했다. 이들은 "역학조사 대상들이 정신병동 환자들이라 검체 채취는 물론 치료에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추가 확진자가 더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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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사망자와 확진자 2명의 감염 경로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보건 당국의 1차 역학조사에 따르면, 대남병원 확진자 2명은 신천지 교회와 직접적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지난 한 달간 외부 출입을 전혀 하지 않았다. 확진자가 발생한 정신병동은 폐쇄 병동이기 때문에 환자들이 외출할 수 없다. 외부인 출입도 불가능하다. 예외적으로 환자 가족들에 한해서 면회를 허용하지만 지난 한 달간 확진자 2명 모두 면회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 당국은 의료진이나 외부 봉사단이 드나들면서 바이러스가 유입됐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특히 청도는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의 고향으로 신도들이 꾸준히 방문해온 곳으로 알려졌다. 청도군 관계자는 "지난 11일 신천지 이미용 봉사단이 한 경로당에서 주민 20여 명의 머리를 깎아줬다"고 밝혔다. 신천지 측 관계자는 "당시 봉사자 중에는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없다"고 했다.

청도는 신천지 신도들의 개별 방문이 이어져 왔다. 이 총회장은 풍각면 현리리에서 태어났다. 현리리에는 이만희 총회장의 숙소인 '만남의 쉼터'가 있고, 쉼터 너머엔 선산이 있다. 이 총회장의 양친도 이곳에 묻혔다. 일대에 이 회장의 출생지와 그가 졸업한 풍각초등학교 등이 있어 신천지 신도들이 찾는다. 현리리 주민들은 "매주 토요일 관광버스가 와서 신천지 신자들이 일대를 둘러보고 갔다"고 했다.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는 대남병원 장례식장에서 이만희 총회장 친형의 장례식이 열려 일부 신도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31번 확진자도 이달 초 청도를 찾은 것으로 확인됐다. 신천지 관계자는 "31번 확진자가 지난 2일 지인과 함께 청도의 한 찜질방에 들렀으며, 이후 대구로 이동해 식사했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에서도 "휴대전화 GPS 조사 결과, 31번 환자가 이달 초 청도를 방문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방역 당국은 신천지 교회 신도들이 대남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만큼, 그를 통해 바이러스가 유입됐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하진 않고 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신천지 대구교회 사례와 청도 대남병원 사례의 연관성을 밝히는 데 조사를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청도=이승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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