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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코로나19發 한국 수출·내수 타격 불가피, 0%대 성장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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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연구소·IB, 줄줄이 2% 미달 전망

1분기 마이너스 성장 우려 커져

"1년내 경기침체 가능성 18→20%"

헤럴드경제

[헤럴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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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올해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할 경우, 0%대 그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왔다. 경제 성장의 두 축인 수출과 내수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얼어붙으면서 성장 둔화가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번지는 것이다.

23일 블룸버그가 42개 해외 경제연구기관·투자은행(IB) 등으로부터 집계한 올해 한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을 보면 5개 기관이 1%대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집계에 반영되지 않은 캐피털이코노믹스, 노무라증권, 모건스탠리 등의 최신 전망까지 포함하면 최소 8곳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2%에 못 미칠 가능성을 경고한 셈이다.

ING그룹은 올해 한국 경제가 1.7% 성장하는데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ING그룹은 지난해 12월까지만 하더라도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2.2%로 제시했지만 두 달 만에 0.5%포인트 낮은 전망치를 내놨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한국 성장률을 2.2%로 봤다가 1.8%로 내렸다. 로이드 챈 옥스퍼드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 발병은 중국 경제활동에 근본적인 충격을 안겼으며 가까운 시일 안에 공급 사슬 붕괴를 가져올 것이고 중국과 경제적 연결고리가 강한 한국의 수출 전망을 꺾을 것"이라며 성장률 하향 배경을 설명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는 지난해 12월 내놓은 전망을 그대로 유지해 1.8%를 제시했다. IHS마킷과 소시에테제네랄은 각각 1.9%를 예상했다.

노무라증권은 이달 14일 블룸버그 집계까지만 하더라도 2.1%의 성장세를 점쳤지만, 18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1.8%로 전망치를 낮췄다. 코로나19로 중국이 봉쇄 조치를 6월 말까지 이어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가정하면 한국의 성장률이 0.5%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도 봤다.

캐피털이코노믹스도 지난 8일 한국의 올해 GDP 성장률을 2.5%에서 1.5%로 하향 조정했다. 모건스탠리의 경우 시나리오별로 나눠 코로나19 사태 전개에 따라 한국의 올해 성장률이 최소 0.8%포인트, 최대 1.7%포인트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모건스탠리의 기존 전망이 2.1%였던 것을 고려하면 코로나19로 인해 한국의 올해 성장률을 0.4∼1.3%로 하락할 수 있다고 본 셈이다.

성장률이 2%에도 못 미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한국의 GDP 성장률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과 외환위기 국면이었던 1998년(-5.5%), 2차 석유파동이 있었던 1980년(-1.7%)을 제외하고 2%를 밑돌았던 적이 없다.

이처럼 성장률 전망이 어두워진 것은 이미 수출과 내수 부문에서 코로나19의 타격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의 경우 이달 1∼20일 1일 평균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3% 감소했다. 조업일수 증가 덕에 수출 총액은 12.4% 증가했지만, 국가별로 쪼개보면 중국 수출은 3.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 측면에서는 관광객 감소와 백화점·마트 매출 감소가 두드러진다. 지난달 20일부터 이번달 10일 사이 관광객 규모는 2.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서도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가 크게 줄었다. 1월 24∼31일 사이 유커는 1년 전보다 1만2358명, 1일 평균 1544명 감소했다.

1년 전과는 달리 통상 유커가 몰리는 춘제(春節·중국의 설)가 이 기간에 포함됐던 것을 고려하면 감소폭이 상당하다. 백화점과 마트 매출도 급감하고 있다. 확진자가 수백명대로 늘어나면서 이들이 다녀간 백화점이나 마트가 문을 닫는 일도 늘고 있다. 롯데백화점 명동 본점이 이달 7∼9일 영업을 쉬었고, 현대백화점 대구점과 롯데백화점 전주점은 각각 20일, 21일 임시 휴점에 돌입했다.

감염 우려에 다중시설 이용을 꺼리는 것도 매출 급감에 영향을 주고 있다. 온라인 매출이 지난달 20일부터 20일 동안 19% 늘기는 했지만, 여전히 온라인 매출 비중이 전체의 26.6%에 그치는 현실을 고려하면 온라인 판매의 증가로 오프라인 매출 감소를 상쇄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의 여파는 당장 1분기 성장률에서 숫자로 드러날 전망이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각 기관의 올해 1분기 한국 성장률 평균치는 1월 기준 0.4%(전기 대비)에서 이달 0.1%로 0.3%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모건스탠리는 코로나19가 2∼3월에 정점을 찍고 이달 10일부로 생산활동이 빠르게 재개되는 것을 전제로 한 시나리오에서 한국의 1분기 성장률 전망 하락폭을 중국(0.5∼1.0%포인트)보다 큰 0.8∼1.1%포인트로 제시했다. 당초 모건스탠리의 1분기 성장률 전망치는 1.4%였다.

1분기 마이너스 성장을 점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노무라증권은 한국의 올 1분기 성장률이 최악의 경우 -2.9%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봤고, JP모건도 1분기 성장률을 -0.3%로 예상했다.

경기 침체 우려도 한층 커졌다. 블룸버그가 이코노미스트를 상대로 설문한 결과 지난달에는 1년 내 한국이 경기 침체에 접어들 가능성이 18%였지만 이달에는 20%로 높아졌다. 통상 2개 분기 연속 GDP가 감소하면 기술적 경기침체에 빠진 것으로 본다.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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