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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101명 중 1명 빼고 다 감염, 대남병원 정신병동 승강기 1개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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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4시 청도 대남병원 111명 확진

정신병원 환자·직원 95% 감염

5개 건물 내 엘리베이터 1개 뿐…600여명 이용

지난 15일부터 집단발열…19일 뒤늦게 진단검사 실시

100개 병상 중·소형 정신병원 감염 관리 시스템 無

중앙일보

22일 오후 4시 기준 신종코로나 확진자 111명이 격리돼 있는 청도 대남병원. 5층 검은색 창문이 정신병원이다.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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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3시 30분 경북 청도군에 위치한 청도 대남병원은 적막했다. 대남병원에는 이날 오후 4시 기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111명이 격리돼 있다. 일반인 출입을 막고 출입구를 봉쇄해 내부 움직임이나 상황을 외부에서는 확인할 수 없었다.

22일 청도군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 확진자 111명 중 정신병원 환자는 100명이다. 정신병원 환자 101명 가운데 1명을 제외하고 감염됐다. 정신병원에 근무하는 직원 12명 중 9명이 신종 코로나에 감염됐다. 정신병원에 있는 환자와 직원 113명 중 109명(95%)이 감염됐다.

나머지 2명은 일반병동 환자지만 따지고 보면 정신병동 환자라 할 수 있다. 최근 폐렴 증세를 보여 일반병동 내과로 이동해 치료를 받다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전형적인 병원 내 감염으로 일반병원으로 신종 코로나가 퍼질 우려가 커졌다. 청도군은 유증상자와 감염 우려가 있는 94명을 대상으로 검사를 진행 중이다. 추가 감염자가 더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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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경북 청도 대남병원에 입원 중이던 한 환자가 휠체어를 타고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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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원은 폐쇄 병동이라 면회와 출입이 제한되는데도 감염자가 대거 발생했다. 그 이유는 뭘까.

중앙사고수습본부는 면역력이 취약한 환자들이 집단생활을 하는 병원의 특성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강립 중수본 부본부장은 “입원환자가 많은 정신과 병동은 외부에서 (감염원이) 유입되면 확산할 가능성이 높은 편”이라며 “정신질환자는 장기입원하는 경우가 많아 기저질환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건물 특성도 한몫했다. 이날 현장에서 본 대남병원은 청도 군민건강관리센터의 일부분이다. 5층 규모의 청도 군민건강관리센터에는 대남병원을 비롯해 군립 청도요양병원, 청도보건소, 효사랑실버센터, 건강증진센터 등이 있다. 각 시설은 내부 통로로 연결된 구조다. 5개 건물이 사용하는 엘리베이터는 대남병원과 보건소를 사이에 두고 한 개밖에 없다. 5개 건물에 직원과 입원한 환자 수는 630여 명에 달한다.

대남병원 정신병원 환자가 집단 발열 증상을 보이는데도 열흘 가까이 방치된 점도 집단 감염을 부추겼다. 신종코로나 두 번째 사망자 A씨가 발열 증상을 보인 것은 지난 11일로 나흘 뒤인 15일부터 같은 정신병동 입원 환자 대부분이 발열 증상을 보였다. 하지만 대남병원 측은 신종코로나 검사를 하지 않았다. 지난 19일 B씨가 폐렴으로 숨진 뒤에야 일부 환자에 대해 진단 검사를 뒤늦게 했다.

전문가들은 100병상 내외의 중·소형 정신병원은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감염병이 빠르게 퍼졌다고 진단했다.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100병상 전후 정신병원은 감염 예방이나 관리 시스템이 부실하다”며 “전문의사나 간호사 조직이 미비해 신종코로나처럼 감염병이 퍼졌을 때 관리에 상당히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조현병 등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특성상 증상을 호소할 수 없다는 문제도 감염증 확산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부곡 국립병원장을 역임한 정신과 전문의 이영렬 포항지진트라우마센터장은“정신질환자는 아파도 아프다고 못 하는 경우도 있고 아예 자기가 아픈지도 모르는 사람도 많다”며 “오랜 투약과 수용 생활로 성인병이 많고 면역력이 약해 대표적인 감염 취약계층이다”고 말했다.

게다가 정신병원은 집단 치료를 하고, 밀접한 생활을 하기 때문에 감염 확산이 빠르다.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는 “정신병원 자체가 만성질환자가 많아 위험하지만 폐쇄된 곳에서 밀접한 생활을 하는 영향이 더 크다”며 “치료를 목적으로 노래 교실과 같은 그룹 치료가 많고, 밥을 같이 먹는 환경 등으로 감염에 취약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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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청도군 대남병원이 적막감에 싸여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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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정부의 세밀한 관리 지침이 마련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 교수는 “청도 대남병원처럼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정신병원은 보건당국에서 치밀하게 지침 내지 지원을 해야 한다”며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정신병원과 요양병원 출입을 엄격히 제한하고, 경계 수준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청도=이은지·김윤호 기자, 이에스더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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