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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2·20부동산대책]또… 누더기 부동산 대책에 난수표 대출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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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9·13, 12·16 이어 2·20 부동산 대책

조정대상지역 LTV 60%→50%, 9억 초과분은 30%까지 축소

기존 지역에도 일괄 적용

규제지역마다 한도 천차만별… 은행 대출담당 직원도 혼란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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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구체적인 대출한도를 섣불리 얘기하기가 곤란합니다. 규제 지역마다 대출한도가 다른데다 주택보유 여부와 시세, 소득까지 확인해야 하니까요."(A은행 관계자)


정부가 2·20 부동산 대책을 통해 다시 한번 대출 규제에 손을 대면서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규정이 난수표처럼 복잡해졌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출규제가 투기지역, 투기과열지역, 조정대상지역, 비규제지역 등으로 복잡하게 나뉘어 차등 적용되는데다 수시로 기준이 바뀌면서 수요자들은 물론 은행 창구 담당자들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21일 부동산 중개업계와 시중은행 등에 따르면 정부가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을 60%에서 50%로 줄이고 9억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30%까지 축소하는 새 대출규제를 다음 달부터 시행키로 하면서 일선 대출 창구에는 대출 한도 축소를 우려하는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2·16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과 LTV 강화가 실제 적용된 지 채 두 달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규제가 더해진 탓이다. B은행 관계자는 "전 금융권이 겨우 12·16 대책에 따른 대출 시스템에 적응한 상황인데 새로운 대출규제가 나와서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규제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당장 새로 조정대상지역에 포함된 수원시 영통·권선·장안구와 안양시 만안구, 의왕시에서는 LTV 한도가 20%포인트나 줄었다. 기존에는 비규제지역이어서 집값의 70%까지 대출받을 수 있었지만 조정대상지역 지정으로 졸지에 한도가 50%로 줄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규정은 기존 조정대상지역에도 일괄 적용되지만 아직 일부 은행 창구에서는 아직 이 사실이 전달되지 않아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기존 조정대상지역인 성남시만 해도 다음달부터 LTV가 10%포인트 줄어들게 돼 대출 신청시점에 따라 대출가능액이 수천만 원이나 달라지게 된다. 또 같은 성남시 내에서도 분당신도시와 판교신도시는 투기과열지구로 묶여 있어 LTV가 40%로 제한된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담보대출 한도가 차이가 날 수 있는 상황이다.


정부가 조정대상지역의 고가주택에 대해서도 9억원 초과분에는 별도의 LTV를 적용하면서 지역은 물론 집값에 따라서도 대출한도는 크게 차이가 난다. 여기에 소득을 고려한 총부채상환비율(DTI)도 규제지역에 따라 다른데다 DSR까지 고려해야 하다보니 대출신청자는 물론 일선 은행 담당자조차 대략의 대출가능액을 가늠하기조차 쉽지 않은 구조가 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같은 가격의 집이라도 소재지와 대출 신청자 사례 별로 대출 가능액이 크게 차이나기 때문에 상담 절차에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 같은 부동산 대출규제 혼선에 대해 전문가들은 2017년 8·2 대책, 2018년 9·13 대책, 지난해 12·16 대책, 이번 2·20 대책 등 문재인 정부 들어 부동산 대책이 발표될 때마다 반복되는 일이라고 지적한다. 역대급 규제책으로 평가되는 12·16 대책 당시 임차보증금 반환용 대출 관련 입장 번복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12·16 대책 발표에서 "임차보증금 반환용 대출은 허용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이틀 후인 18일 "(2019년 12월) 18일 이후 신규로 구입하는 시가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임차보증금 반환용 주택담보대출'도 금지한다"고 입장을 번복한 것이다.


정부도 달라진 대출규제에 따른 현장에서의 혼란을 우려하고 있다. 조정대상지역 발효는 21일부터 인데 주택담보대출규제는 다음달 2일부터 시행하는 등 10일간 여유기간을 두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김흥진 국토교통부 주택정책관은 "금융규제는 은행 창구에 대한 교육이나 시스템 준비 시간이 걸려서 지금 바로 시행하지 못하고 3월 첫 주부터 시행한다"고 말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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