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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지역사회 확산 진앙지’ 신천지 활동지 및 교인 파악에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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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신천지 대구교회를 방문한 광주 시민 3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된 가운데 21일 오전 광주 북구 신천지 베드로 지성전(광주교회)의 출입문이 폐쇄돼 있다. 연합뉴스


방역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사회 확산을 막기 위해 ‘슈퍼 전파원’으로 지목된 신천지 신도 파악 및 관리에 고삐를 죄고 있다. 신천지 최초 확진자인 31번 환자와 함께 대구교회에서 같이 예배를 본 신도와 타 지역 교인들이 잇따라 전국에서 발생하고 있어서다. 하지만 신천지 신도 규모나 예배·포교 활동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해 난항을 겪고 있다.

21일 중앙방역대책본부와 각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으로 코로나19 확진자 204명 가운데 신천지대구교회 관련 확진자는 144명에 달한다. 이날 오전까지 신천지 관련 확진자는 98명이었지만 오후에 46명이 추가됐다. 하지만 대구시는 질본 발표 한 시간 뒤 내놓은 자료에서 대구·경북 지역 확진자 153명(대구 126명, 경북 27명) 가운데 신천지대구교회는 124명, 경북 청도 대남병원은 16명이라고 밝혔다. 의심증상자로 분류돼 역학조사가 진행 중인 사람들 중에서도 신천지 관련 확진자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당국은 신천지의 집단 감염이 어디에서 비롯해 순식간에 퍼졌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정은경 중대본 본부장은 “신천지교회에서는 굉장히 밀폐된 공간에서 다수가 밀접하게 앉아 1∼2시간 정도 예배를 본다”며 “이런 특성이 몇명의 노출자로 하여금 많은 감염자를 만들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신천지 신도는 출장이나 여행으로 타 지역에 머물 때도 지역 교회를 찾는 것을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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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 감염이 시작되자 당국은 신천지대구교회 소속 9000여명에 대한 전수검사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증상을 보인 544명에 대한 검사를 우선 진행한 뒤 순차적으로 검사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대구교회를 다녀간 타 지역 사람들에 대한 검사도 진행한다. 당국은 청도대남병원에 대한 역학조사도 진행 중이다. 대남병원에서는 간호사 4명 등을 포함해 16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경북 청도는 신천지교회와 밀접하게 관련된 곳이다. 신천지 창립자인 이만희 총회장의 고향이자 숙소(만남의쉼터)가 있어 신도 사이에선 ‘성지’로 통한다.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2일까지 대남병원 장례식장에서 가족장으로 진행된 이 총회장 친형 장례식에도 적지 않은 교인이 조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회장 친형은 지난달 말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로 대남병원에 입원했다가 하루 만에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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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무총리가 2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서울상황센터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확대중수본회의에서 "최근 확진자가 급증해 어려움을 겪는 대구·청도 지역을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해 특단의 조치를 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천지가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의 ‘핵’으로 떠오르면서 각 지자체는 신천지 신도 파악 및 시설에 대한 방역·폐쇄 조치에 나섰다. 하지만 신천지 교인들이 신분을 드러내지 않고 잠행하는 경우가 많아 제대로 방역 조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서울시는 21일부터 당분간 강서구와 노원구, 서대문구, 영등포구에 있는 신천지 포교사무실 4곳을 폐쇄하기로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추후 안전이 확인되고 나면 정상적으로 예배나 교회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니 적극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한발 더 나아갔다. 신천지총회본부가 있는 과천 등 신천지 활동 장소를 전수조사하고 확인된 시설은 강제폐쇄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날 “공개된 (신천지) 교회들은 경기 15개 시·군에 17개 정도 있다”며 “이곳들 말고도 복음방이나 소규모 모임이 160곳쯤 된다고 제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상황이 어렵다고 판단되면 강제폐쇄, 집회금지, 강제소독 등 긴급 행정명령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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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서울소재 신천지교회를 폐쇄하겠다고 밝힌 21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천지예수교 서대문시온교회에서 방역업체 직원이 방역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은 이날 신도들에게 코로나19 사태가 ‘신천지의 급성장을 저지하려는 마귀의 짓’이라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회장은 휴대폰 문자를 통해 “금번 병마 사건은 신천지가 급성장 됨을 마귀가 보고 이를 저지하고자 일으킨 마귀의 짓”이라며 “욥의 믿음 시험과 같이 우리의 발전을 파괴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천지 발표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지파는 총 12개, 신도는 모두 20만명이 넘는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 신도는 광주 3만4865명, 과천 3만2037명, 대전 2만1155명, 부산(야고보지파) 1만6221명, 서울 1만5764명, 강원 원주 1만5570명, 부산(안드레지파) 1만5317명, 대구 1만2587명, 경기 고양 1만2506명, 전북 전주 1만1851명, 인천 1만403명 등이다.

송민섭·배소영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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