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씨름의 희열', 왜 이제 알았지?…'씨름돌'의 부흥은 이제부터[SS방송]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서울

[스포츠서울 정하은기자]명절에나 보는 ‘한물간 스포츠’라 여겼던 씨름이 오디션 프로그램 포맷과 만나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희열’을 선물했다. 아이돌 연습생 대신 모래판 위 샅바를 맨 선수들이 등장한다는 점만 다를 뿐, 지켜보는 이들의 긴박함과 참여하는 이들의 열정은 그 어느 오디션보다도 뜨거웠다.

지난 22일 방송된 KBS2 예능프로그램 ‘태백에서 금강까지-씨름의 희열’(이하 씨름의 희열) 최종회에서는 ‘태극장사 씨름대회’ 파이널 라운드인 태극장사결정전이 약 110분간 생중계됐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8강에 진출한 8명의 선수가 마지막 결전을 펼쳤고, 김기수와의 결승전에서 임태혁이 노련미 넘치는 경기로 3대0 승리를 거머쥐었다. 초대 태극장사에 등극한 임태혁은 “이 어려운걸 제가 해냈다”고 너스레를 떨며, 팬들에게 “직관 오셔서 응원해줬으면 더 힘이 났을텐데 아쉽지만 앞으로도 저희 씨름을 사랑해달라. 선수들 더 열심히 하겠다”고 씨름에 대한 앞으로의 응원을 당부했다.

이로써 ‘씨름의 희열’은 3개월간의 뜨거운 여정을 모두 마무리했다. 시청률도 2%(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시작해 마지막회에서 4.2%로 유종의 미를 거뒀다. 그간 대중이 미처 알지 못했던 씨름, 그 본연의 즐거움을 되새기며 씨름의 인기를 부흥시키는데 큰 역할을 해냈다. ‘씨름의 희열’은 씨름의 경량급이라고 할 수 있는 태백장사와 금강장사들을 각각 8명씩 선출해 서로 대결을 벌여 최종 승자를 뽑는 포맷이다. 씨름의 본질에 집중하면서도 그간 스포츠중계에서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없었던 재미요소들을 부각시키며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모여들게 했다.

화려한 씨름의 기술과 선수들 고유의 특성을 부각하기 위한 제작진의 치열한 고민도 프로그램 곳곳에서 묻어났다. 기존 경기장 중계 방식이 아닌 마치 오디션 무대를 보고 심사위원들이 평가하는 것처럼 선수들의 대결을 슬로우모션으로 촬영해 해설위원 이만기와 MC 김성주, 붐이 이를 분석했다. 이를 통해 씨름이 단순한 힘겨루기가 아닌 수많은 기술이 복합된 과학적인 종목이며, 고속촬영을 통해 본 실감나는 씨름을 통해 우리가 몰랐던 씨름의 기술들을 하나씩 배워가는 재미를 선사했다.
스포츠서울

연출을 맡은 박석형 PD는 “‘기술 씨름’을 보여드리기 위해 연출에 많은 신경을 기울였다. 선수들이 어떻게 경기를 준비하고, 경기에서 어떤 식의 전략과 전술을 가지고 나오는지, 그리고 실제로 모래판 위에서 어떻게 구현하는지를 잘 보여드리려 했다”며 “씨름이 워낙 짧은 시간에 끝나버리고, 동작 자체가 빨라서 기술 씨름을 담기 위해 고속카메라를 사용해서 동작들 구분해서 설명하려 했다”고 연출에 주안점을 둔 부분에 대해 밝혔다.

씨름 선수들마다 캐릭터를 부여해 스토리라인을 형성한 점도 고정 시청층을 유지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씨름 황제’ 임태혁, ‘모래판의 헐크’ 김태하, ‘밑씨름 장인’ 손희찬, ‘3초 승부사’ 이승호, ‘악바리 장사’ 최정만, ‘모래판의 헤라클레스’ 윤필재, ‘괴물 장사’ 김기수, ‘올라운드 플레이어’ 노범수, ‘모래판의 다비드’ 박정우 등 선수들의 특장점을 충분히 살린 캐릭터로 팬들을 유입시켰다.

‘씨름의 희열’이 탄생하게 된 계기도 유튜브, SNS 등을 통해 훈훈한 얼굴과 단단한 몸을 가진 경량급 씨름 선수들이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였다. ‘씨름의 희열’은 여기서 더 나아가 선수들 각자의 개성있는 기술과 스토리를 더하며 고유의 캐릭터를 부여해 모래판 위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어갔다. 실제로 현재 ‘씨름의 희열’에 출전한 선수들은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최애’ ‘차애’가 생기며 팬들이 함께 씨름 경기장으로 직관을 가는 등 아이돌 못지않은 팬덤을 구가하고 있다. 소속 씨름단의 모델이나 지역 특산물 광고모델로 일찌감치 발탁된 선수들도 있을 정도. 박석형 PD 역시 “선수들이 갑작스러운 인기에 얼떨떨해 한다. 그러면서도 굉장히 좋아한다”고 귀띔했다.

이같은 열기는 앞으로 씨름의 꾸준한 부흥도 예감케 한다. 박석형 PD는 “씨름은 직접 현장에 와서 보시면 훨씬 더 재밌는 종목이다. 지금은 씨름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 못해 주로 지방에서 경기가 많이 열린다. 지난해 전국체육대전이 서울에서 열리며 체전 종목으로 씨름이 경기를 한 적 외에는 민속씨름이 서울에서 경기를 한 적 없다. 이 열기를 몰아 앞으로 씨름이 인기 종목이 된다면 지방까지 찾아가지 않더라도 서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종목이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바람을 덧붙였다.

jayee212@sportsseoul.com

사진 | KBS2

[기사제보 news@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sportsseoul.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