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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안전자산이라던 엔화의 `굴욕`…코로나 충격에 맥없이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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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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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코로나19 발생지인 중국이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확산이 빠르게 이뤄지는 일본에서도 엔화 가치가 급락하는 등 충격이 나타나고 있다. 통상 일본은 '선진 금융시장'으로 분류되지만 이번 사태에서만큼은 이러한 지위가 상실돼 엔화 자산이 급하강하고 있다. 또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고치 경신 행진을 이어가던 미국 시장에서도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주식을 피하고, 안전자산인 국채에 대한 쏠림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10년물 금리가 이달 중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아울러 금값도 약 7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21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값은 달러당 112엔 수준에서 거래됐다. 엔화값이 달러당 112엔까지 떨어진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10개월 만이다.

안전자산으로 평가되는 엔화는 통상 글로벌 경제가 출렁거릴 때마다 강세를 보여왔지만 이번 사태에서는 예외인 모습이다. 일본도 코로나19 감염자가 많아 이번 사태의 직접적 영향권에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달러당 108~110엔 수준에서 등락했던 엔화 가치는 17일 일본 정부의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발표 이후 급락하기 시작했다. 당시 일본 정부는 자국 경제가 지난해 4분기 실질 기준(속보치)으로 1.6% 역성장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에선 올 1분기부터 다시 회복할 것이란 낙관론을 펼쳤지만 시장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추가적인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1주일간 달러 대비 주요 통화 등락률을 비교하면 엔화 약세가 더욱 두드러진다"며 "향후 일본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반영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어 신문은 "평소라면 위기 발생 시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엔화의 가치가 올랐겠지만 현재는 정반대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불안감은 상대적으로 코로나19 사태 영향권에서 벗어나 있던 미국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10년물 국채 금리는 전일 대비 0.04%포인트 하락한 1.52%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달 31일(1.51%)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채 금리는 가격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 국채에 대한 수요가 몰려 가격이 오르면 금리는 떨어진다. 시장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앞으로 더욱 악화된다면 미국 국채 금리가 1.5% 선 밑으로 떨어지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내다보고 있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10년물 국채 금리가 떨어졌다"며 "시장에서는 전날 공개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위원들이 코로나19 사태를 세계 경제의 새로운 리스크 요인으로 꼽은 점을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특히 경기 침체의 전조로 여겨지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도 나타났다. 이날 3개월물 국채 금리는 1.58%를 기록했다. 10년물과 3개월물 금리 기준으로 볼 때 3일 연속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이 이어졌다. 시장에서는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을 반드시 경기 침체의 전조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지만 적어도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해졌다는 점에 대해서는 시장 컨센서스가 형성된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 미국 증시는 이날 하락세로 돌아섰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0.44% 하락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0.38%,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0.67% 각각 하락했다. 전날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과 대조적이다.

미국 증시의 하락세 전환은 최근 들어 월가에서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전날 피터 오펜하이머 골드만삭스 전략가는 투자 노트에서 "현재 주가를 보면 코로나19 사태가 기업 실적에 미치는 충격이 저평가된 분위기"라며 "단기적으로 조정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경고한 바 있다.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을 지낸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도 전날 "거품이 낀 금융시장이 올해 상반기에 꽤 중대한 심판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뉴욕 = 장용승 특파원 / 도쿄 = 정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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