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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코로나19에 전광훈 '고' vs 조원진 '스톱', 도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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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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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뉴스1) 최창호 기자 = 전광훈 한기총 회장이 11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중앙상가에서 열린 포항애국집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2.11/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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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사태가 3년 넘게 꼬박꼬박 이어져 온 우리공화당의 태극기 집회를 중단시켰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명절 연휴 때조차 매주 집회를 이어왔지만 코로나19의 위협 앞에서는 방법이 없었다.

반면 또 다른 태극기 세력인 '문재인하야 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는 광화문 집회를 강행한다는 계획이어서 대조적이다.

우리공화당은 21일 밤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주말 태극기 집회를 전격 취소한다고 알렸다.

우리공화당은 "22일(토) 열릴 예정이었던 우리공화당 주관 제172차 태극기집회는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관계로 긴급 취소됐다"고 밝혔다.

조원진 대표도 자정 가까운 시간에 당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오늘 하루 확진자가 100명을 넘겼다. 동지님들의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서울시와 서울지방경찰청 등이 도심 시위를 금지하고 사법 처리 가능성까지 밝히자 주말 태극기 집회가 취소될지에 관심이 쏠렸다.

이날 박원순 서울시장은 "코로나19는 고령자들의 치사율이 높아 감염확산의 우려와 참여시민의 건강상 위험이 고조돼 왔다"며 "오늘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예정 단체에 집회금지를 통보하고 있고 서울지방경찰청에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이날 "서울시와 원활히 협조해 행정지도와 행정명령 등으로 집회를 개최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집회를 강행하는 경우 주최자뿐만 아니라 참가자도 엄중 사법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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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가 지난해 12월 대구 동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태극기집회 연단에 올라 발언하고 있다. 2019.12.1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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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공화당은 서울시와 경찰의 금지방침과 별개로 자체 판단에 따라 집회를 취소했다. 집회를 밀어붙이면 오히려 정치적 부담만 커질 수 있다. 보수 텃밭으로 불리는 TK(대구·경북)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초유의 비상 상황을 맞은 데다 전국적으로 불안감이 날로 커지는 점을 고려했다.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연 우리공화당 행사가 구설수에 오른 것도 영향을 미쳤다. 자유통일당과 합당 논의를 위한 '우리공화당 전국 핵심 당직자 간담회'가 논란이 됐다.

요즘 같은 상황에 대규모 행사를 진행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과 TK에서 많은 사람들이 올라올 것이란 추측까지 더해져 우리공화당은 순식간에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졌다.

우리공화당은 억울하다고 항변했지만 코로나19 사태에 쏟아지는 국민적 우려가 얼마나 큰지 실감했다.

당 관계자는 "'전국 핵심 당직자 간담회'는 100명 정도 모였는데 같은 날 다른 당 의원실에서는 더 많은 인원이 모이는 행사도 예정대로 치렀다"며 "사전에 국회 사무처에서 행사 취소를 공식 요청한 적도 없었고,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사전 조율과 감염 방지 대책을 충분히 하면서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공화당은 이번 감염 사태가 조속히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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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뉴스1) 신웅수 기자 = 21일 오후 국내 첫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두 번째 사망자가 발생한 경북 청도군 청도대남병원에서 입원 중인 환자가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2020.2.21/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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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범투본은 22일 서울 광화문 태극기 집회를 예정대로 연다고 밝혔다.

실내가 아닌 실외 행사인 데다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위생 수칙을 지킬 것이기 때문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전 목사는 이날 유튜브채널 너알아TV에서 이동욱 경기도의사회 회장과 대담을 하면서 집회 강행 의사를 거듭 밝혔다.

전 목사는 훨씬 더 위험한 실내 시설은 놔두고 야외 집회를 문제 삼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영화 관람이나 지하철 운행 등에는 아무런 조치를 내리지 않으면서 광화문 예배(집회)를 막는 것은 종교탄압이자 정치탄압이라는 주장이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처럼 태극기 집회 개최 여부가 엇갈리는 배경에는 '정치'와 '종교'의 차이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종교적 신념이 바탕에 깔리면 국민적 시선이나 여론의 비판, 정치적 고려 등에는 상대적으로 둔감할 수밖에 없다. 예컨대 대한민국의 공산화를 막는 게 신앙을 지키는 것이며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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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송원영 기자 =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 등을 받는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목사가 3일 서울 종로구 종로경찰서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0.2.3/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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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목사가 기독교계를 대표하는 인물은 아니다. 극우적 언행을 보여온 데다 '생명책 발언'(특정후보를 지지하지 않거나 보수집회에 참여하지 않으면 구원받은 사람을 기록하는 생명책에서 이름을 지우겠다는 내용) 등으로 기독교 내에서도 비판을 받는다.

전 목사가 회장으로 있는 한기총(한국기독교총연합회)은 과거 기독교 복음주의 진영을 대표했지만 현재는 주요 교단들이 대부분 탈퇴해 일부 군소교단의 연합체에 불과하다.

최근에는 개신교 주요교단이 참여하는 '8개 교단 이단사이비대책위원장협의회'(이대위)가 '한국교회에 드리는 글'을 발표해 전 목사의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 발언 등에 대해 "우려를 금치 못한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전 목사의 태극기 집회는 계속 될 전망이다. 전 목사의 범투본은 이달 29일 역대 최대 집회를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다만 전 목사가 2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선거법 위반 혐의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는 것 정도가 변수다.

박종진 기자 fre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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